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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하연 Oct 11. 2021

톡! 아이디어 한 방울

( 와인 )

프랑스 서부 낭트(Nantes)에는 SF소설에서 나올 법한 기계 동물 테마파크가 있다. 알록달록한 캔디 컬러의 놀이기구가 아닌, 고철로 만들어 온통 갈색빛인 놀이공원이다. 12m의 키로, 사람을 약 50명을 태우는 기계 코끼리는 조선업에 쓰인 고철과 가죽, 나무를 이용해 만들어졌고, 공룡의 뼈 모양을 닮은 코에서 물을 내뿜기도 한다. 신비로움의 상징인 회전목마에는 기계 물고기, 기계 오징어, 기계 새우, 기계 소라 등이 쇳소리를 내며 사람들을 태우고 회전한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콘셉트의 놀이공원이기에 미래 세계로 이동한 기분을 선물한다.     

낭트 지역은 조선업이 쇠퇴하면서 문을 닫은 공장들이 도시의 흉물이 되었다. 스산한 도시를 부활시킬 방법을 고민한 끝에 낭트시와 건축가, 디자이너가 상상력과 창의력으로 ‘레 마신 드 릴(Les Machines de l'ile)’이라는 기계 동물 테마파크를 기획했다. 폐건물에 있던 고철들과 공장의 부품을 활용하여 기계 동물 테마파크를 만들었다. 죽어가는 도시가 아이디어 하나로 관광객의 발길을 끄는 도시가 되었다. 발상의 전환은 어둠에서 환희를 만들어냈다.     



작은 아이디어 하나는 누워있는 도시를 일으켜 세우기도 하지만 
없는 맛을 살리기도 한다.


 친구네 가족이 호텔의 와이너리 투어를 했다고 했다. 와인을 접하면서 미국의 나파밸리 와이너리 투어가 가고 싶었는데 코로나로 갈 수 없으니 그녀의 경험이 궁금했다.     


“어땠어?”

“우리 부부가 평소에 와인 잘 안 마시잖아. 그런데도 파도 소리가 음악이 되고, 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자연 속에서 와인을 들고 있으니까 외국에 온 것 같더라. 와인 종류가 너무 많아서 이것, 저것 열심히 비교하며 먹어 봤는데, 맛은 여전히 잘 모르겠더라고.”     

“어른들 와인 마실 때, 아이들은 뭐 먹었어? ”     

“애들은 거기서 포도 주스 줘서, 다 같이 잔을 부딪치며 분위기 냈지. 두 잔, 세 잔 먹었을까? 분위기에 취해 있는데, 자꾸 남편이 옆에서 이 와인은 너무 쓰네. 저것도 별로네, 도대체 사람들은 무슨 맛으로 와인을 먹는 건지 모르겠다면서 툴툴대는 거야. 그래서 내가 이리 와봐. 누나가 와인 맛있게 만들어 줄게. 했어.”     

“와인을 맛있게 만든다고? 어떻게?”     

“옆에 애들 포도 주스가 있었잖아. 그거 남편 와인잔에 따라줬어. 한 모금 마시더니 붉어진 얼굴로 달달하니 맛있다고 하는 거야. 그 후에 잘 마시더라고... 전에 먹어본 적 있는 맛있는 와인 맛 이래.”     

친구의 재치에 놀라고 그 남편의 반응에 또 한 번 놀랐다. 그의 마음도 알 것도 같았다. 내게 맞는 와인을 사면 한 병 내내 행복하지만, 내게 맞지 않는 와인을 사면 한 모금 마시는 것도 힘들기 때문이다.      

물론 와인 애호가들에게는 포도주스를 섞는 게 말이 안 되는 생각일 수도 있겠지만, 난 참신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 와인은 그 자체로 예술적이고 완벽해서 손을 대면 안 되는 영역이라고 생각했는데 친구의 행동은 신선했다.      

문득 얼마 전 전문가의 높은 평가점수를 보고 믿고 산 와인 한 병이 떠올랐다. 입에 맞지 않아 더 줄지 않는 소비뇽 블랑. 한 잔 마신 뒤, 지켜보고만 있었기에 친구에게 물었다.     


“레드와인은 포도 주스 넣으면 되는데, 맛없는 화이트 와인에는 뭘 넣어야 맛있어질까?”     

“사이다.”     


아이디어 한 방울만 있으면 맛없는 와인도 맛있어지고, 맛없는 도시도 맛있어진다. 

생각은 진하니까 두 방울도 아닌, 딱 한 방울이면 된다. 







< 오늘의 언박싱 _ 와인 >


와인은 책만큼이나 방대하다. 

하나의 취향을 만나기 위해 다양한 와인을 책처럼 펼치고 마신다.

찾았다. 내 취향의 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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