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을 좋아하진 않지만 장화를 신을 수 있기에 마냥 싫지만은 않다. 20대일 때 엄마가 선물해 준 보라색 장화.
아무리 싫은 일일지라도 괜찮은 이유가 한 가지는 있기 마련이다. 그걸 찾는데 약간의 노력은 필요할 테지만 말이다.
회사가 아무리 싫어도 다달이 따박따박 나오는 월급과 4대 보험이 그러한 것일 테고 프리랜서에게는 자신의 시간을 스스로 운용할 수 있다는 것이 썩 괜찮은 이유가 될 것이다.
작은 틈새가 있다면 그 사이로 빛이 들어온다.
한동안 세상의 모든 것이 성가시고 지겨워 그만 그 사실을 잊고 말았다. 휘몰아치는 부정적 사고에 떠밀려 자신을 파괴하는 시간이었으나 이 또한 끝이 있었다. 장화를 신고 길을 걷다 문득 비 오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긍정의 보드라운 얼굴. 이런 자그마한 행복을 잊고 살았구나!
한동안 글도, 사람도 놓아버린 생활이었다. 인연을 쉬이 맺지 않는 터라 주변에 사람이 많지 않다. 번잡하느니 고독하기를 택하는 편. 그런 이유로 일상생활이 단순하다. 생활패턴은 그러한데 말이다. 스케줄이 많지 않음에도 여유가 없는 것은 속이 늘 시끄럽고 복잡하기 때문이다. 오지도 않은 내일을 걱정하느라 몸을 내던지는 불나방이 되곤 한다.
감정의 기본값이 불안인지라 무엇이 불안한지도 모르고 계속해서 우왕좌왕 거렸다. 그래서 곁을 쉽게 주지 않고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사람들 속에서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의 불안을 어딘가로 옮기고 싶지 않기에 감정이 잦아들 때까지 혼자이기를 선택한다.
그렇게 울고불고하는 우중충한 시간이었다. 이제서야 조금씩 마음이 잦아드는 듯하지만 정작 오늘도 불안 타령이다.
외면하지도, 숨길 수도 없다면 분출해 내는 것이 좋다.
불안의 틈새로 작은 빛이 들어올 것이다.
그리고 그 빛이 오늘을 내일로 인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