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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숲 Aug 21. 2023

소개팅 삼세판 법칙, 대체 누가 만든 건가요


소개팅 세계에는 암묵적인 룰이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소개팅 삼세판 법칙. 말 그대로 세 번 만나면 연애를 시작하던가 만남을 끝내던가 둘 중 하나에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 그런데  세 번이라는 숫자가 과연 누군가를 파악할 만큼 충분한 숫자인가?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한두 번 휘뚜루마뚜루 만나고 후루룩 뚝딱 상대방을 파악한 다음, “우리 사귈래요?”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좀 부자연스럽지 않은가. 하지만 소개팅에 임할 때에는 질질 끌지 말고 세 번에 승부를 봐야 한다고 다들 입을 모아 조언하는 게 아닌가!


예전에는 별다른 생각이 없었는데 오래간만에 소개팅을 하려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런 고로 이번 소개팅은 조금 다른 각오로 임하기로 했다.


일단 좋든 싫든 10번을 만나볼 것. (물론 남자 쪽에서 정중히 거절한다면야 나도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그러고 나서 진지한 관계로 발전시키면 좋을지 아닐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기.


혹자는 3번을 만나든 10번을 만나든 별다른 차이 없는 거 아니냐, 그게 그거 아니냐-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세 번 보다 열 번이 낫지 않겠는가. 만나다 보면 처음에는 몰랐던 매력을 발견할 수도 있는 거고.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있겠만)


소개팅남을 10번 정도는 만나봐야 하는 거 아니냐고 친구들에게 말했더니 다들 ‘얘 뭐야?’하는 표정을 짓는다. 사귀지도 않을 거면서 10번을 만나는 것 자체가 이상하고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얼마나 황당하겠냐며 극혐의 표정을 날린다. 듣고 보니 또 일리가 있다. 그래, 어느 정도 호감이 있으면 계속해서 만나되 그게 아니라면 정중히 거절하는 쪽으로 대충 갈무리를 지었다.


그리고 대망의 소개팅 D-day.


늘 그렇듯 소개팅 당일엔 마음이 심란하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한여름에 하는 소개팅이어서 더 그랬던 걸까. 단정한 바지와 여성스러운 블라우스를 갖춰 입고 집 밖을 나서는데 가슴이 콩닥거린다. 치마를 입을까도 싶었지만 다리에 상처가 많은 편이어서 웬만해서는 맨다리에 치마를 입지 않는다. 그래도 이 정도면 애 많이 썼다. 평소엔 청바지와 헐렁한 티셔츠를 입고 다니는데 말이다. 거울에 비 내 모습이 어색하게 느껴다.


‘오늘은 어떤 사람을 만나게 될까?’

‘이 사람이 내 인연일까?’


아직 만나지도 않았는데 김칫국부터 사발 드링킹하는 액션은 오늘도 빠지지 않는다. 생각은 늘 저만치 앞서서 벌써부터 따다다단 따라라란~ 결혼행진곡을 틀어놓고 있다. 먼 미래로 달음박질을 치는 생각의 고삐를 애써 잡아 본다. 워워워~


‘그냥 부담 없이 맛있는 밥 한 끼 하고 온다고 생각하자.’


내리쬐는 햇볕에 뜨거워지는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며 마법의 주문을 되뇌어 본다.


언젠가는 나도 인생의 반쪽을 찾을 수 있을까?

나도 이제는 결혼이 하고 싶은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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