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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멍군이 Aug 05. 2024

번외 편) 망고야, 너네 아빠야? 엄마야?

끝냈는데 또 쓰는...

망고를 키우고부터 전혀 관심 없던 고양이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다.


사실 우리 집 베란다에는 종종 고양이들이 쉬다 갔다. 1층에 살게 되면서 개별 현관문이 있었기에 그 앞쪽에 작물을 심어보겠다고 네모난 화분 4개를 사서 토마토, 고추, 상추 등등을 키우다가 제대로 키워보지도 못하고 벌레들이 꼬이더니 다 죽여버렸다...


하지만 난 또 작물을 심었다. 내 화분들은 베란다 앞부분에 개별 화단이 있는 곳에 놓게 되었다.  내 나름의 분석을 해보았는데 현관문 앞쪽은 해가 오래 들지 못했다. 아침에만 잠깐 반짝했기에 작물을 키우지 적절하지 못했다고 파악이 되어 이번엔 아파트를 지을 때부터 '이 자리에 화단을 꾸미세요!!'라고 되어 있는 그곳에 화분을 올려놓고 심었다.

 

그런데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화분에 물을 주기 위해선 베란다 창문 같은 문을 열어야 했는데 그 사이 모기들이 나를 공격했다. 하필 난... 모기들이 엄청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나만의 미니 농사체험은 끝이 났다.


내 나름 투자했던 화분은 아까워 버리지 못하고 그대로 방치...

여름이 지나고 겨울이 되었다...


화분이 놓인 베란다가 있는 방은 내가 일하는 공간으로 주로 블라인드가 쳐져있다가 오후가  되면  블라인드가 올라갔다.


그날도 평상시처럼 블라인드를 올렸는데

어머낫!!!


내가 너무너무 무서워하는 고양이란 녀석이 나를 힐끔 보더니 베란다창살 사이로 몸을 비집고 가버렸다. 내가 뭘 본거지... 엄청 뚱뚱해 보이는 고양이가 얇디얇은 베란다틈사이로 나가다니... 그리고 어떻게 여길 온건지도 신기했다.


그것이 처음이었는지 몇 번째였는지는 모르지만 그렇게 동네 고양이들이 간간히 찾아주었고 덕분에 우리 집 아이도 고양이 구경했고 다른 집 아이들도 그렇게 고양이를 만나게 되었다.


내 인생에서 고양이는 그 정도 유리창 사이의 거리를 두고 보기만 하는 존재라고 생각했는데 망고를 데리고 온 후부터는 괜스레 고양이들이 더 반가웠다. 그리고 망고가 아기 때 발견된 거니 동네 고양이들 중에 우리 망고의 아빠, 엄마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뭐 알 턱이 있나...


망고는 자주 베란다 밖을 구경했다.


천장을 뚫을 기세로 만든 캣타워 덕분에 높은 곳에서도 밖을 바라보고 아랫부분에서도 바라보는데 어느 날 망고가 알 수 없는 소리를 냈다. 환기하려고 열어둔 창문 앞에서 밖을 보며 털을 세우고 소리를 내는 것이었다. 왜 그런가 싶어서 슬금슬금 가보니 모르는 치즈냥이가 망고를 창문 사이로 보고 있었다.


온몸에 털이 다 서고 귀가 막 움직였다.


"으악!! 쟨 뭐야??!!!"

내가 망고 때문에 고양이들에게 관심을 보인다 해도 아직 다른 고양이들에게 마음을 준 건 아니기도 하고 창문 가까이에 얼굴을 디밀고 있는 고양이는 없었기에 순간적으로 정말 깜짝 놀랐다.


온 가족이 모두 유리창에 붙어 쳐다보는데도 움직이지 않는 녀석!!! 괜스레 우리 망고가 놀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지만 생김새를 보니 치즈냥이인 데다가 가까이 온 것을 보니 혹시 우리 망고의 아빠?? 아님 엄마??


추궁해 보려는 찰나 녀석은 유유히 가 버렸다.


"망고야, 쟤 누구야?? 너 아는 고양이야?? 혹시 아빠야?? 엄마야??" 망고에게 물어봤지만 망고는 그 고양이가 가버린 곳을 멍하니 보기만 했다.




난 고양이에 관심이 없으니 몰랐지만 우리 동네 고양이들에게는 각자 이름이 있었다. 물론 동네 아이들이 고양이를 부르는 이름이 있단 건 알았지만 내 눈에는 그 고양이가 그 고양이었던 터라 내 눈엔  똑같이 고양이일 뿐이었다.


그런데 길고양이였던 우리 망고 때문에 동네 고양이들에게 관심이 가기 시작했고 특히나 우리 집 베란다에는 고양이들이 수시로 왔었으니 그 고양이들만큼이라도 관심을 줘야겠다 생각했다.


하지만 실천은 어려웠다.


그동안 열심히 일해왔으니 올해만큼은 좀 쉬어보자라고 다짐했던 나는 온데간데없고 요식업이라는 것도 모르던 내가 요식업을 하겠다고 일을 벌여 새로운 것을 알아가야 하는 어려움에 빠지게 되었다. 브런치에나 신나게 글 썼지 다른 것은 안 했기에 온라인시대? 인 현재를 살아가기 참으로 버거워졌다.  


그러다 보니 우리 망고도 제대로 못 챙기는 것 같고 동네 고양이들에게 이 더운 날 물조차 주지 못하는 정신상태에 빠진 것이다.


휴가도 없다 일이나 하자~라고 생각했지만 또 사람 마음이란 게... 그래서  그냥 집에서 딱 하루 빈둥거리기로 했는데 하필 또 망고가 한참 동안 유리창 밖을 보고 있더니 뭐라 뭐라 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남편이 반응을 해주었다.

"망고가 비둘기 보고 소리 낸 건가 봐."


"비둘기?? 뭐?!! 비둘기?? 이 동네는 비둘기가 없는데 웬일이야!!! 진짜 이상기온으로 인해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나 봐!!" 라며 비둘기도 어디선가 살고 있었을 텐데 더위를 먹었는지 나는 헛소리를 해대고 있었는데 망고가 또 소리를 냈다.


비둘기가 또 왔나 싶어서 나도 덩달아 유리창을 내다보는데 비둘기가 아니었다. 저번에  유리창 앞까지 온 그 녀석!!! 망고랑 비슷한 치즈냥이가 오른쪽 손을 쭈욱 내민 채 지쳐 쓰러져있었다. (내 눈엔 지쳐 보였다. 왜냐하면 그날 밖에 나갔다가 엄청 더워서 서둘러 집으로 들어가 빈둥대기 시작했기에 더위 때문에 지쳤다고 생각했다. )


'그래... 이 더위에 그럴만하지...' 그러고 망고에게 우리는 시원하게 에어컨 틀고 있는데 밖에 있는 저 고양이는 덥겠다 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또 빈둥대기 시작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망고는 한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계속 밖을 보았고 뭐라 뭐라 우리에게 말을 했다. 근데 그 말이 점점 많아지는 것 같아서 또다시 밖을 봤더니 아까 봤던 고양이가 그 자세 그대로!!


널부러져있는 녀석과 그걸 지켜보던 망고

"뭐야?? 쟤 죽은 거야?? 아니면 너무 더워서 죽어가는 거야???"라고 남편에게 말하니 남편도 걱정을 했다. 아까부터  계속 그 자세로 있는 것이 이상하고 괜스레 걱정되어 급히 뭐라도 먹여야 할 것 같아서 물이랑 습식캔을 따서 남편이랑 갖고 나갔다. 그 사이 망고 구조해 준 언니께 카톡 투척~!


  그 녀석은 불쌍한 눈빛을 보내며 낑낑대더니 어느새 자세 잡고 폭풍 먹방...


"뭐지... 더워서 그냥 널브러져 있었던 건가... 근데 쟤 망고랑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치즈냥이들은 다 똑같나...?"


남편도 덩달아 "너 우리 망고  아빠니?? 아님 엄마니??"라며 물었는데 그 녀석은 폭풍 먹방 찍느냐고 우리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폭풍먹방 찍는 길냥이와 먹이 잘 갖다줬냐며 아는체 해주는 듯한 망고 ㅎ


우리의 걱정과는 다르게 녀석은 잘 먹었고 잘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냥 그 녀석은 더워서 널브러져 있었던 것이다... 다행이네...^^ 우리 망고랑 비슷한 치즈냥이고 하필 우리 집 앞쪽에 사니 서로 인사하며 잘 지내보자. 그리고 우리 망고 낮에 혼자 집에 있을 때 창 밖에서 친구 돼 줘서 고마워.라고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인사하고 집으로 갔다.


망고 구조해 준 언니랑  이야기를 나눠보니 고양이들은 오히려 겨울이 걱정이라 하셨다. 추운 걸 싫어한다고... 그러고 보니 요즘 들어 망고가 자꾸 이불속으로 들어가 궁둥이가 내놓고 있었는데 그래서 그랬나 보다. 우린 망고가 집 안에서 더위에 지칠까 봐 간간히 틀어준 건데...^^;;; 그럼 우리 망고를 위해 겨울 대비해서 거실에 깔 전기장판이라도 구매해야 하나...


너 추워서 그런거였어? ㅎ 근데 우리집 에어컨 잘 안트는데…

아무튼 망고의 친아빠, 엄마는 모르지만 넌 우리 집 막내야~!!!


뭘해도 귀여운 망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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