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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검사이다 Nov 01. 2023

직장 동료와의 행복한 이별

검사님 저 떠납니다.

최근 형사부 검사들의 인원이 반으로 줄었다. 전국적으로 다들 죽어나고 있다고 한다.

원인을 찾자면 검사들은 법률상 2,000명으로 정원이 정해져 있다.

그래서 일이 늘어나도 더 뽑을 수가 없다.

그렇게 되다 보니, 남아 있는 검사들의 근무년수도 높아지면서 일이 거의 없는 고등검찰청, 중요경제수사단(오래 일하신 분들은 이런 곳에서 안식하신다)에 가시는 분들도 늘어났다.

그리고 검사들의 파견과 특별수사팀도 덩달아 많아지면서, 결국 실제 형사사건을 처리할 검사들이 있는 형사부에는 사람이 없어진 것이다.


이런 기형적 구조 속에서 허덕이던 어느 날

계장님이 밖으로 나를 불렀다.

"검사님, 제가 진지하게 말씀드릴 게 있는데요"

심장이 쿵. 혹시 집안에 무슨 일이 생기셨나?

"저 사실 갑작스럽게 파견을 가게 되었습니다."

앗, 계장님이 다른 곳으로 가시다니.

팔다리를 하나씩 자르는 기분이었다.


차장님과 검사장님은 인원보충에 난색을 표하셨다.

원망이 되었지만 그분들 입장에선 검사들만 챙기는 게 아닌 직원과 검찰청 전체를 꾸려나가야 하니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장님의 얼굴이 떠올랐다.

자기가 너무나 원했던 곳이라고 하시며 기쁘지만 마냥 기쁨을 표현할 수 없었던 그 얼굴이.

그리서 마음껏 기뻐하시라고, 미안해하지 마시라고,

일부러 더 크게 축하해 드렸다.


눈앞의 일은 내가 할 일이지만,

인사이동이나 승진은 내 일이 아니기에. 그저 받아들이고 나니, 축하함만 남았다.

계장님은 마지막 날까지 성실하게 할 일을 해주시고 가셨다.

그리고는 떠난 뒤 나에게 몰래 작은 편지를 남기셨다.

그걸 보면서 울컥 마음이 올라와 잠시 검사와 수사관이 아닌

친구가 되어 서로의 안녕을 빌어주었다.


내가 계장님의 전별금 봉투에 몰래 넣은 편지와

계장님이 가시며 몰래 남긴 편지다.


내가 상대에게 대한 대로

상대도 나에게 대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계장님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안녕하세요.



계장님 내용은 진지한데 편지지가 너무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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