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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자녀 디자이너 Apr 20. 2024

로즈마리

사랑하는 사람을 밀어내기

스스로의 결정에 의해 책임져야 하는 무언가를 키워낸다는 것


젊은 날의 의도되지 않았던 시도였다.

꽃을 사기 위해 가게에 들렀다가 보게 된 로즈마리 화분을 그날은 무심코 사그냥 집에 가지고 왔다.


한 손에 화분을 든 레옹만큼이나 어색하고 낯선 기분.

바로 다음날부터 내가 그동안 해왔던 많은 일들과는 다른 특별한 상황이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려서부터 집에 강아지들도 많았지만 내 스스로의 결정에 의해 온전히 내가 무엇을 케어하고 보살펴야 한다는 것은 이미 어른이었지만 처음 겪는 일이었다.


손으로 화분의 흙을 만져촉촉한지 확인을 해보고, 볕이 더 잘 드는 쪽으로 가지가 휠까 봐 매일 방향도 조금씩 돌려놓고, 어설프지만 오붓한 내 방에서 단둘만의 시간이 그렇게 며칠 흘렀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로즈마리가 방에서 없어졌다.

찾아보니 거실 발코니에 다른 화초들과 함께 내 놓여 있다. 어머니였다.  


'내가 못 미더워서? 내가 잘 키울 거야!' 하고 다시 방으로 가지고 들어왔다.


며칠이 더 흘렀다.
또 안보였다. 나의 로즈마리.


'하긴.. 내가 요즘 매일 밤늦게 들어왔었지... 그냥 며칠 두자.'


그렇게 넘어간 뒤 조금 여유가 생긴 어느 날  발코니에 있는 자전거를 꺼내려는데 순간 난 비명을 질렀다. 

나도 모르는 사이 내 방 발코니에 철저히 숨겨져 있던 나의 로즈마리는 까맣게 타 죽어있었다.

어머니는 내가 없는 사이 또 내 방에 들어와 로즈마리를 발코니 밖으로 내놓으시곤 나에게 아무런 말도 없으셨던 것이다. 볕을 더 쬐라고 그러셨다고 했다.


걷잡을 수 없는 나의 분노에 어머니는 미안하다고 하시며 바다른 로즈마리를 구해서 내 방에 갖다 놓으셨지만 난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글을 쓰는데 문득 노트북 너머에 아내가 사다 놓은 로즈마리가 있다.


그 일뿐이었을까?

어느 순간부터 나는 어머니를 철저히 밀어내려고 했다.


어려선 어머니에게 너무 집착했던 나를 어머니가 밀어내려(는 척) 했던 기억이 있는데 첫째 아이 었던 내가 자립심이 강하게 기를 바랐다는 말을 하시곤 했었다. 그러나 말과는 다르게 너무도 나에게 집착하고 있는 사실을 자라면서 느끼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다른 식구들 중에서 유독 나에게 그러던 어머니를 나는 단 한순간도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다.


부담스러워서였을까?


나도 자식이 생기고 아이와 아내를 보면서 조금은.. 가족이라고 해도 자신이 줄 수 있는 애정의 크기가 다 같을 수는 없다는 걸 이제야 조금은 이해할 있는 것 다.



그런 식이었다.

내가 조금만  나은 놈이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조금만 더 주위를 살피고 관심을 가졌었더라면 로즈마리도 어머니도 더 오래 살릴 수 있었을 텐데..

어머니를 망가뜨린 건 다름 아닌 그녀가 가장 사랑했던 그녀의 었고, 그리고 그중 제일 책임이 큰 건 가장 큰 사랑을 받았던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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