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들의 학교폭력 대응방법
오늘 14살 아이들의 학교폭력 사건이 왔다.
예전에 학교폭력 사건은, 적어도 삥을 뜯거나, 더글로리처럼 심하게 왕따를 시키거나, 때리는 등의 행동을 말했었다.
그런데 요새는 그 의미가 매우 넓어졌다.
오늘도 그랬다. 친구 4명이 있었는데, 그중 A가 B에게, "야, C 너무 못생겼어. 쌍꺼풀 존나 티나"라고 말을 했다.
B는 이를 듣고 C에게 일러주었고, C는 화가 나 "A는 친구들을 못생겼다고 하고 다니는 X이다. 뒤에서 나에게 쌍꺼풀 존나 티난다고 했다"는 말을 반 전체 단톡방에 올렸다.
이윽고, B,C,D는 교실 뒤편에 모여 A와 4자대면을 했고, A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결국 "뒤에서 씹고 다녀서 미안하다"는 사과를 받아냈다.
여기서, bcd 아이들은 어떤 범죄를 저질렀을까?
바로, 명예훼손 그리고 강요죄이다.
단톡방에 올린 것이 명예훼손, 그리고 사과를 받아낸 것이 강요죄.
내가 어릴 때만 해도 이런 일들이 반에서 참 많았는데, 요새는 이런 일들도 학교폭력에 해당되고, 고소를 하여 처벌을 받게 할 수도 있다.
그만큼, 아이들이 권리에 대한 의식이 높아진 듯하다.
여하튼 저 비행청소년(?) 들에게는 여러 가지 처분이 있는데,
먼저 교육조건부 기소유예이다.
범죄예방센터에서 학교폭력 강의를 3~5일간 이수하면, 처벌을 유예(면제)해준다.
또는 '잔디 프로그램' 이수 기소유예가 있는데, 춤이나 제빵 등 여러 가지 강의를 들으면서, 정서발달과 자신을 조금이나마 되돌아볼 수 있게 해주는 좋은 프로그램도 있다.
기소유예 전력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기 때문에 성인이 되어도 전과가 남지 않는다.
두 번째는 소년부송치이다.
우리나라는 18세까지 형사법정이 아닌 법원의 소년부로 송치를 보낼 수 있다.
소년재판이라는 김혜수 언니가 나오는 드라마도 이를 다루고 있다.
역시 전과가 남지 않고, 판사의 결정에 따라 교육, 봉사 등을 이행하게 된다.
정도가 심한 아이들은 구속이 되고 전과가 남기도 한다.
사건의 0.1%정도가 그렇게 처리된다.
모쪼록 친구들끼리 화해시키려고 형사조정(검찰청에서 위원들을 소집하여 양 당사자의 합의점을 찾아주는 제도)을 권하였으나, 피해자 부모가 완강히 거절하여 이뤄지지 않았다.
우리 어린 친구들도 뒷담화를 할 때나, 우르르 몰려다녀 일을 벌일 때에도 늘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책임감 있게 행동할 때이다.
선생님이 중2인 자신의 반 학생 8명을 모욕죄로 고소한 사건도 있었다.
선생님이 이른바 '대머리'라, 머리가 귀 옆에만 동그랗게 나있어 아이들이 자기들끼리
"선생님, 검은 헤드셋을 썼다"라고
뒤에서 놀리다 걸려(?) 송치된 사안이었다.
판례에 따르면 '대머리'라고 적시하는 것만으로는 모욕죄에 해당하지 않는다. 대머리는 '민머리'를 가리키는 사실적인 표현이라는 것이다.
사실을 바라보지 못할 때 사람은 때론 자발적 '피해자'가 된다.
최근 나폴레옹힐의 책을 읽고 있는데, [걱정을 해결하려면 먼저 사실을 보라]고 조언한다.
이 사안의 선생님은 머리가 없는 것이 사실이고(그 헛헛한 마음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나..), 아이들도 통상의 모욕과 달리 선생님의 명예를 훼손하려는 목적보다는 친구들과 친해지기 위해 다소 장난스럽게 무례한 표현을 쓴 것으로 보아 무혐의 처분을 하였다.
내가 직면한 상황의 '사실'을 잘 바라보면, 고소를 하고 싶다가도 화가 누그러질 때가 있다.
'그래, 내가 머리 없는건 맞지. 니들도 나중에 두고보자^^'
그런 진리가 법률에도 똑같이 적용된다고 생각하니 놀랍다.
예전 학교 풍경과는 매우 달라진 모습에 씁쓸함과 우리 사회의 변화에 대한 감탄이 동시에 든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