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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숲 Aug 12. 2023

노력을 해야지, 노오력을!


가끔씩 비혼주의자라는 오해를 받는다. 


워낙 남자 얘기나 사랑 타령을 하지 않으니 아예 관심이 없는 사람으로 생각하나 보다. 하긴, 연애를 오래 쉬기도 했다. 


지인들은 어서 시동 꺼진 연애 활동에 숨을 불어넣어야 한다고 닦달했지만 만사가 귀찮았다. 새로운 남자를 어느 세월에 만나 서로를 알아가고 지지고 볶고 화해하고 그러고 앉아있나. 상상만으로도 귀찮다. 


나의 행복을 응원해 주는 건 고맙지만 지나친 관심이나 충고가 불편할 때도 있었다. 그럼에도 포기를 모르는 양반들은 만날 때마다 같은 질문을 던진다.



“그래서~ 요즘 만나는 사람 있어?”



입을 샐쭉 내밀며 없다고 말하면 하나같이 입을 모아 말한다.



“얘 좀 봐라! 달숲아, 연애를 하려면 노력을 해야지, 노오력을!”



여기서 말하는 노력이란 또래 남성이 있을만한 동호회 모임에 가거나 주변을 들쑤셔 소개팅을 하는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태도를 의미한다. 그런데 꼭 그렇게 해야만 누군가를 만날 수 있는 걸까?


살아오며 그다지 많은 소개팅을 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딱히 적지도 않았다. 대학교 새내기 시절 멋모르고 나간 미팅까지 합하면 그래도 꽤나 다양한 이성을 만났다고 생각하는데. 그럼에도 이렇다 할 인연은 없었다.


다른 건 다 적극적인데 얘가 왜 이럴까? 연애에만 극도로 소극적인 모습에 주변 사람들은 답답함을 느꼈을 거다. 물론 어떤 의도인지 잘 알겠다. 한창 예쁠 나이에 집에 콕 박혀서 나오지를 않으니 고구마 먹은 것처럼 답답했겠지. 


마르지 않는 관심과 사랑에 감사함을 느끼지만 계속해서 사랑의 잔소리(?)를 듣다 보니 어쩐지 내가 틀에 갇힌 사람처럼 느껴진다. 


나는 노력을 하지 않는 사람인 걸까. 


사실 상황이 이렇게 되어버린 것에는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 추구)의 영향이 크다. 


한때 ‘소개팅은 운명의 만남이 아냐!’라는 이상한 믿음에 빠져 자연스러운 만남만을 추종했다. 들어오는 모든 소개팅을 튕겨내고 운명의 짝이 나를 찾아올 거라 믿었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나답게 살다 보면 곧 나의 사람이 뿅 하고 나타날 거라 생각했다. 그 사람과 결혼해서 아이도 낳고 알콩달콩 잘 살겠지. 어이없게도 그렇게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어디 인생이 내 뜻대로 되던가. 갑자기 U턴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대학교 복수전공을 하며 당시 남자친구를 만나게 된 것이다. 자만추이긴 했지만 그 사람과 있을 때 가슴이 미친 듯이 뛰지는 않았다. 


운명이란 단어와는 좀 먼 감이 있는 남자였지만, 만나면 편하고 말이 잘 통했다. 무엇보다 나를 많이 좋아해 줬다. 그렇게 5년을 사귀면서 참 많은 일이 있었다. 많이 웃고 또 많이 울었다. 어느 순간 그와의 관계에 작은 분열이 생겼고 결국 우리는 각자의 길을 걷게 되었다. 


길고 긴 연애가 끝났을 때에는 마음이 너덜너덜 해져서 누군가를 다시 만나 차곡차곡 모래성을 쌓아 올리는 과정을 다시 되풀이하고 싶지 않았다. 쌓아 올려봤자 또 무너질 텐데 무슨 헛수고인가 하는 생각에 썸도 연애도 다 놓아버렸다.


그렇게 흘러오다 보니 어느덧 30대 중반.


100세 시대를 기준으로 보면 아직 한창 청춘일 테지만, 체감상으로는 약간 비껴간 느낌이 든다. 



“달숲아, 30대 후반이 되면 슬프지만 소개팅도 잘 안 들어와.”



이렇게 뼈 때리는 조언을 듣고 집에 돌아오는 날이면 마음이 심란하다. 


다들 노오력을 열심히 해서 시집 장가를 간 걸까? 졸지에 불성실한 사람이 된 것 같아서 기가 죽는다. 어릴 적 꿈꿔왔던 30대는 이런 모습이 아닌데. 상상과 너무 다른 모습에 ‘하!’ 하고 기막힌 웃음만 나온다. 


그래 뭐, 경로를 일탈하는 것이 내 삶의 주특기지. 지금의 버퍼링이 결국 창대한 결말을 만들어 내기 위한 과정이라면 얼마든지 불어라, 바람아. 늘 그렇듯 어떻게든 될 것이다. 


그렇게 남들이 다 강조하는 노오력.
그래! 나도 이제 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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