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infolk camp
오늘은 오랜만에 친구들과 모였다.
혼자였던 친구가 둘이 되어, 또는 셋이 되어 옹기종기 함께 모인 날.
언젠가의 막연한 ‘언제 한번 모이자’ 라는 약속을
우린 지켰고,
도시의 뜨거움으로부터 피해 온 우리를 환영하는듯 이곳엔 묘한 계절감이 감돌았다.
휴대폰으로 들여다 본 오늘의 날씨는 우산이 가득했지만 까짓 우중캠핑이 한 두번도 아니고, 비에 질쏘냐.
우리들의 만남은 축축한 텐트를 말리는
번거로움에 비할 데도 없는 따뜻하고
뭉근한 것이었기에.
그 덕에 평소답지 않게 고요한 캠핑장은 우리들 차지였고,
폐교를 개조한 이곳에서 우린 그 시절의 아이처럼 깔깔댔다.
오랜만에 모인 우리는, 많은 말을 하기보단 잘 구워진 고기 한점을 밀어주고
정성스레 담궈 온 오이피클을 건네거나, ‘너 김치 좋아하잖어’ 하며 김치를 덜어주곤 했다.
그것이 우리들의 소통법이었음을, 말하지 않아도 우린 알고 있었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일일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지금 이 시간 속에 함께 흐르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으리라.
그 날 밤 우리 위에는 가을이 내려앉았고, 8월의 한여름밤에 볼을 스치는 찬바람에 긴 소매 옷을 꺼내입었다.
어느 새 휴대폰 속 오늘의 날씨는 우산에서 구름으로 바뀌어있었고,
거짓말같던 한여름밤의 서늘함은 꿈처럼 아스라이 지고 있었다.
사라락..
우리들의 웃음 뒤로 그렇게 또 한 계절이 지나가고 있었다.
글 : 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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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빅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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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소로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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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스타일 포토그래퍼인 빅초이와 <시작은 브롬톤>을 쓴 작가 블리는
단순한 삶을 지향하는 생활 모험가 부부입니다.
일상과 여행, 삶의 다양한 순간을 남편 빅초이가 찍고, 부인 블리가 이야기를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