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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지희 Jan 22. 2022

첫째와 둘째 사이

<닮은 듯 닮지않는 출산기>


21.11.9 낮 12:00 정각에 둘째가 태어났다.


"순산하세요"

체격에 비해 많이 부른 배를 보고 나를 아는 사람들이 건네는 인사를 받을 때에는 막연히 이제 곧 출산일이구나! 하고 생각만 할 뿐 와 닿진 않았다.


두번 째인데도 불구하고 오랜만에 출산이기에

첫  출산 못지않게 두근두근 거렸다.

첫째때에는 진통겪다가 응급수술한 케이스여서 그런지 제왕 수술 후 아프다는 기억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 그래서 그랬던가!


수술 후 마취가 깰 때쯤 제일 첫 마디가

"선생님 아파요"였다.

그 후로도 정신만 들면 아파요를 외쳐댔다.


담당 원장선생님은 안 쓰러운지 산모들 중에서 제일 잘 참고 있다며 격려를 해주시는데 난 아프기만 하다.


자연분만 생진통은 진통대로 아프고

제왕수술은 수술 후에 훗배앓이로 너무너무 아프다.


또한 첫째 때에는 수술 당일에도 금방 회복되는 낌새가 보였는데 둘째는 영 다르다.

내 나이의 앞자리가 달라져서 그런가 하곤 생각한다. 보통 엄마들이 둘째때에는 전혀 아프지않다고 한다. 나는 임신기간도 힘들고, 수술 후에도 힘든데 말이다.


날짜와 시간까지 날을 받아서 수술로 출산하는 것은 처음이였기 때문에 예정된 시간이 병원을 방문하니

바로 수술 준비를 하란다.


이렇게 마음의 준비도 제대로 하지 못한채 대기입원실에 누워 소위 굴욕3종세트부터 링거줄까지 완벽하게 끝내고 시간이 흐르길 기다리고 있었다.


아 이렇게 아이를 출산하는 구나.

진통을 겪지 않으니 참으로 간단했다.


드디어 예정된 시간이 되고 수술실로 들어가는데 간호사분이 특히 챙겨줬음 하는 부분을 물어보길래 첫째 때에는 마취 깰때 너무 추웠다고 안 춥게 해달라고만 했다. 그 기억이 나에겐 정말 두려웠나보다.


담당 원장님을 호출 하고 분주하게 간호사분과 마취과 선생님이 사근사근 말을 걸어주시면서 긴장을 풀어주셨다.


두둥!

11시 20분이 넘어가고

30분

35분

시간이 되자 원장님은 딱 12시에 안 나올 수있다고 신신당부하고 마취가 시작되었다.


그 뒤로 꼬박 하루는 나에게 기억이없다.

첫째 때에는 코로나 시대가 아니었기 때문에

마취가 깨고 아이를 안아볼 수있게 해주었는데 둘째는 신생아실에서만 아이를 볼 수있었다.


그렇게 몸이 걸어다닐 수있을 정도가 되고 처음 아이를 보러가는데 아니 친정엄마가 애기때로 돌아가 누워있는 듯했다. 생긴건 첫째와 비슷한데 풍기는 느낌은 친정엄마를 닮았다.


"그러게 장모님 좀 덜 미워하지 그랬어"


미워하는 사람을 닮는다고 했던가?

장난스레 던지는 신랑 말에 뭔가 뜨끔한 마음이 들었지만, 웃어 넘겼다.


둘째는 신기하다

친정엄마의 모습이 있고, 나의 모습이있고, 신랑 어릴 때 모습이있고, 외삼촌 모습이 있다. 신랑이 막내처제랑 똑같다고 했다.


첫째와 너무 똑같은데

둘째는 완벽한 외탁을 했다.

진짜 둘째는 가만히만있어도 사랑이라는데

과연 그럴까?

나는 육아에 더 걱정이 많은데.


속싸게는 어떻게 싸지?

기저귀는 가는 법이 뭐였더라?

모유수유는 잘 할 수있을까?

벌써부터 초보엄마 분위기 풍기며 걱정이 앞선다.

앞으로 나는 잘 할 수있을까?


모든 의문을 품은 채 당당히 부딪혀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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