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날이 있다. 잠 들기 싫은 날.
내일 컨디션을 위해 반드시 잠에 들어야만 하지만, 괜히 잠에 시간을 빼앗기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딱히 뭔가 해야만 하는 게 있거나,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걱정거리가 있는 것도 아닌데도 말이다.
왜 그럴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잠 들기 적절한 시간대를 놓쳐버린 때가 많은 것 같다. 오히려, 피곤이 쌓여 하품을 늘어지게 하고, 잠에 잠식될 것만 같은 때일수록 잠 못 드는 경우가 많았다. 정말, 물리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다.
'문제'는 나의 습관 때문인 것 같다. 아니, 습관이라기보다는 '중독 때문'이라고 진단하는 게 맞겠다. 잠 못 드는 밤에, 내가 늘 하고 있었던 행위는 '음악 듣기'였다. 음악에 취해, 나는 그렇게 여러 밤을 눈 뜬 채로 꼬박 흘러보내곤 했다. 분명 후회할 걸 알면서도, 충분히 현실을 자각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순간의 중독을 이기지 못하고 후회할 짓을 자처했던 것이다.
따지고 보면 잠 '못' 드는 밤이 아닌, 잠 '안' 드는 밤이었던 거다. 나는 그렇게, 굳이, 애써, 잠에 안 들었다. 그리곤 다음 날, 아침잠을 털어내지 못한 채 후회를 반복해왔다.
'왜' 음악에 취했을까. 그건 나도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그것들이 나의 마음을 달래주고 즐겁게 만들어줬기 때문일 테다. 귀가 즐겁고, 덩달아 마음까지 설레게 만드는 마력의 음악들. 그리고 그것들이 나의 심장을 흥분시켰기 때문에, 나는 결코 편안히 잠자리에 들 수 없었으리라, 고 생각한다.
이처럼 중독은 무섭다. 물론, 잠을 싫어하는 건 아니고, 물론 잠 자는 시간을 아까워하는 태도가 있긴 해도, 나는 잠깨나 많은 사람이다. 그래서 잠에 중독되는 때도 허다하다. 나의 새벽을 조율하는 것은 잠과 음악이다. 이 둘을 '잘' 조율할 줄 알아야 하는데, 이상하게 잘 안 된다.
하필, 지금 왜 이 글을 쓰냐고? 어제, 아니, 오늘 새벽도 음악의 힘 앞에 무력해져 충분히 잠을 자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 하루는 꽤 힘들게 지나가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