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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숲 Aug 31. 2023

왜 때문에 당장 연애가 가능할 거라 생각했니?


연애를 ‘안’하는 거지 

‘못’ 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솔로 기간이 길었지만 묘한 자신감이 있었다. 


‘내가 인기가 아주 없는 그런 스타일은 아니었지?'


‘내가 노력을 안 하는 거지, 어?! 

매력이 없는 게 아니라고~!’


'암만. 마음만 먹으면 결혼 그까이꺼 

후다닥 한큐에 끝내지.’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나르시시스트는 정말 아무도 못 말린다. 그렇게 메타인지가 부족한 상태로 당차게 자유연애시장에 뛰어들었다. 얼마 안 가 남자들이 바글바글 몰려들 줄 알았지. 그런데 어랍쇼? 뒤늦게 느껴지는 이 찬물세례는 뭐죠? 


나의 생각이 큰 오만이자 몹쓸 착각이란 걸 곧 깨닫게 되었다. 

 

아! 연애란 것이 쉽지 않은 것이구나. 

호락호락한 놈이 아니구나 싶더군.


지인들에게 막 소개팅을 받기 시작했던 때야 가벼운 마음으로 워밍업 한다 치고 애프터가 없어도 OK~ 상대방과 대화가 그닥 통하지 않아도 쿨하게 ‘오케이~ 뭐 나랑 인연 아닌가 보지. 자 그럼 다음~’이라 생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연애가 시작될 조짐은 없고 계속해서 김 빠진 콜라처럼 밍밍한 만남이 이어지니 슬슬 조급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일명 똥줄이 타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옛전에 느꼈어야 할 감정이다. 한 살이라도 더 어리고 싱그러울 나이에 다양한 사람을 만나보고 원 없이 사랑도 해보고, 지지고 볶고 싸움도 하고 뭘 하더라도 그때 다 했었어야 했는데. 


이제와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람. 


시간은 묵묵히 자기의 갈길을 갈 뿐이고 그러는 와중에 나는 30대 중반이 되었으니 뭘 어찌하겠는가. 빠르게 현실을 직시하고 상황에 맞는 만남을 성사시키려는 노력을 할 뿐. '성사'라는 단어의 어감이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의 마인드인 것 같지만, 어쩌면 비즈니스맨 특유의 추진력과 기세가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한 요소일지도 모른다.

 

자, 그러면 어찌 되었건 스파크 튀는 만남을 성사시켜야 하는데 말입니다- 


안타깝게도 소개팅을 전전하다 보니 ‘쌍방의 호감’이라는 것이 사막에서 바늘을 찾는 것만큼 무지막지하게 어려운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상대방이 나에게 호감을 표시하면 내가 시큰둥하거나, 소개팅남이 마음에 들면 이번엔 그쪽에서 반응이 없거나. 이런 상황이 누적되다 보니 이 짓거리도 못해먹겠다 싶더라. 


아효, 몇 번이나 봤다고 우리는 이렇게 빠르게 판단을 내리고 쉽게 끝내버리는 걸까요. 서로 재고 따지니 관계를 시작하기가 더욱 조심스럽고 어렵다. 


20대의 연애가 '불'의 성질에 가깝다면, 

30대 중반의 만남은 ‘물’에 가까운 느낌이다. 


그것도 상온에 있는 미적지근한 물. 이성적 사고에 사로잡힌 미지근한 남녀가 나누는 대화가 설렐리가 있나. 물론 나도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으니 에너지를 주체할 수 없는 불 같은 남자를 만나길 바라는 건 역시 속물적인 마인드겠지. 아무래도 적당히 탐색전을 펼치다 마음 가는 상대에게 조금씩 스며드는 것이 30대의 연애인가 보다. 그리고 그것이 내가 적응해야 할 새로운 뉴 노말. (스파크여, 안녕!)


물론 모든 30대의 연애가 그런 것은 아닐 거다. 20대보다 더 불 같은 사랑을 하는 커플도 분명 있겠지.


그런 사랑을 나도 할 수 있을까? 


죽기 전에 가슴 절절한 사랑 한 번쯤은 해보고 죽어야 하지 않겠는가. 소울메이트의 존재를 믿는 운명론자로서 아직은, 열린 결말로 내 인생의 ‘사랑 챕터’를 활짝 열어 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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