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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요즘 게맛살이다.

나는 요즘 게맛살이다.


쫄깃쫄깃 탱탱한 살아있는 면발이 아닌 는지럭거리는 피부를 지닌 축 늘어진 게맛살.


거의 일 년 만에 나는 내 마음의 광문을 열어 보았다.

살만해서였는지 반대로 너무 비루하고 지쳤기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그래서 그것을 알고 싶어서 나는 삐걱대는 낡고  커다란 나의 마음에 노크를 했다.

삐꺽 열리는 문 속에는 다행히 엷은 빛이 새어 나왔다.

문을 열고 한참을 서 있자니 그 누군가가 마중을 나왔다.

숨어있던, 숨겨져 있던 깊고 깊은 어둠을 제 기개로 당당히 먼지처럼 털어내며 반갑게 마주한 나.

 

세상이 험할수록 사람들은 진취적으로 나아가다가도 가끔씩 숨을 곳을 찾는다.

겉으로는 씩씩해 보이는 어른이나 속은 한 낫 여린 아이이고 싶기 때문이 아닐까?


어렸을 때에는 '이것 해라! 저것은 하지 말아라!' 하는 어른들의 통제 속에서 빨리 벗어나 자유로운 영혼이 이끄는 발걸음대로 살 아기고 싶은 기대 심리 때문에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우리가 어린 시절에 바라는 어른상에는 단지 자유로움만이 존재했을 뿐, 의무사항은 없었다.

마땅히 어른으로서 해야 하고 참아내며 감내해야 하는 의무들 말이다.


서서히 제 힘으로 알을 깨고 세상 밖의 얇은 빛 한 줄기 보리라 다짐하며 열심히 힘들게 노력하며 나왔던 어린 새와 같은 처음 탄생의 호기로운 마음가짐은 부모와 어른들의 보호 속에서 잠시 편안한 일상의 안주로 전의를 상실한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크고 작은  그들만의 작은 세상 속에서 아이들은 그 나름의 세상사를 이야기하고 다투고 사랑하며 건설해 나간다.


다시 마주한 '어린 나와 지금의 나' 우리는 이렇게 마주함으로써 과거와 현재를 이해하고 나름의 지혜와 용기를 상기시키며 미래를 다시 살아갈 힘을 얻게 된다.


살아가는 것은 아니, 세상을 살아내는 일은 결코 녹록하지는 않지만, 힘든 고비와 꺾이는 순간들은 마지막 가장 낮은 위치에서는 곧 발끝을 대고 탄력을 받아 다시 솟아오를 수 있음을 기억하고 과거의 내가 그랬듯이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지 않고 규칙을 익히며 적응하며 어울려가는 부드러움을 터득하여 전진하는 일에 지치는 경우는 있더라도 멈추지 않고 다시 힘을 내서 내일이라는 뚜껑을  당연하게 열  수 있는 나와 그대들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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