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사기 위해 가게에 들렀다가 보게 된 로즈마리화분을 그날은 무심코 사서 그냥 집에 가지고 왔다.
한 손에 화분을 든 레옹만큼이나 어색하고 낯선 기분.
바로 다음날부터 내가 그동안 해왔던 많은 일들과는 다른 특별한 상황이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집에서 키우던 강아지들도 많았지만 가족들과는 별개로 내 스스로의 결정에 의해 온전히 내가 무언가를 보살펴야 한다는 것은 처음 겪는 일이었다.
손으로 화분의 흙을 만져서 촉촉한지 확인을 해보고, 볕이 더 잘 드는 쪽으로 가지가 휠까 봐 매일 방향도 조금씩 돌려놓고, 어설프지만 오붓한 내 방에서 단둘만의 시간이 그렇게 며칠 흘렀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로즈마리가 방에서 없어졌다. 찾아보니 거실 발코니에 다른 화초들과 함께내 놓여 있다.어머니였다.
'내가 못 미더워서? 내가 잘 키울 거야!' 하고 다시 내 방으로 가지고 들어왔다.
며칠이 더 흘렀다. 또 안보였다 나의 로즈마리.'하긴.. 내가 요즘 매일 밤늦게 들어왔었지... 그냥 며칠 두자.'
그렇게넘어간 뒤 조금 여유가 생긴 어느 날 방발코니에 있는 자전거를 꺼내려는데 순간 난 비명을 질렀다.나도 모르는 사이 내 방 발코니에 철저히 숨겨져 있던 나의 로즈마리는 까맣게 타 죽어있었다.
어머니는 내가 없는 사이 또 로즈마리를 움직이셨는데 이번엔 거실 발코니가 아닌 내 방 발코니 밖 눈에 잘 안 보이는 곳으로 내놓으신 탓에 철저히 나의 시선에서 벗어나 있었다. 볕을 더 쬐라고 그러셨다고 했다.
걷잡을 수 없는 나의 분노에 어머니는 미안해하시며 바로 다른 로즈마리를 구해서 내 방에 갖다 놓으셨지만 난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글을 쓰는데 문득 노트북 너머에 아내가 사다 놓은 로즈마리가 있다.
그 일뿐이었을까?
어느 순간부터 나는 어머니를 철저히 밀어내려고 했다. 어려선 반대였다. 첫째 아이 었던 내가자립심이 강하게 크기를 바랐다는 말을 하시곤 했었다. 동생이 생긴 이후론 더욱 어머니의 차가운 면모에 배신감이 들기도 했던 거 같다.
그러나 말과는 다르게 정작 어머니는 한 번도 나를 제대로 밀어내신 적이 없다. 어느 순간 집착에 가깝다는 걸 느낀 것은 지금 생각해 보면 아버지와의 사랑이 옅어지면서부터 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사실을 알게 된 이후에도 나는 복수를 하듯 나는 단 한순간도 어머니를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다.
부담스러워서였을까?
나도 자식이 생기고 아이와 아내를 보면서 조금은.. 가족이라고 해도 자신이 줄 수 있는 애정의 크기가다 같을 수는 없다는 걸 이제야조금은 이해할수 있는 것같다.
늘 그런 식이었다. 내가 조금만 더나은 놈이었더라면좋았을 텐데.. 조금만 더 주위를 살피고 관심을 가졌었더라면 로즈마리도 어머니도 더 오래 살릴 수 있었을 텐데..
어머니를 망가뜨린 건 다름 아닌 그녀가 가장 사랑했던 그녀의 가족이었고, 그리고 그중 가장 큰 책임은 어머니에게 가장 큰 사랑을 받았던 나에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