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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밖엔 난 몰라 Feb 04. 2024

나쁜 현재는 잊고 열정으로 미래를 찾으라 - 피렌체에서

르네상스와 열정의 도시 피렌체가 나에게 말을 걸어 왔다


이방인이 되어 낯 선 도시에 처음 도착할 때의 묘한 설렘, 행여나 길을 잃어 헤맬까 두려운 긴장감, 그러나 그곳에서 누군가를 만날 것  같은 기대감의 감정들이 어우러질 때 비로소 우리가 살던 익숙한 생활의 중력으로부터 벗어나 여행자의 세계로 진입하게 되지요. 마치 지구를 떠난 아르테미스 탐사선이 우주정거장을 거쳐 달나라에 진입하는 기분이라고 할까요?  남 부럽지 않은 직업의 커리어를 쌓기는 하였으나, 서투른 그림을 시작하려고 화방에 들러 4B 연필에 스케치북 그리고 물감과 팔레트를 고를 때와 피아노를 배우기 위해 체르니 첫 연습곡을 시작할 때의 떨림과 같다고 할까요? 


(피렌체의 700여년 스카이라인을 대표한 두오모 대성당/ 사진=언스플래쉬)


14세기부터 70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르네상스' (Renaissance) 유전자가 여전히 숨 쉬고 있는 꽃의 도시 피렌체(Firenze).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 주인공 '준세이'와 '아오이'의 시큼한 이별과 재회가 녹아 있는 피렌체 시내를 걸어가며 눈 마주치는 사람들에게 '저 10년 만에 피렌체에 다시 왔어요' 뜻으로 눈인사를 교환하며 피렌체 대성당을 바라보는 꿈같은 길을 현실에서 걸어갔지요.  


피렌체 역을 뒤로하고 시내를 가로질러 피렌체를 대표하는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Cattedrale di Santa Maria del Fiore; 르네상스를 선도한 피렌체의 건축가 필리포 브루넬레스키가 설계한 돔으로 알려진 성당으로 직역하면 '꽃의 성모 마리아 대성당')을 찾아가는 길을 걷다 길거리 카페에 들러 10년 만에 피렌체와 만남을 자축할 겸 '본~조르노 피렌체' (Buon~Giorno Firenze; '굿모닝 피렌체'의 뜻) 젤라토 아이스크림과 커피 한 잔으로 여행자의 하루를 시작했지요.


(피렌체 역사에서 두오모광장 가는길 젤라토 까페. 10년만에 피렌체 입성을 자축하며 / 사진=최익준)


700여 년 전 피렌체는 당시 은행업으로 재벌이 된 메디치 가문과 길드 중심의 중소 상인들이 강력한 연대로 금융과 상업이 급성장한 도시의 경제력을 바탕으로 이탈리아의 특별한 재능을 보유한 천재 예술가, 인문학자, 물리학자, 사상가들이 모여들기 시작했지요. 중세의 신이 다스리던 시대에 하나님도 교황도 어쩔 수 없었던 14세기 흑사병으로 3/4의 인구가 죽어간 유럽의 작은 도시 피렌체. 불과 100년의 시간 동안 고대 그리스 로마의 철학하는 인간성을 회복하고 발전시킨 문예부흥 르네상스의 불꽃쇼를 펼쳤지요. 


꽃들이 그리 많지 않은 꽃의 도시 피렌체 (Firenze) 시내를 질주하던 '준세이'의 고장 난 자전거를 떠올리며 아르노 (Arno) 강변을 쭈욱 따라 걷다가 돔이 보이는 두오모(Duomo) 광장을 지나 우피치 (Upichi) 광장을 찾아 헤매다 우피치 미술관을 발견하고 한참을 줄 서서 들어갔지요. 내가 익숙하지 않은 도시의 속내와 역사를 알아차리고 싶다면 지역의 미술관과 도서관을 찾아가는 게 제격이니까요.


(피렌체를 가로지른 아르노강은 바다로 흐루지만 르네상스의 시간언 거꾸로 흐른다 / 사진=언스플래쉬)

 

천국과 지옥을 노래한 단테, 인간세상을 노래한 보카치오, 정치사상가 마키아벨리, 지동성을 주창한 갈릴레이, 중세시대 신의 근엄한 모습에서 벗어나 고뇌하는 인간적 모습을 그려낸 조토, 분열과 타락한 가톨릭시대를 중세라 규정하고 자유시민 중심의 현대적 공화정을 주창한 브루니, 수학의 아름다움을 입혀 르네상스 스타일을 제시한 알베르티, 피렌체의 대표적 스카이라인 두오모 돔을 건축하고 세계 최초의 고아원을 제공한 브루넬레스코, 인간의 아름다움을 <비너스의 탄생>과 <프리마베라>로 그린 보티첼리 그 외 수백 수천 명의 천재들이 같은 시대 100년간 피렌체에서 명멸하며 인간중심 르네상스를 완성했지요. 인간의 속세도 잘 가꾸면 신의 세계 못지않게 위대하고 아름답다고 울림을 준 피렌체의 인물들을 우피치 미술관에서 한 번에 만날 수 있는 행운은 그야말로 까르페 디엠 대박이었지요. 내가 익숙하지 않은 도시의 속내와 역사를 알아차리고 싶다면 지역의 미술관과 도서관을 찾아가는 게 제격이니까요.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앞 광장 / 사진=언스플래쉬)
 



피렌체의 르네상스를 주도한 메디치가와 연대한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라펠엘로 등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화가들의 작품이 가득합니다. 미술사를 공부한 가이드투어를 신청해서 관람했는데 확실히 더 쉽게 르네상스의 시대상을 우피치 미술관에서 접할 수 있었지요. 10년 후 다시 피렌체에 온다면 카메라와 돋보기를 들고 일주일 동안 찾아볼 것이라 생각했지요. 


비너스의 탄생, 프리마베라, 라파엘로, 미켈란젤로, 카라바조 등 정말 책에서만 보았던 작품들을 실물로 보고 느낀 감동을 준 우피치 미술관은 메디치 집안에 의해 세워졌지요.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라파엘로의 작품이 대표적이고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화가들의 작품이 가득합니다. 미술에 크게 관심이 없어서 그냥 보면 아무것도 모르고 재미도 없을 것 같아서 투어를 신청해서 관람했지요. 그림에 대한 설명과 미술사적 배경을 들으면서 관람하니 확연히 그림들이 내 마음속으로 들어왔지요. 아! 이래서 인생은 공부하는 맛이로구나!~. 

(우피치 박물관 내부 / 사진= 언스플래쉬)
 

굳이 미술사와 서양미술의 전문가가 아닌 저에게 원픽 (One Pick) 작품이 무엇인지 묻는다면 저는 주저하지 않고 보티첼리의 라프리마베라 (La Primavera; 봄 또는 청춘을 뜻하는 이탈리아어)라고 답하고 싶습니다. 그 이유는 그저 간단합니다. 미술관을 벗어나 꽤 많은 날들이 지나갔어도 이 그림이 선명하게 저의 뇌리에 남아 있으니까요. 제가 본 르네상스 그림 중에 가장 많은, 190종의 선명한 봄의 꽃들이 그려져 있고 500종의 식물들이 하나의 캔버스에 담겨 있으며 인물들의 생생한 활력은 마치 디지털 명화를 보는 듯했으니, 손으로 직접 그려낸 보티첼리의 그 디테일과 생동감을 표현한 것이야 말로 최고가 아닐까요? 


 

(보티첼리의 '라프리베라(La Primavera)' / 사진=언스플래쉬)


피렌체로 가는 길 열차에서 처음 만난 아코디언 연주자와 'My Way'로 시작한 나의 하루는 우피치 미술관에서 보티첼리 형님의 '라프리마베라' 원본 그림으로 청춘의 활기를 되찾아 이 그림의 복사본이 전시된 피렌체 두오모 광장을 바라보는 골목 안 동네 까페에 들러 토스카나산 청춘의 축배 와인 한 잔으로 마무리되었지요.  


'그래 그래 맞다 맞아!~ 피렌체도 르네상스도 보티첼리 형님이 내 열정을 되찾아 주면 땡큐 까르페-디엠이지!  이것 말고 뭐가 중헌디?" 거꾸로 나이를 먹어 마음의 얼굴이 동안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피렌체 여행의 첫날을 마친 소감을 일기장에 적어 두었지요. 


(피렌체 보티첼리의 갤러리 까페에서 기념 와인 한 잔 쩅그렁~ / 사진=최익준)




[아름다운 미래의 가능성을 만날 수 있는 길은 과거의 아름다운 정신과 만나는 것이다... 인도의 철학자 라다크리슈난 (Radhakrishnan)이 말하지 않았던가? 나쁜 현재를 잊어버리는 방법은 훌륭했던 과거에 관하여 읽는 것이다] (문장 발췌 : 김성근, 천재들의 도시 피렌체, 21세기 북스)


"피렌체에서 낭만밖엔 난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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