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스텔담 중앙역, 암스텔담을 떠나며

암스텔담의 일상여행자 12화. (2018.1.22.)

by 김은형


새벽 3시에 깨어 침대에 누워 꼼지락거리다가 글쓰기가 미뤄졌다. 항상 침대를 박차고 일어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왜일까? 편안함일까? 게으름일까? 마음은 컴퓨터 앞에 다 있어도 몸이 움직여지지가 않는다. 결국 새벽기도 가는 것을 포기하고(더군다나 오늘은 마지막 100일째 기도 날이다. ) 나는 한 시간을 침대에서 뒹굴거리다 겨우 4시쯤 일어나 컴퓨터에 앉았다. 문득 암스텔담을 떠나올 때의 심정이 떠오른다.

KakaoTalk_20210203_052920090_06.jpg

2박3일의 네덜란드 여행을 마치고 암스텔담 중앙역에 도착하자 너무 미련이 많이 남았다. 사실 나는 그곳을 떠나고 싶지 않았다. 암스텔담에서 특별한 누군가를 만난 것도 아니었고, 특별히 미련을 가질 만한 일이 남아있는 것도 아니었다. 고흐의 ‘까마귀가 나는 보리밭’ 그림이 나를 울리긴 했어도 암스텔담을 떠나지 못할 이유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떠나기가 싫었다. 암스텓담 중앙역 앞 카페에서 15분 동안 커피를 마시며 암스텔담의 마지막 공기를 호흡했다.


KakaoTalk_20210203_052920090_13.jpg

난 너무 사치스럽다. 로잉야족들은 하루에 500원도 없어서 굶주리는데, 난 단 15분의 공기 호흡을 위해 5000원이 넘는 돈을 순식간에 써버렸다. 그러나 내겐 일종의 생명수요 영양주사와 같은 것일까? 나를 살게 하는 또 하나의 생명수?


KakaoTalk_20210203_052920090_11.jpg

암스텔담의 운하가 내 가슴 속에 깊이 내려앉아 흐르고, 암스텔담의 세속적이면서도 인간적인 기류가 내 몸의 피처럼 전신을 돌고 돈다. 사람이기에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또는 다른 사람은 나와 다르기에 그를 존중한다는 인정과 존중을 느꼈다고 해야할까?


어쩌면 히딩크의 리더십도 거기에서부터 기인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인간을 절대적인 하나의 초월적인 능력과 인격으로 획일화시키지 않고, 부족하나 그들 각자 고유의 특성을 가진 개체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2박3일의 여행이 결코 긴 여행은 아니었지만, 나는 암스텔담의 공기에서 그 모든 자유와 존중을 읽었다. 암스텔담 대학의 에라스무스 과정의 시스템적 합리성도 아마도 그런 기저 철학에서 비롯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KakaoTalk_20210203_052920090_12.jpg

암스텔담 역 앞에서의 나의 미련.... 그곳을 떠나기 싫다는 강렬한 느낌들..... 무엇인가에 집착적이거나 애착적 정념이 들어온 것이 참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난 다시 암스텔담으로 돌아올 것이다. 내가 왜 암스텔담으로 다시 돌아가야한다고 생각하는지는 아직 나 자신도 확답할 수 없다.


KakaoTalk_20210203_052920090_07.jpg

아마도 다시 돌아 간 뒤에 알게 되리라. 어쩌면......

그곳에 갈 때가 도래한다면, 내 마음이 동한다면, 코로나쯤은 아무런 장애가 될 수 없다.

왜? 결국 나의 생각과 목표가 나를 움직이고 현실을 만들어내니까.

그냥 가면되니까.


쾰른을 그렇게 다녀왔었다.

브뤼셀 아파트에서 눈을 뜬 어느 새벽! 갑자기 쾰른역의 성당이 보고싶었다.

그래서? 바로 준비해서 브뤼셀역으로 달려가 쾰른행 기차를 탔다.

그리곤 암스텔담 못지않은 하루 동안의 쌈쌈한 여행이 시작된거지 뭐. 하하하.

이전 11화암스텔담 유람선 Canal Crui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