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꺼끌 거리는 모래알 한 줌

사람들은 누구나  꺼끌 거리는 모래알 한 줌씩은 가슴속에 품고 산다.

스르륵 살며시 문을 열더니

가뜩이나 떠들썩한 마음에 굵은 모래조각들을 주인의 허락도 없이

한 움큼씩 마구 던지고 가는 사람들이 있다.


차가운 바닷바람을 홀로 견디며 대중과 가정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간신히 버티고 있는  상황인데 말이다.


항상 사람들은 본인이 , 지금의 상황이  제일 힘든 법이라 주변은 잘 보이지 않는다.

자신은 가까이에서 굵은 잣대로 이곳저곳을 다 재보고 찾아보면서 여기도 상처 저기도 상처가 났다면서 가엽게 여기면서도 타인의 아픔이나 슬픔에는 자신의 눈을 살포시 감은 채 못 본척하면서 그들이 겨우 타 들어가는 속 마음을 감춘 채 간신히 띄고  있는 엷은  미소 따위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다.

허허벌판에서 차갑고 매서운 바람 앞에  이런 모습으로 간신히 서 있는 모습은 타인이 멀리서 볼 땐 그저 그 사람의 평범한 일상으로만 느낄  뿐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언제든지 자기만의 꺼끌 거리는 모래알을 가슴속에 품고 산다.

그   알갱이들이 바람이 불어 흩날리고 섞이면서  사막의 모래바람처럼 거대한 회오리가 되어 휘몰아치는 것을 겨우 잠재워본다.

그리고 겨우 그런 시기가 되어서  까칠한 모래의 따가운 숨결을 온몸으로 간신히 받아내고 버티고 있는 때조차도 타인들은 자신이 제일 힘들다면서 자신의 까끌거리는 모래를 타인의 마음을 함부로 열고 들어와서 삽질까지 하며 퍼다 나른다.

그 누구의 허락도 받지 아니한 채.


나무도 힘겨운 바람을 상대하다 보면 잘 버티는 것 같아도 잔가지  한 두 개 정도가 부러지는 상처를 종종 입곤 한다.

외부로 인해 받는 내부의 상처들은 이런 나무의 외상들처럼  하나씩 생겨난다. 흉이라도 질까 조심스럽게 마음을 닦아내고 치료하려고 하다 보면 어느새 말끔하게 다 나아있으면 좋으련만 또 다른  이들이 그 생채기 위에 자꾸만 자신의 모래알을 투척하고 도망간다.

밀물에 어쩔 수 없이 밀려와 거세게 모래 한 움큼을 건네주고 빠르게 밀물처럼 빠져나가는 것처럼 말이다.  

내겐 작고 반짝이는 모래알로 보이더라도 타인의 마음속에서는 따갑게 상처가 날 수 있는데도 말이다.

하물며 자신에게 조차 따가운 모래알이라면 타인에게는 투척하지 말아 줬으면 좋겠다.

특히 그 대상이 가족을 향한다면 더욱이 말이다.


오늘은 유난히 차가운 모래바람이 여기저기에서 많이 불어 들어온다.

제발 시린 이 겨울바람이 빨리 잔잔해져서 휘몰아친 모래 알갱이들로 생채기 난 곳들이 곧 갓 태어난 아기들의 뽀송뽀송한 부드러운 피부처럼 아물어 가길 간절히 바란다. 그리고 그전에 또 다른 모래바람은 더 이상 들어오지 않기를 바란다.


그 거대한 모래바람을 막고 서 있느라 그 뒤에 펼쳐진 아름다운 바다의 빛나는 숨결을 느낄 수 없는 것이 안타까워지기 전에 말이다.


햇빛에 알알이 반사되어 반짝반짝 빛나는 바다의 잔잔한 속삭임을 들으며 나도 역시 다른 사람들처럼 따뜻하고 편안한 휴식을 취하고 싶으니 말이다.


오늘은  유독 더 따가운 모래바람이 느껴진다.

이 펄럭이는 모래 알갱이들의 축제가 빨리 지나가고 잔잔한 햇살이 따스하게 나를 비춰주며 반가운 인사를 건네준다면 참 좋겠다.

나에게도 햇빛을 반짝이게 만들어 줄 넓은 바다와 그것을 즐길 줄 아는 밝은 눈이 있기에!





이전 03화 마음의 성장통.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