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계절일기 14화

여름날의 마음가짐

- 여름 산으로, 여름으로

by 생활모험가

오락가락 좀처럼 예측할 수 없는 여름날씨의 변덕스러움,

심지어 겹겹이 자연 속에 쌓여 있는 여름 산의 날씨는 도무지 읽어내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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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잠시 곁을 내주는 것조차도 쉽게 허하지 않는 여름 산은

그래도.. 어쩌면.. 하는 자그마한 희망 한 줌만은 손에 꼬옥 쥐게 만든다.

그 1%의 우연을 만날 기대에 우리는 여름 산으로 이끌리듯 향하는 거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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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하늘에도 난데없는 소나기가 퍼붓곤 하는 이런 날들엔

어쩌면, ‘어떤 상황이던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이 더 필요하겠다 싶다.


난데없는 소나기도,
난데없는 햇살도,
그 어떤 것도 받아들이는
마음가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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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우리와는 달리, 모두가 날씨예보만을 철썩같이 믿었나보다.

널따란 산 속 캠핑장은 그날따라 고요하리만큼 우리들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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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정상에 위치한지라, 조금은 쌀쌀함까지 느껴졌던 이곳에서 나는 또 습관처럼 모닥불을 지펴보았다.

이곳이기에 가능했던 한여름날의 모닥불.

이 묘한 상황에서도 익숙한 듯 불을 붙이는 나의 모습에 퍽 웃음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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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습한 날씨 덕에 불은 잘 붙지 않았고, 자그마한 불씨라도 놓치지 않으려 그 어떤 때보다도 신중하게

주홍빛 그것에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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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같으면 타닥타닥 경쾌한 소리를 내며 타오르던 장작은

답지않게 연기만 내뿜으며 금세 꺼져버리곤 했다.

하기사, 여름날 모닥불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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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갑자기 맑아졌다가 구름을 잔뜩 몰고 왔다가 다시 또 맑아짐을 반복하며,

마치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던 그날의 누군가처럼 변덕을 부려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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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오늘 별은 못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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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느때보다도 고요했던 밤은 어둠과 함께 피로를 몰고 온 듯,

밤새 타프 위로 토독토독 쏟아지던 빗소리에도 우린 노곤히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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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속의 아침, 밤새 내린 비가 몰고 온 뽀오얀 안개에 또 다시 마음이 홀려버렸다.

오월이면 철쭉이 만발한다는 이곳의 여름은 이국의 풍경마냥 생경했고,

때마침 우리 앞을 후다닥 지나가던 고라니까지..

마치 비밀을 간직한 숲처럼 눈앞의 풍경은 불분명했지만 그만큼 충분히 매혹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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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던, 장소던, 때로는 많은 정보가 필요치 않을 때가 있다.

너무 많은 정보는 빠른 단정을 부르고, 우리의 호기심을 잦아들게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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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한 거리에서 적당한 호기심을 유지한 채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각자 적당함의 온도는 다를 수 있겠으나 적당한 정보와 적당한 마음가짐을 가진다면
우연과 호기심이 어디서든 우리의 길을 이끌어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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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블리
www.instagram.com/bliee_
사진 : 빅초이
www.instagram.com/big.bigchoi

*생활 모험가 부부의 라이프 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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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스타일 포토그래퍼인 빅초이와 작가 블리는
단순한 삶을 지향하는 생활 모험가 부부입니다.
일상과 여행, 삶의 다양한 순간을 남편 빅초이가 찍고, 부인 블리가 이야기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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