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세살의 나를 만나 걷는 길
제주 올레에서 만나다 - 나의 스물 세살 친구
'혁신과 성장'을 확보한 경쟁력이 그렇지 못한 것들을 압도하는 자본주의 가치관 시대에 앞만 보고 주경야독 처절하고 치열하게 쉼 없이 살아왔음을 고백합니다.
직장생활 30년을 뒤돌아 보며, 비록 지나온 길이 정당 하다 해도, 효율과 경쟁력을 추구하는 가치관이 결과적으로 세상의 양극화와 환경파괴에 일조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문제의식을 최근부터 가지기 시작했답니다. 반성의 시간이지요.
최고의 경쟁력은 결코 최선의 삶을 보증하지 않으며, '부유한 삶 (Wealthy Life)'이 '안락한 삶 (Well-Being Life)'의 충분조건이 될 수 없음을 COVID-19 사회적 격리 3년 동안 나와 세상의 뒤통수를 뒤돌아 보는 산책길에서 겨우 깨달은 사실이지요.
영화 '설국열차'에 탑승한 승객들처럼 우리는 여전히 심장박동보다 더 숨 가쁘게 달려가고 있거나, 혹은 바삐 달리는 이 불안의 시대 설국열차에서 내리지 않으려 노심초사 생계적인 일상을 유지하고 있지 않을까요?
지나간 주말 먼지가 잔뜩 쌓인 책장을 정리하며, 내 나이 스물세 살 (1984년 6월 시점) 미완의 청년이 단풍잎 한 장 붙여 두고 멈춘 일기장을 놀랍게도 발견했지요..
수십 년이 흘러 청춘 1막의 커튼을 내리고 그 2막을 준비하는 책장 서가에서 스물세 살의 청년을 다시 만나 감격의 뜨거운 포옹을 했지요..
수고 했네 애 썼다
스물세 살 일기장 추억의 청년과 나는 헤어 지기 싫어 제주 올레길 27코스 완주를 목표로 함께 걸으며 수십 년간 멈춘 일기장의 이야기를 이어 가기로 했지요. 초가을 태풍이 지나고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어 청춘일기의 가슴속 청년과 함께 올레길로 스르록 여행 떠났지요.
수십 년간 백만 마일이 넘도록 바쁘게 해외 출장 비행을 다녔어도, 한 시간 제주행 비행기에서 바라본 이른 아침 하늘과 구름과 바다 그리고 홀연히 떠 있는 배 한 척만큼 내 청춘의 설렘과 감동을 준 비행은 없었음을 고백합니다.
제주 공항에서 스물 세살 청년과 나는 제주 올레길 완주를 위한 패스포트를 픽업하고 올레길 1코스가 시작하는 제주 동남부의 시흥리 정류장으로 찾아갔지요.
푸른색 제주 올레 패스포트는 푸른 청년의 마음으로 제주의 해풍이 하얀 파도의 포말과 한라산으로부터 내려온 바람에 지지 않는 억새풀을 스치는 소리를 가만히 들을 수 있는 인생 2막의 무료 입장권이지요.
서귀포의 시발점 제주 시흥리는 옛 왕조시대 부임했던 목사 (요즘으로 치면 제주 도지사)가 순찰길을 나선 출발지이자 첫 방문 마을 이기도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내 인생 역사 2막의 정식 출발점으로 기록될 것이지요. 시흥리는 올레길을 시작하는 님들에게 출발의 설렘과 건강한 완주의 기도를 하는 인생순례 길이었지요.
태풍이 지난 자리 초가을 바람 억수로 몰아친 올레 1코스 15.1km - 결코 쉽지 않은 굽이굽이 숨차게 오름길을 오르며 '브라보 마이 라이프 (Bravo My Life)' 노래를 시작으로 오름길 바람소리를 반주 삼고 등반용 스틱을 드럼 삼아 나 혼자 올레길 자존감 콘서트를 했지요.
생후 여섯 살 시절 외할머님이 감성을 물려 준대로 구슬픈 연가 '동백아가씨'를 불렀고.. 요즘 최애 가수 김 필이 부른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미국 포크가수 '에릭 클립튼 (Eric Clapton)'의 'Autumn Leaves' 등등 내 마음속 스물세 살 동행 청년과 열창했지요.
아아~ 얼마나 좋은지 이것이 행복이군요
오름길 정상에 올라 성산 일출봉을 바라봅니다.
오름길이 우리 각자에게 주어진 다른 운명처럼 받아들이기 버겁지만 주어진 사연을 사명으로 만들 권리와 의무가 있지 않을까요. 사연을 사명으로 만들어 간다면 정상에서 탁 트이게 보이는 성산 일출봉의 장관처럼 내 인생에 스스로 감동할 수 있지 않을까요?
올레 1코스 마무리 지점에 도착하며, 내 삶의 무대를 내려갈 때 마지막 곡으로 외우며 준비했던 미국 가수 프랭크 시나트라 (Frank Sinatra)의 마이 웨이 (My Way) 한 곡 완창하고 올레길 첫날 청춘 소풍을 마무리했지요.
제주 올레길 힘겨운 오름의 전주곡은 완주의 감동으로 마무리 하며 내일 2코스를 성산포 광치기 해변길을 준비 하렵니다.
아~ 제 곡조를 모르는 나의 노래를 읽어 주신 독자분과 올레길 개척자 분들께 바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