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별력 잃은 시간과 공간, 시간이 옷처럼 널부러져 있고, 공간은 불규칙하게 자신의 영역이 넓어지거나 좁아지곤 한다. 한 사람의 시공간은 자신이 정한다.
광일은 지안을 뒤쫓는다. 그녀가 뛰어 들어간 술집 안에 키큰 남자가 그녀를 의연하게 말은 건넨다. 콧수염을 한 주인이 술을 테이블에 놓는다.
동훈은 술을 마시고 가려하지만 지안은 한 잔 더하자고 한다. 머뭇거리던 그가 테이블에 앉는다. 광일의 눈에는 둘이 정다워 보인다. 누가 보아도 의심이 간다. 상사와 붙어먹은 여직원 사이. 어쩌면 저 놈에게 돈을 받은 것이고 그게 큰 물고기라는 것인지. 광일은 건물이 흔들릴 만큼 바람에 부는데 멀리서 둘은 지켜본다.
지안의 입가에 웃음이 그려진다. 그 놈 앞에서 웃는다. 광일은 속이 뜨거운 주전자에 물을 끓듯이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둘이 걷는 그 길을 광일은 지켜본다. 집까지 바래다 주는 그 놈과 둘의 발걸음은 정답다.
지안을 바래다 주고 집으로 돌어온 동훈, 아내는 방안에서 어둑한 표정으로 서있다. 몸을 추스리기 어려운가 두 손을 테이블 위에 놓고 있다.
기찻길 건널 목에 기차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동훈. 그 사이 동훈 아내 강윤희(43)는 ....내연남 도준영(42)에 대한 분개를 참지 못한다.
지안은 감청을 한다. 동훈의 집에 가족들이 다 모여서 시끌벅적이다. 어머니 생신으로 모이고 케익에 초를 꽂고 .
부부간에 의리만 좋으면 거지여도 상관없다.
어머니는 케잌앞에 놓고 기도를 한다. 어머니의 기도, 자식새끼 잘 되고 별 탈이 없기를 바라는 기도일 것이다.
정희는 퇴근한다. 혼자서 술집을 파하고 돌아가는 발걸음은 쓸쓸하다.
지안은 할머니를 몸도 가누지 못하고 온 종일 누워 계신 할머니를 이불을 겨우 당기며 자리를 옮긴다.
정희는 술집이 텅 빈 방안으로 돌아온다. 퇴근없이 술집에 잠을 자는 것이 지겨워서 자신의 술집에 나와서 다시 돌아오는 것이 출근이고 퇴근이었다.
동훈은 집으로 술에 잔뜩 취해서 집으로 향한다.
광일은 지안이 동훈의 회사에서 일하는 것을 알아차린다. 지갑을 동훈과 부딪히며 슬쩍 했기 때문이다. 도청하던 중에 지안이 광일이 동훈의 지갑을 훔친 것을 알아차린다.
센 놈 잡았더니 그 놈이냐?
그 놈은 아냐 너 살인자 인거.
경찰 경적 소리가 울리고.
네가 소매치기 한 거 봤다고. 그 지갑 갖고 나가달라고 하면 나가주고.
그 사람 근처만 가. 진짜 죽어!
그새끼 좋아하냐?
어.
광일을 뒤로한 채 지안은 계단을 내려오고, 그 길을 경찰이 간다. 광일의 대출사무실에 경찰이.
그 지갑은 어느 가게 주인에게 부탁하여 동훈에게 돌려준다
할머니 어디 아프시냐?
늦게 출근한 지안을 보고 조심스럽게 말을 건넨다. 지안은 지갑을 찾게 해주거 늦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