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일거수일투족에 반기를 드는 사람들 중에 내 편 찾기
2024 갑진년 새해 아침에 눈을 뜨며 내가 나에게 덕담의 인사한 줄 보냅니다.
“익준 군, 신년의 태양을 바라보며 새해 복 많이 받으시게~"
"익준 군,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무한의 시간 속에, 항상은 아니어도, 자주 기뻐하도록, 바빠도 쉬엄쉬엄 기도하도록, 범사에 감사하는 삶의 이야기를 채굴하여 세상에 보내는 광부가 되어 보시게~"
억겁의 블랙홀을 거느리는 우주에는 수천억 개의 은하가 있다고 하지요. 각각의 은하에는 저마다 1000억 개에 육박하는 별들이 존재한답니다. 우주 속 1000억 개 은하계 중에 내가 살고 있는 지구를 품고 있는 갤럭시(Galaxy). 그 속에 바람 속 먼지처럼 작은 별, 아~ 우리의 지구(Earth)를 생각하며 갑진년 새 아침의 태양을 바라봅니다. <코스모스(Cosmos)> 작가이자 과학자 칼 에드워드 세이건(Carl Edward Sagan)의 글에 의하면 45억 년간 태양의 주위를 돌며 생존한 우리의 별 지구를 먼 우주에서 바라보면 애처로울 만큼 창백하고 작은 푸른 별 하나이지만 그 별 속에는 수백만 개의 생물들이 종(species)-속(genus)-과(family)-목(order)-강(class)-문(division)-계(kingdom)로 분류되어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지요.
태양은 새 아침의 빛을 노랗고 붉게 끓여내어 지구인들이 받아먹으라고 찬란한 해맞이를 선물합니다. 지구별이 새로운 공전을 시작하는 새해 아침, 푸르게 시린 새벽어둠을 걷어내는 일출을 만나러 한반도 남쪽의 섬 추자도로 훌쩍 찾아갔답니다.
(사진=최익준)
구름 진 태양 빛에 내 얼굴 하나 적시니, 가슴속 울컥하는 감정이 원단(元旦)의 하늘과 구름을 뚫은 빛에 버무려져 나도 모르게 “아~ 그저 매사에 감사하며 행복하게 살다가 남은 생애 지구별에 진 빚을 갚고, 나의 조국과 이웃에게 감사하며 떠나고 싶어···”라는 소망이 태양 빛을 받아먹은 목구멍에서 환희의 송가처럼 솟구쳐 나옵니다.
과연 난 진정 행복한지, 나에게 '행복'이란 무엇인지 떠오르는 붉은빛을 바라보며 생각해 봅니다. '행복이란 높은 정신력이 낮은 정신력에 의해 괴롭힘을 받는 일이 없는 경지이며 안일이란 낮은 정신력이 높은 정신력에 의해 괴롭힘을 받은 일이 없는 경지'라고 한 독일 철학자 게오르그 짐멜(Georg Simmel)의 '행복에 대한 정의'를 대입해 보니 나는 꽤 행복한 사람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삶 대부분의 나날에 제 심신이 결코 평화롭거나 낮은 정신력으로 이기적인 세계관에서 자유롭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사회적 성공과 성과와 내 업적을 과시하려는 강박관념 속으로 빨려 들어가곤 했음을 고백합니다.
사회적 성공과 오만함은 거꾸로 진정한 나 자신을 잃어버리도록, 나의 내면적 자존감을 스스로 떨어뜨리는 말과 행동을 뿜어내며, 높은 정신력의 세계에 속한 배려와 베풂의 기쁨을 날려 버린 날도 없지는 않았으니까요. 그렇게 매일의 이기심과 배려심이 충돌하며 흔들리는 하루들이 내 생애를 관통하며 지금까지 이어졌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당신의 모든 나날도 게오르그 짐멜(Georg Summel)의 행복 정의를 대입해 본다면 낮은 정신력을 끌어내는 혼동과 실망의 일상에 흔들리지 않을 만큼 늘 온전히 확실하게 행복한 삶을 살았다고 말할 수 있을지요?
행복하기 위해서라면 나의 존재를 인정해 주며 나의 편이 되어 주는 이가 내 주변에 있어야 한다고 사회과학으로서의 심리학이 주장합니다. 이론적으로 검증된 사실이기도 하지요. 그렇다면 과연 나의 편은 어떤 사람을 지칭하는 걸까요?
최고의 의미에서 진정한 '나의 편'은 나를 가만두지 않고 나의 내면 깊이 들어와 자주 각을 세우며 나의 모든 고민에 사사건건 개입하며, 나와 각을 세워 갈등하고 신랄히 싸우면서도 결코 내가 무시하거나 추방할 수 없는 사람, 나의 일거수일투족에 반기를 들지만 이상하게도 시간이 지날수록 '그 사람이 옳다'라고 생각되는 사람, 그런 사람이야말로 진짜 '나의 편'이라고 합니다.
새해 새 태양을 바라보며, 진정하게 각을 세워 내 편이 되어 주는 가족과 친구와 동료들에게 감사하며 나는 그들에게 어떤 소중한 무엇이 될 것인가를 생각합니다. 근원적으로 그들과 함께 행복하기 위하여서라면 나와는 달라도 서로 그 다름을 존중하며 그들로부터의 신랄한 비평과 치열한 주장을 경청하고 받아들이는 경건한 태도를 유지하기를 나 스스로에게 기도합니다. 저 태양을 바라보면서 말입니다.
(그림=최익준)
신년의 신천지를 비추는 저 태양처럼 생애를 빛나게 하고 싶다면, 기울어진 세상을 찾아 평평하게 되돌리려는 노력, 가난한 삶의 운동장에서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 피 흘리는 이웃들에게 진통제를 전하고 걸림돌을 제거하는 진보의 한 걸음 앞으로 나갈 수 있도록 기도합니다. 당신과 내가 이 춥고 험한 세상에 따뜻한 집 한 채 지어 주는 '까칠한 희망의 벽돌 한 장'을 나눠 준다면 그 이상 얼마나 더 행복할까요?
새해 첫날 나의 달력에는 식어간 방을 데울 연탄이 필요한 분들에게 같은 편이 되도록 연탄 배달부가 되고, 추위 속 배고픈 이웃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퍼주며 같은 편임을 전하는 호모사피엔스 사피엔스(Homo Sapiens Sapiens) 동족이 되어 볼 계획과 일정을 적어 봅니다.
당신은 새해 누구의 편이 되어 행복한 한 해를 보내실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