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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검사이다 Nov 16. 2023

그냥 알겠다고 하면 다 해결되는데

그걸 못해 학폭이 됐다.

과거에는 장난으로 치부되었던 많은 행동들이 지금 한국사회에서는 심각한 학교폭력이 된다.

오늘 검찰청에 온 아이도 그랬다.

소위 친구의 다리를 잡고 성기를 괴롭히는 놀이를 하고, 팔에 엄마를 지칭하는 상스러운 욕을 적었다.

최근 애들 사이에 그런 장난이 유행이라고 한다.

하지만 당하는 아이 입장에서도 과연 그럴까?


처음 전화를 했을 때 아이의 엄마는 계장님에게 거품 물고 화를 냈다. 수화기 너머의 억울함과 화가 검사실을 쩌렁쩌렁 울렸다.

"일단 진정하시고, 와서 함께 이야기하시죠 어머님"


아이가 왔다.

친구를 괴롭힌 행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물음에 아이는 눈을 똑바로 뜨고 말했다.

"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억울해요"

"그럼 피해자가 다 지어낸 거란 말인가요?"

"네 맞아요. 걔가 다 지어낸 거예요."


여러 가지를 물어봤고, 아이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말만 반복했다.

입에는 불만이 가득해서 잔뜩 튀어나온 채로.

그러다 아이는 아이인지, "제가 그런 행동을 한 것은 맞는데 애들도 다 하는 장난이고, 저도 당했어요"

라고 말을 바꾼다.

자기는 억울하고 누구든지 건들면 죽인다는 그 눈빛을 검사인 나에게도 쏘아댔다.


순간 피가 끓었다.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을 보면 피가 머리 위로 솟구친다.

차가운 이성을 가져야 한다는데 나도 아직 멀었나 보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약간 겁을 줘보았다.

"처벌을 받고 교육을 받으면 뭐 하니? 본인은 이렇게나 억울한데. 그러면 소년 재판까지 가고 싶니? 가서 한번 다퉈보는 건 어때?"

이런 상태에서 교육을 받아보았자 사회에 대한 저항감만 커질 것이다. 진심도 당연히 섞여 있었다.

"나는 네가 받을 처벌보다 네가 한 행동에 대해 남 탓만 했을 때 펼쳐질 너의 미래가 더 걱정돼"


갑자기 아이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그래, 너는 그렇게 손해 안 보고 싸우는 법만 세상으로부터, 부모로부터 배웠겠지.


동석한 부모는 계속해서 재수사를 요청했다.

나는 단호하게 설명했다.

"이 사건은 재수사를 여러 번 거친 사안이고, 수사기관에서 충분히 선생님과 아이들의 진술까지 모두 확인하였습니다. 우리는 정황증거로 죄질을 판단하지 않습니다. 처벌을 피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아이의 미래가 있으니 교육정도로 끝내는 것입니다."


듣고 있던 아버님이 한참 있다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제가 아이에게도, 잘못한 부분은 인정하고, 다만 사건 진행과정에서 너무 과하거나 힘든 부분이 있다는 것만 말씀드리자고 가르치겠습니다."

라고 했다.


아이는 옆에서  눈을 내리깔고 있었다. 아이에게 물어봤다.

"너 생각은 어때? 왜 그러고 있어. 너 그냥 남들이 너한테 잘못했다니까 그냥 포기하는 거야?"

"아니요. 저도 사실 제가 잘못한 부분에 대해 인정하고 싶어요. 저는 장난이었어도 다른 사람 입장에선 아닐 수 있잖아요."

아이의 눈빛과 말이 바뀐다.

부모의 태도가 바뀌니 아이의 태도도 바로 바뀐다.

"피해학생이랑은 어떻게 지내고 싶어?"

내가 물었다.

"계속 걔가 저를 신고해서 내일도 경찰서 가야 하는데요. 그래서 마주치면 그냥 쌩까거든요? 사실은 그냥 걔랑 잘 지내고 싶어요."

라고 하면서 그 죽일 듯 세상을 노려보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그래, 네가 먼저 사과하면, 네가 정말 큰 사람이 되는 거야.

사실 내심으로는 둘 다 서로 잘 지내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다가 서운한 게 생기고, 부모가 개입하고, 법이 개입하면서 여기까지 온 것이다.

우리는 혼자 서 있을수없다

결국 모든 고소를 취하하기로 했다.

그리고, 기꺼이 교육을 받기로 했다. 부모도 아이의 미래를 위해 더 이상 싸우지 않고 인정하고 기회로 삼겠다고 한다.

때론 억울한 일이 있다.

하지만 그냥 미안하다고 하면 된다.

검사의 가면을 잠시 벗고 나는 그렇게 살고 있나 되돌아본다.

아이처럼 저렇게 금방 화해하고, 금방 잘 지내고 싶다.


예, 미안합니다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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