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세 청년과 다시 작별할 시간
로마는 하루 만에 이뤄지지 않았고, 그들은 쉼 없이 벽돌을 쌓았다.
Rome was not built in a day, They were laying bricks every hour.
1962년생이 60세가 된 2022년의 오늘, 1인당 국민소득 100달러 넘사벽에 넘지 못한 'Republic of Korea' 소속으로 지구촌 성장 게임을 시작한 베이비 부머(Baby Boomer) 청년들은 60년간 우주를 삼킬 만큼 초월을 향한 '열정&비전'으로 기적의 3만 5000달러 선진국 리그의 강자 대열에 올라 선 신기록 시대를 활짝 열어젖혔지요.
'대한민국 60년 성장 동력을 딱 한 단어로만 표현하면 무엇일까?'
이 주관식 질문에 스스로 답안을 내기 위하여 여러 가지 논문들과 통계자료들을 서칭해 보았습니다. 산업화, 민주화 그리고 교육열 세 가지 구조적 단어들이 선명해졌고, 이 세 가지 선진화의 구조물을 가동한 에너지원은 무엇일지 따져 봅니다.
단지 가난을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의 역사라고 답하기엔 뭔가 부족하지 않을까요? 경제적 차원을 넘어 글로벌 리더십과 문화적 품격이 살아 있는 대한민국을 창조하기 위한 자존감과 비전이 우리에게 살아 숨 쉬지 않았을까요?
산업화와 민주화의 용광로 속에서 부족함과 탈도 많았지만, 역사발전의 관점에서 선진국에게 밀리지 않고 거꾸로 그들이 부러워할 미래 기술과 K-POP문화를 창조한 시대를 풍미하며 청춘을 불사른 1960년대생 베이비 부머(Baby Boomer)에게 큰 박수로 격려할만 하지 않을까요?
지금의 우리가 사라진 1000년 후를 상상해 봅니다.
분명 역사가들은 'Korea was not built in a day, they have grown into the Leading Country group every minute and second, through the innovation of the Technology and Culture Power. (대한민국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으며, 그들은 기술혁신과 문화의 힘을 바탕으로 분초를 다투며 선진 국가로 끊임없이 성장했다)'라고 기록하지 않을까요?
자긍심과 비전이 있는 글로벌 대한민국호를 타고 60년간 100만 마일(One Million Miles) 출장비행과 함께 절치부심 전력질주한 초로의 사나이가 일기장에서 만난 23세 청춘의 자화상과 걸어간 올레길보다 더 아름다운 길이 세상에 있을까요?
올레길 동행의 첫날 시흥리에서 시작하여 성산포를 지나 광치기 해변에서 마무리한 15.1km 1코스의 여정은 나의 내면에 잠자고 있던 23세 청년과 함께한 설렘과 축복의 구간이었지요.
성산포를 바라보는 길에 성산포를 평생 노래한 이생진 시인의 시비(詩碑)를 만났지요. 그의 대표작 '그리운 바다'를 만나 읊고 또 읊으며 언젠가 내가 태어나 자란 부산의 바다 오륙도 근처로 귀향할 다짐도 하였지요.
"내가 돈보다 좋아하는 것은
바다(중략)
내가 그리워 못 견디는 그리움이
모두 바다 되었다
끝판에는 나도 바다 되려고
마지막까지 바다에 남아 있다(중략)
나도 세월이 다 가면
바다가 삼킨 바다로
태어날 거다"
바다를 찾아온 손님은 바다보다 예뻐진다는 이곳 성산을 지나 광치기 해변으로 가던 길엔 내가 나에게 엽서를 부칠 수 있는 추억의 우체국을 발견했답니다. 저는 스물세 살의 저에게 담담한 마음으로 엽서를 써서 우체통에 넣었지요.
"수고했고 애썼으니, 오늘 예쁜 올레길을 선물로 받으시게. 우리도 바람 부는 대로 같이 걸어 보세. 진심으로 고맙고 사랑하네."
1코스의 종점 성산포를 뒤로하고 광치기 해변에서 출발하여 바다와 내륙을 품은 오조 포구 마을길 바다 같은 하늘과 섬마을의 풍광을 스쳐 한 발 한 발 걸어갑니다. 무거워진 발걸음도 쉴 겸 성산읍 정겨운 마을 카페에 들러 생맥주 하얀 포말 한 모금과 에릭 클랩튼(Eric Claption)의 전자기타 LP판 아날로그 음악은 디지털 기기에 지친 여행자의 삐질한 땀방울을 한여름 소나기처럼 달래 줍니다.
"2코스에서 다시 출발이다."
생사가 걸린 검투사인양 무겁고 사납게 달려온 청춘의 시간들처럼 대수산 오름 정상까지 숨이 차도록 씩씩거리며 다가갑니다. 멀리 성산포와 섭지코지와 바다를 다시 환하게 내려다보며 60세와 23세 동행자는 이마에 맺힌 세월의 진땀을 닦아 주며 서로 등을 토닥여 줍니다.
"그래.. 우리 치열하게 달려올 만했어요. 하지만 이렇게 돌아본 멋진 풍경이 당신 인생이야!' 우리는 오름 정상에서 덕담을 주고받고 올레 2코스의 종점 온평포구로 부지런히 내려갔지요.
성산의 바다에서 시작하여 내륙을 돌아 온평포구의 바다를 다시 만납니다. 성산포의 바다가 키 크고 늠름한 남성이라면 은평 포구의 바다는 예쁘고 귀여운 여성처럼 포근합니다.
생존과 번영의 사투, 그리고 선진 대열에 들기 위한 주경야독 전투의 나날로 보낸 지난 37년간 일기장에 묻고 잊었던 청년과의 올레길 1, 2코스 여행은 가뭄의 단비처럼 강렬하고 행복함을 가져다주었지요.
그러나 나는 새로운 인생 2막 새로운 미래의 길로 나서야 하기에 일기장에서 소환한 청년을 온평 포구에서 놓아주기로 했지요. 그림 같은 포구 해변에서 함께 바다를 보며 우리는 작별의 악수를 했지요.
시인 윤동주의 '참회록'의 구절을 자주 읊던 23세의 청년에게 저는 그 시를 각색하여 작별의 인사를 했지요.
"파아란 녹이 낀 구리거울 속 아닌
푸른 바다에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치열한 젊은이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고마운가"
윤동주의 참회록을 읽으며 미래에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고자 했던 청년들의 결심으로 지금의 21세기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 되었으니 이제부턴 참회록을 읽되 더 이상 걱정하지 말라고. 우리는 더 이상 욕된 왕조를 물려줄 선조가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지요. 인생 2막 새롭게 해야 할 성장과 배움의 세월이 흘러 훗날 세상과 작별할 시점에 우리 다시 만나 기쁜 마음으로 함께 지구별을 떠나자고 했지요.
그렇게 우리는 은평 포구에서 토닥이며 멋진 작별의 포옹도 했지요.
"스물세 살 나의 청년이여 안녕~"
(올레길 3코스 이야기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