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숲 Aug 14. 2023

사주를 보러 갔더니 2025년 전에는 꼭 결혼을 하란다


동네에 사주 보는 곳이 생겼다. MBTI든 사주든 개인의 특성을 알려주는 것에 관심이 많은 성격지라 유혹을 떨쳐내기 힘들었다. 그래도 어렵사리 모은 돈을 허투루 쓸 수 없지. 입맛 다시며 힐끗힐끗 간판 쳐다볼 뿐이었다.


‘절대 유혹에 넘어가지 말아야지…’


굳은 다짐을 하고 하였건만 인생은 역시 대로 흘러가 않다. 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가랴.


언젠가 굉장히 별로인 하루를 보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하늘도 무심하지! 무심코 돌린 시선에 사주가게가 쏙 들어오는 게 아닌가? 아니지, 어쩌면 이게 바로 하늘의 뜻지도 모르지. 바로 오늘이다 싶었다.


워낙 행동파여서 뭐 하나에 꽂히면 바로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시한폭탄 같은 성격이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덧 사주쟁이에게 생년월일시를 읊어주고 있더라. 환장할 노릇이다. 그래도 기왕 보러 왔으니 귀를 쫑긋 하고 뭐라 말하는지 잘 들어보기로 한다.


알아보지 못할 한자를 쓱쓱 써 내려가던 사주 아저씨는 미리 작성해 놓은 스크립트를 읽는 사람마냥 술술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낸다. 앞으로의 커리어가 어쩌고 성격이 저쩌고 끊임없이 단어들 쏟아진다.


그러다 갑자기 숫자 ‘2025’를 크게 쓰더니 엄한 표정으로 한 마디 하신다.


“2025년 전에는 꼭 결혼을 해야 돼. 안 그럼 아가씨 시집 못 가.”


못 가…못 가…? 못 가?!?!!!! 잉? 이게 무슨 귀신 시나락 까먹는 소리입니까?


2025년이  남지 않은 이 시점에서 어쩌라고 제게 이런 시련을 주십니까. 이런 소리 들으려고 내돈내산 한건 아닌데 말입니다. 좌절스런  표정에도 한치의 흔들림 없이 그는 단호하게 말한다.


“2023, 2024년에 좋은 인연수가 있으니 꼭 잡아.”


오지도 않은 남자를 어떻게 잡으란 겁니까? 

난처 상황이지만 두 손을 꼭 쥐며 그놈(?) 꼭 잡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연애 시작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얼른 결혼이라는 매듭을 후딱 묶고 싶은 나의 모습... 이러는 거 매우 비정상 아닌가요? 그렇지만 미혼의 여성이라면 한 번쯤 하게 되는 생각이지 않을까. 예전에는 이렇게까지 유난스럽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오늘따라 심란한 하루를 보내서인지 유독 더 그러는 것 같기도 하고.


내 반쪽은 어디에 있는 걸까?


다들 짝을 찾아 잘만 사는 것 같은 말이다. 정말 사주 아저씨 말마따나 2025년 전에 뿅 하고 내 앞에 반쪽이 나타나려나. 지금으로선 상상 되지 않는 일이다. 게다가 2023년 여름이 이미 다 나가고 있지 않은가. 하하하. 그래, 아직은 1년이 더 남아있으니 차분한 마음으로 기다려보자.


난생처음 본 묘령의 아저씨가 말해준 2025년 전에 결혼할 거란 사실을 굴뚝같이 믿는 내가 몹시 우습지만 이렇게나마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 보다. 어리석고 우스꽝스럽지만 그래도 좋은 인연이 나타날 거란 말 조금은 안심을 했달까.


아-! 이제는 정말 결혼할 남자를 만나야겠다.


그런데 어떻게?

어이구, 물어볼 것도 없이 소개팅이지.

이전 04화 나의 미래남편, 혹시.. 너님이신가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