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숲아 잘 지내지~?’
아뿔싸. 경쾌한 카톡 알림 소리에 오늘도 무방비로 당했다.
메시지를 읽는 순간 직감했다.
그래, 너도 가는구나!
오랜만에 연락 오는 지인의 연락이 언젠가부터 반갑지 않기 시작했다. 열에 아홉은 결혼을 한다는 소식이거나 뭔가를 팔아보려는 꿍꿍이가 있는 연락이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어색한 근황 토크를 몇 마디 나누고 나니 본론이 훅하고 들어온다.
‘나 다음 달에 결혼해~ 청첩장 주려고 하는데 언제 시간 괜찮아?’
글쎄, 우리가 결혼식에 초대를 주고받을만한 그런 사이였던가. 물론 시기가 맞아떨어져 친하게 지내던 시절도 있긴 했지만, 취직한 이후로 드문드문 연락하다가 결국 그마저도 뚝 끊겼던 사이인데 말이다.
미혼 여성으로서 가장 미스터리한 점이 있다면 사람들은 왜 결혼을 목전에 두고 굳이 지나간 인연을 소환하여 일회성 이벤트인 결혼식에 초대하려 하는가이다. 나도 결혼할 때 똑같이 행동할까? 막상 날 잡아 놓고 나면 나도 별반 다를 바 없을지도 모른다. 그나저나 결혼식을 가 말아?
식장에 갈지 말지 고민이 될 때, 해결 방법은 의외로 심플하다. 결혼한다는 메시지를 받은 순간 의식의 표면에 떠오른 감정이 좋으면 참석하고 그렇지 않으면 계좌이체로 소정의 축의금만 전달한다. 그마저도 힘든 매우 서먹한 관계라면 간단하게 축하의 메시지만 전달한다.
이런 기준을 만들기까지 다양한 시행착오가 있었다. 예전에는 갑자기 결혼한다고 소식을 전하는 지인이 있다고 하더라도 반가운 마음에 직접 찾아가 축하를 해주었다. 그중에는 결혼식 이후에 잠수를 타는 친구도 있었다. 인간인지라 서운한 감정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더라. 이런저런 일로 여러 번 데이고 나니 연락 한 통 없다가 갑자기 결혼한다고 연락하는 친구가 있으면 괘씸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다 한때의 일이다. 이제는 그런 감정조차 남아있지 않은 상태가 되었다. 축하하고 싶은 마음이 남아있으면 아직은 나와 인연이 있는 사람일 테니 결혼식에 참석하고, 그렇지 않다면 인연이 끝났으니 애써 붙잡지 않고 관계를 정리한다.
결혼을 앞둔 지인의 카톡 프로필을 보니 최근에 찍은 듯한 웨딩사진이 걸려 있다. 웨딩드레스와 턱시도를 입은 한 쌍의 커플이 환하게 웃고 있다. 그래, 너마저 가는구나. 하고 싶은 게 워낙 많은 아이라 시집을 늦게 갈 줄 알았는데- 살아가며 좋은 인연을 만났나 보구나.
그나저나 아직 시집가지 않은 친구가 또 누가 있더라? 눈을 데구루루 굴리며 미혼인 친구들의 이름을 나열해 본다.
이렇게 예고 없이 들이닥치는 결혼 소식은 늘 긴장감을 가져다준다. 친구들은 새 출발을 해서 이미 저만치 앞에서 달리고 있는데, 출발선에서 한 발자국도 떼지 못하는 내 모습이 더욱 부각된달까. 한동안 결혼 생각은 잊고 살았는데. 갑자기 마음이 우당탕탕 요동친다.
이제 나도 연애를 시작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