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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 영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외로움에 대한 위무

한물간 50대 할리우드 배우 밥과 일찍 결혼한 20대의 샬롯. 영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는 이 두 사람이 낯선 땅 일본에서 만나 7일 간 시간을 보내는 이야기를 다룬 멜로드라마다. 밥은 산토리 위스키 광고 촬영을 위해 일본을 찾은 것이며, 샬롯은 남편의 출장을 따라온 것이다. 밥은 익숙지 못한 문화와 신통치 못한 일본 스태프들 사이에서 어지러운 나날을 보낸다. 반면, 샬롯은 연고도 없는 낯선 땅 위, 그것도 좁디좁은 호텔방 안에서 하염없이 남편을 기다리기만 하는 무료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 둘의 우연한 만남이 영화를 이어가는 감정선의 시작인 것이다.



영화는 두 남녀의 내면, 즉 멜로에도 초점을 두지만 도쿄라는 도시의 풍경들을 보여주는 맛도 있다. 여행이 주 소재는 아니지만, 도쿄가 영화의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이유는 주인공들을 '낯선' 기분을 배가시키는 배경이기 때문이다. 각각 부인과 남편이 있는 두 사람이지만, 낯선 땅 위에 홀로 남겨진 그들은 외로울 수밖에 없다. 굳이 도쿄가 아니었다고 해도 무관하지만, 화려한 도심의 풍경 위에 선 이방인들은 외로움이 증폭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이질적인 시간과 문화 위를 걷는다는 건 밥과 샬롯을 더욱 지치게 만드는 요소다. 하지만 이 둘은 서로를 만나 그 이질적인 문화도 초월할 만큼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 좁은 술집과 음식점에서 가졌던 불만들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사실, 밥과 샬롯이 만나기 전의 삶을 보자면 그야말로 외로움에 짓눌려 있었다. 밥이 아내와의 전화할 때를 보면, 지극히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조차 버거워보인다. 샬롯의 '문제'는 더 심각하다. 남편은 바람을 피우는 듯 하다. 게다가 일찍 한 결혼 때문에 자신의 꿈을 유보시킨 상태다. 믿었던 모든 것들과 헤어진 상태다.


그렇다면, 이 유부남과 유부녀의 만남은 어떻게 전개될까? 개인적으로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에 반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 둘이 사랑에 가까운 감정을 가진 듯 보이지만, 결코 그들의 만남이 치정극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 이 점이 좋았다. 술에 취한 샬롯을 침대까지 데려다주는 신에서 밥은 그녀를 측은하게 바라볼 뿐, 그 이상의 터치를 하지 않는다. 그야말로 '현명한 멜로'인 셈이다.



결국,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는 외로운 두 '사람'이 낯선 땅 위에서 만나 서로를 위무해주는 영화인 것이다. 그들의 위무는 스며들듯 따스하게 심장을 적셔나간다. 물론, 가슴 아픈 결말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영화를 다 본 후 개인적으로 들었던 감정은 따듯함이었다. 낯선 땅에서 외로이 살아가고 있는 모든 사람들을 향한 따스한 위로 한 잔을 건네받은 듯한 기분. 필자가 이 영화를 사랑하는 이유다. 빌 머레이와 스칼렛 요한슨의 내면 연기가 압권이다. 이들의 내면은 표정을 통해 '온전히' 표현된다. 외로움과 피로, 모든 걸 잃은 듯한 허무함은 물론이거니와 낯섦에서 익숙해짐에 이르기까지의 관계까지 모든 게 그들의 표정만 봐도 알 수 있게끔 훌륭한 연기를 해낸 그들이다.


먹먹하지만, 궁극적으로 따스한 멜로드라마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확실히 '통역 가능하다'는 것을 인지시켜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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