아내에게 5월 초순부터 여름 바지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6월이 되었는데도 감감무소식이다. 그래서 내가 쿠팡에서 바지를 주문했다. NC백화점에 가서 수선을 맡기고 난 후, 아내는 식품관에 가서 김을 한 개 산다고 했다. 나는 주차장에서 아내를 기다렸다. 그런데 아내는 2시간이 다 돼서야 왔다. 김만 산 게 아니라 카트에 바리바리 쌓아왔다.
우리 집 저녁식사는 항상 밤 9시가 넘는다. 평일이든 주말이든 공휴일이든 한결같다. 아내가 전업주부였던 때도, 직장을 다니는 요즘도 저녁은 아홉 시가 넘는다. 10시가 넘을 때도 종종 있다. 저녁이 늦으니 취침시간도 늦고 아침에 기상시간도 늦어진다. 그래서 나는 가끔 저녁을 따로 먹기도 한다. 십수 년간 시정을 요구했지만 십수 년간 바뀌지 않고 있다.
오늘은 아내가 별안간 김치로 디스를 했다. 냉장고에서 김치를 꺼낼 때 조심하란다. 김치통을 세워서 꺼내지 말라는 것이다. 김치통을 새워서 꺼내면 뚜껑에 김치국물이 묻어서 설거지하기에 나쁘다는 것이다. 세상에 어떤 미친놈이 김치통을 일부러 세워서 꺼내는가?
오전엔 아들 감기 때문에 병원에 갔다. 병원에 다녀온 후 노트북 AS 때문에 서비스센터에 다녀왔다. 집으로 왔다가 딸 학원을 바래다주었다. 밥통에 밥이 없어서 밥을 하고 설거지를 하고 김치볶음밥을 만들었다. 이제 볶음밥의 신이 된 것 같다. 15년간 볶음밥만 했으니......
달걀프라이를 할 때는 불조절 때문에 쿠사리를 먹기도 했다. 화력이 너무 세다는 것이다. 화력이 세면 프라이팬이 금방 망가진다고 한다. 내 생각에는 화력이 센 편이 아니었고, 설령 화력이 세다손 치더라도 가끔 프라이해 먹는 것으로 프라이팬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런데 아내는 내가 달걀 프라이를 할 때마다 화력이 세다는 얘기를 한다. 그리면 매번 서로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첫째, 내가 불을 약하게 줄이면 된다. 두 번째, 아내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것이다. 세 번째는 싸워서 끝장을 보는 것이다. 앞으로 내가 달걀프라이 할 때 불 세게 한다는 말 절대 하지 말라고 싸워서 승리하는 것이다.
예전에 감자 먹는 방식이 서로 달라서 싸우다가 이혼을 했다는 부부의 얘기를 들었다. 취향이 다른 것이 시발점이 되어 수면아래 가라앉아있던 이런저런 문제들이 드러나면서 싸움이 커졌고, 종국에는 감정싸움이 되어 파국을 맞이한 것이다. 가정하나를 꾸리는 것도 이처럼 첨예하다. 하물여 국가는 어떻겠는가?
아내들의 친정집 도와주기는 공공연한 일들이다.(아내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나도 누이에게 매형이 모르는 용돈을 종종 받기도 했다. 그 정도는 충분히 넓은 마음으로 이해한다. 범죄행위라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위가 커지면 서로 상의해야 한다. 단위가 커지면 횡령이 되기 때문이다. 횡령은 범죄다. 외도(外道)도 범죄다. 이혼사유가 되는 것이다. 이런 인간본성의 메커니즘을 알고 정치도 봐야 한다. 법은 상식이다. 정치인들은 그걸 알아야 한다.
군면제에 미혼인 사람인 사람이 어떻게 군필자이고 처자식이 있는 사람을 공감하겠는가? 그냥 이론적으로만 공감할 뿐이다. 그게 상식이다. 반복되는 얘기지만 리더는 많은 것을 경험하고 공감할 줄 알아야 한다. 대통령도 가장(家長)도 리더다.
대통령은 나라를 위해서 가장은 집안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면 된다.
참 간단한 얘기지만 참 어려운 일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