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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밖엔 난 몰라 Jul 21. 2024

낭만이란? 주어진 것 아닌 성장하는 것

1. 호기심을 놓지 않는 용기, 나 답지 않은 것을 인정하는 겸손의 힘

성공한 CEO의 평판을 이젠 잊기로 합니다. 자발적 은퇴를 감행 한지 벌써 햇수로 2년 차에 들어 섰으니까요.


회사를 떠날 때 후배 동료들에게 경조사 말고는 서로 연락하지 말자고, 과거의 인연에 구애받지 말고 각자 새로운 현실과 성장에 충실하자고  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여나 제가 잘 살고 있는지 궁금해하는 친구들과 동료들에게 공유할 겸, 달라진 오늘 하루 일상들을 정리해 봅니다.


1. 아침에 눈을 뜨면 창문 커튼을 열어젖히고 복식으로 쉼 호흡을 합니다.  (은퇴 전에는 눈을 뜨자마자 출근 준비 그리고 아침 면도와 옷매무새에 온 정신이 팔려 있었지요.)


2. 양손으로 볼짝을 꼬집으며, 갓 잡은 물고기의 아가미처럼 내 심신이 펄떡이며 살아 있음을 확인합니다.  동트는 해를 바라보며 "오늘도 건강하니 감사합니다"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기지개를 쭈욱 켭니다.


3. 생수 한 잔에 유산균 한 알 가볍게 털어 넣고  아침 식사로 사과 한쪽과 바나나 한 잎 베어 먹고 KBS 아침 클래식 음악을 듣고 씩 웃으며 나의 하루를 시작합니다.


4. 어제 하루를 복기하며 '나의 언행이 주변 사람들을 배려했는가?' 그리고 '나의 언행이 주변 누군가에게 조그만 상처가 되지 않았을까? 오늘의 첫 질문을 시작합니다.


5. 오늘 하루 나를 포함 주변사람들과 (천성적으로 다정하지는 못해도) 나누고 배려하도록 무엇을 해야 할까? 생각하며 내 하루의 일정과 약속들을 챙겨 봅니다.


6. 특별한 일 없는 날의 오전에는 1~2km 수영을 하거나,  기분에 따라 새로 생긴 진흙 산책로 공원에서 맨발 걷기 하는 철학자가 되어 봅니다. 운동 중에 오늘 무엇을 쓰고 읽을지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봅니다.


7. 점심 식사를 하기 전에 오늘의 체중, 혈압 그리고 혈당을 확인합니다. 세 가지 측정치에 따라 오늘의 식사량과 추가할 운동량에 여부에 대한 계획을 스스로 정리하고 다잡아 봅니다.   


8. 지난 일 년 오후 시간에 그림을 그리고 전람회를 부지런히 다니긴 했지요. 그림을 시작한 지 몇 개월 후 미술을 전공한 친구는 저의 초보 그림 몇 점을 보고는 "그다지 재능은 보이지 않으니 그냥 취미 삼아 그리든지 말든지.." 솔직한 평가를 듣고는 실망감에 젖어 한동안 열정이 식어 가는듯 했지요. 그러나 내가 더 잘 할 수  있고 즐길 수 있는것에 몰입해 보라는 친구의 조언이 지금은 그저 고맙기만 합니다. 예술적 감각과 기질만으로 짧은 시간 안에 재능에 발견하여 꽃을 피우기엔 역부족 이라는 잠정적 결론을 내리고 나니 제 마음이 훨씬 편해졌지요. 예술의 세계에서는 열심히 해도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라 솔직히 받아들이도록 미술을 통해 배웠으니까요. 예술의 시간은 내 재능을 탐험하고 발견한 기쁨을 즐기고 받아 들이는 태도를 가르쳐 주었지요.  



9.. 지난봄, 집 앞 하얀 목련이 활짝 피고 벚꽃이 바람에 실려 비행할 때였습니다.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공공 도서관의 독서클럽에 신입생 새내기로 가입하여 매주 한 권의 책을 정독하고 토론하기 시작하면서 마치 학생으로 되돌아간 기쁨을 되찾아 가고 있지요. 경영 자문으로 일 하는 틈틈이 독서일기를 쓰고 정해진 책을 주별로 한 권씩  읽으며, 독서토론회 정회원으로 승격하기 위해 밤 잠을 설치며 완독을 하는 자발적 고난의 시간을 기꺼이 즐기는 나를 재발견하는 요즘의 나날입니다. 이번 여름은 19세기 러시아 작가 도스토옙스키의 장편 소설 '죄와 벌' 문장들을 다시 꺼내 읽기에 몰입하고 있음을 공유합니다.  스무 살에 읽었던 주인공이자 대학생 '라스콜니코프'에게 친구 같은 동년배의 연민을 느꼈다면, 지금의 나는 그의 아버지뻘이 되어 그의 내면과 정황을 읽어 내며 사회 제도의 모순과 빈부격차가 개인과  사회를 병들게 한다는 성숙한 감정을 스스로 발견하게 됩니다. 폭력과 살인이 절대 정당화할 수 없는 사회로 가려면 지금 AI 인공지능의 시대에 우리가 그리고 내가 무엇을 해야 하며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지 고민을 하며 깊어 가는 여름밤 매미소리를 함께 듣습니다.



10. 한 달에 불과 하루 이기는 하지만 노숙자 쉼터에서 밥 짓기와 설거지 봉사를 시작했습니다. 식사를 하기 위해 찾아온 분들은 예수님의 형제이며 하나님의 사랑을 받아야 할 형제들임을 잊지 말자는 김하종 신부님의 말을 믿기로 결심했습니다. 은퇴 후 틈틈이 봉사와 소액기부의 참 맛을 알게 되었습니다. 성씨가 다르고 혈육이 다른 이들의 배고픔과 아픔을 줄이는 직접적인 노력이야 말로 나를 비우고 공존의 갈로 들어선 기쁨을 주니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간 내성적이고 먼저 다가가지 못하는 내 수줍음은 노숙자 분들과 충분히 공감하는 사람이 되지 못한 내성적 천성 때문에 좀 고민이 되기는 합니다. 


11. 매월 정해진 마감 날짜에 신문사로 보내는 에세이를 기고해야 하는 일정에 늘상 쫓기기는 하지만, 기고를 하고 나면 또 하나의 계단을 쌓은 성장이 보람으로 발효 합니다. 이번 가을에는 다른 문예지에도 글을 싣고, 출판을 목표로 틈틈이 그리고 꾸준히 써 보려 합니다. 은퇴 후 기쁜 일상을 만드는 용기와 끈기에 대한 글을 쓰면서, 스무 살 시절의 내가 나에게 돌아온 듯한 설렘의 시간을 기쁘고 가치 있게 사용하고 있지요.


12. 일주일에 최소 이틀은 내 경험과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분들과 수입에 관계없이 일을 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분 중에 규모에 관계없이 경영의 여러 가지 어려운 문제들 때문에 앞길이 보이지 않거나, 경영코칭을 받기엔 예산이 부족한 분은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13. 청년시절 내가 즐겨 듣던 CD들을 서재에서 찾아내 듣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답니다. 오늘은 장거리 운전 하는 길에  스모키(Smokie) 밴드그룹의 의 'What can I do'를 틀어 놓고 목청껏 따라 부르며 실비집에서 젓가락 장단으로 함께 불렀던 친구에게 카톡으로 이 노래를 공유했지요. 노래를 들은 친구로부터 "주말에 만나 밴드를 새로 결성하자"는 답글이 왔습니다. 우리가 건강하게 살아 있는 세상은 여전히 넓고 할 일이 너무 많습니다.  봉사하러 가는 길에, 도서관 가는 길에,  일하러 가는 길에 스모키의 이 곡 들을 때마다 도파민과 세로토닌의 선물을 듬뿍 받아 제 기분은 풍선처럼 화악 달아오릅니다.


https://youtu.be/7 RJwk3 jbHV0 (Smokie, 'What Can I Do?")


What can I do? and What can I do? I will start all over again! 

오오~ 활짝 핀 우리들의 젊음을 차분하고 뜨겁게 붙태우리라 내 친구여~ 낭만밖엔 난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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