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전 전자책을 출간한 경험이 있다. 지금은 전자책이 대중화되고 흔한 시대가 되었지만 그때는 전자책을 출간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물론 수요도 적었다. 인터넷의 등장으로 종이 신문의 전성시대가 지나갔듯이 전자책이 등장하면서 출판업계와 인쇄업계도 바짝 긴장을 하고 있는 때였다.
나는 디자인, 인쇄, 출판 관련의 일을 오랫동안 해왔기 때문에 종이 책 한 권 만드는 것은 매일 밥을 먹는 것처럼 흔한 일이었다. 편집과 교정, 교열이 완료된 데이터만 있다면 3일 만에 책이 나오기도 한다. 죽기 살기로 하면 하루 만에 책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물론 그건 아주 특수한 상황이고 일반적으로는 몇 주가 걸린다.
인쇄, 프린터 기술의 발전으로 "인디고 인쇄"라는 방법을 이용하면 옵셋인쇄의 95% 이상 퀄리티로 제작이 가능하다. 소량 책자를 만드는데 하게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 인디고 인쇄는 옵셋인쇄와 고해상 디지털프린트의 중간쯤의 영역에 있는 기술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1-2시간 정도면 완성된 책 한 권을 손에 쥘 수 있다.
책 만드는 일은 일상이었기 때문에 출간에 대한 기대와 설렘은 없었다. 책을 출간하고 싶다는 로망보다는 책에 어떤 내용을 쓸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했다. 사람들과 공감할 수 있는 내용,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글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 때는 드라마 작가가 되고 싶은 꿈도 있었고 양성 기관에서 교육도 받았지만 내 길이 아닌 것 같아서 포기했다.
디자인 프로그램들을 다룰 수 있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 보다 책을 만드는 과정이 더 재미있었다. 원고작성부터 출간까지 아무런, 누구의 제약과 조건 없이 표현하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은 특별한 즐거움이었다. 디자인 컨셉과 레이아웃, 색깔, 서체, 폰트의 크기와 행간, 자간까지 생각한 데로 원하는 데로 만들 수 있었다.
세상에 한 권 밖에 없는 책. 다른 사람의 생각을 적어 놓은 글, 다른 사람의 상상력으로 디자인을 한 책이 아닌 온전히 내가 쓰고 싶고 만들고 싶었던 진짜 나의 책을 만들고 싶었다. 항상 남의 책만 만들어 왔기 때문에 더그랬나 보다. 그때는 지금처럼 맞춤법 검사기도 없어서 밤새우며 일일이 국어사전을 찾아가면서 교정을 보았다.
수년간 쓴 원고들을 정리하고 디자인을 해서 드디어 전자책이 출간되었다. 교보문고와 ***플랫폼에서 책을 팔기 시작했다. 2년간 계약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한 번만 읽고 버려지는 책 보다 더 가혹한 것은 한 번도 읽히지 않는 책이다. 한 번이라도 읽히는 글을 쓰고 싶었지만 그것 조차도 쉬운일이 아니였다.
프로 작가는 통장에 돈이 찍혀야 한다. 출판사와의 2년 계약이 끝나고 총판매 부수를 정산을 해보니 14권이 팔렸다. 이 중에 10권은 지인들이 구매를 했으니 실제로 전자책 구매한 순수 독자는 4-5명에 불과했다. 총 수익은 3만 4천 원이었다.
제작기간 3년에 걸쳐 만든 책이 4권이 팔렸다니...... 그렇게 밤새우며 정성 들여 출간한 책을 고작 4명이 읽었다고 생각하니 허탈했다. 만족도와 완성도는 높았지만 대중성과 상업성이 없었나 보다. 책 팔아서 번돈 3만 4천 원으로 아내와 아이들과 짜장면을 사 먹었다.
베스트셀러는 신이 내리는 것이라고 한다. 작품성도 좋아야 하고 마케팅도 중요하고 운도 따라 주어야 한다. 삶도 비슷하지 않나 싶다. "나"라는 상품이 좋아야 하고 나를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하고 운도 따라 주어야 한다. 모르는 것은 아니고 그런 삶을 선택하지 않았다고 말하고 싶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그런 흑역사가 있었기에 내 글을 읽어 주시는 브런치의 구독자 분들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다시 한 번 고개 숙여 감사를 드린다.
24년째 나와 함께 하고 있는 아이맥 iMac g3.
몇 년 전 중고시장에 팔려고 내놓았다가 마음이 바뀌어서 안 팔았다. 이 컴퓨터로 전자책을 출간해서 더 애착이 간다. 지금은 인디자인이라는 프로그램으로 편집과 출판이 대중화되었지만 당시는 쿽(Quark)이라는 독보적인 매킨토시 편집프로그램 없이는 출판 자체가 불가능했다. 지금은 계급이 되어 버린 아이폰도 전신은 아이맥( iMac)이었다.
*잡스가 만든 것들
매킨토시 Macintosh(1984), 아이맥 iMac(1998), 아이폰(2007), 아이패드(2010)
iMac은 Internet Macintosh의 약자이다. 약자 Mac에서 알 수 있듯이 전신은 Macinto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