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커가고 나는 늙어가고
딸아이와 대학 입학 관련 문제로 대화를 했다. 갑자기 기숙사 생활을 하면 안 되겠냐고 묻는다. 기숙사라는 말이 낯설게 느껴져서였는지,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딸의 생각을 들어보기도 전에 기숙사는 안 된다고 말했다. 나의 일방적인 생각만 말한 것 같아서 챗 GTP에게 도움을 청했다.
아빠랑 엄마도 많이 생각해 봤어. 기숙사에 가고 싶다고 한 건 단순히 ‘독립하고 싶다’는 게 아니라, 네가 진지하게 입시를 준비하고 싶다는 의미라고 아빠는 이해했어. 다만, 아빠랑 엄마는 너를 너무 소중히 여기니까 혹시라도 안전이나 생활에서 어려움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먼저 들었단다. 그게 널 못 믿어서가 아니라, 믿고 아끼니까 조심스러운 거야.
이렇게 생각해 보자. 우선은 집에서 다닐 수 있는 범위 안에서 학교를 알아보는 게 1순위고, 정말로 기숙사가 꼭 필요한 상황이 된다면, 그때는 우리가 함께 꼼꼼히 알아보고 좋은 선택을 하자. 네가 원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한 길이라면, 아빠도 적극적으로 도울게. 단지 우선순위를 현실적으로 생각해 보자는 거야. 아빠는 네가 충분히 생각 깊고 똑 부러진 아이인 걸 알아.
오늘도 파이팅.
사랑하는 아빠가.^^
대단하다. 이렇게 영특할 수가 없다. 1시간을 고민해서 써야 할 내용을 10초 만에 해결을 해 주었다. 내 마음을 99% 완벽하게 표현해주었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부모들은 조금씩 이별을 준비한다. 영유아 시절에 전지전능했던 아빠, 엄마는 초등학교를 들어가면서 위력이 작아진다. 친구가 생기고 인터넷과 유튜브가 생기고 넷플릭스가 생기고 아이돌이 생기면서 그동안 전지전능 했던 부모는 아닌 것이다.
중, 고등학교가 되면서 자아와 이성이 발달하고 자기의 세계가 생긴다. 부모와 함께하는 시간보다는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하고 친구와 함께 하는 시간을 좋아한다. 이렇게 조금씩 조금씩 아이들은 부모의 품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스무 살이 넘어 남자친구, 여자친구가 생기면 더 독립적인 사람으로 성장하겠지.
독립의 마무리는 경제적 독립이고 독립의 완성은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는 것이겠지. 거기까지가 부모의 마지막 임무가 아닐까 싶다. 그때가 되어야 비로소 부모는 책임을 다 하고 떳떳하게 하늘로 갈 수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조금씩 떠나보내야 할 준비를 해야 하고 떠나간 빈자리는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해봐야 할 것 같다.
영원한 것은 없다.
날씨가 덥긴 했지만 조용하고 평화롭고 행복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