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한테 명절은 이제 명절이 아니다

by 하짜



이번 명절연휴는 꽤 길었다. 연휴 전에 외할머니를 뵙고 와서는 딱히 별일이 없었기 때문에 나에겐 명절이 쉬는 날과 다름없었다. 긴 시간을 보내니 어릴 적에 명절을 지냈던 시절이 생각났다. (중학교 이야기는 다음 주부터 진행하도록 하겠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는 외가네 식구들이 한 집에 모여 살았기 때문에 어디 갈 필요도 없이 집에서 보내면 되었다. 온 가족이 모여 맛있는 명절 음식을 먹고 오순도순 이야기 나누는 모습에 마음이 편안했다. 명절만큼은 이상하게도 화목했다.

어른들끼리 얘기를 나누고 있으면 나는 사촌들과 옥상과 골목을 넘나들며 뛰어놀거나 컴퓨터 게임을 돌아가면서 했다.


간혹 가다 컴퓨터 자리를 놓고 불만을 가지고 싸우면 큰외삼촌께 크게 혼났다. 서로 욕심을 내며 싸우는 것을 되게 싫어하셨던 걸로 기억한다. 나중에는 컴퓨터를 없애버린다고도 하셨다. 그러면 우리는 정말 그럴까 봐 미친 듯이 용서를 구했다.

명절에는 설날, 추석 할 것도 없이 어른들이 용돈을 주시곤 했는데 나만 유독 사촌들보다 조금 더 받았었다. 지금이야 그 이유를 알지만 어렸던 그 당시에는 서운하고 서러운 감정이 앞섰기에 사촌들은 나를 질투하거나 괜히 딴지를 걸기도 했다.

그러나 내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왜냐면 사촌들은 큰외삼촌이랑 장난을 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다. 나는 그때만큼은 선뜻 그들에게 끼어들어 장난을 칠 수 없었다. 그건 마치 보이지 않는 울타리가 쳐져 있다고나 할까. 부모와 자식의 관계가 아니었던 나는 부럽지 않은 척하며 뚫어지게 바라보는 게 고작이었다.

그런 명절을 몇 해 보내고 나니 더 이상 들뜨지 않게 되었다. 가끔 가다가는 명절이 금방 지나가버렸으면 하고 바래기도 했다. 명절이 즐겁지 않아도, 사촌들이 부러워서 짜증이 나도 견딜 수 있었던 이유는 엄마가 있어서였다. 내게는 엄마가 있으니까.

19살에 엄마가 돌아가신 이후에 맞이하는 명절은 내게 주말처럼 쉬는 날이 되어 있었다. 가족들이 모여도 나만 겉돌고 있었다. 식사시간에만 가족들과 있었고 나머지 시간은 내 방에 들어가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거나 책을 보며 시간을 죽였다. 어쩔 때는 죽여도 죽여도 시간이 가지 않아 억지로 잠을 청했다. 몸은 괴로웠지만 시간은 확실히 잘 갔다.

명절이 싫은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좋은 것도 아니다. 내게는 더 이상 가족이 없다. 외할머니? 외삼촌네 식구들? 그들은 어떨지 몰라도 나한테 있어서는 가족이 아니다.


내 기준의 가족은 1촌인 부모님이나 내게는 없는 형제가 가족이다. 외할머니와 외삼촌들에게 나는 그저 피해를 준다거나 손을 벌리는 일만 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내게 있어서 명절이라 함은 가족들이 있는 자들만 누릴 수 있는 특별한 날이다. 만약에, 만약에 외할머니께서도 안 계시게 된다면 내게 명절은 없겠지... 끝자락 남은 연휴에 사색에 잠겨 본다.



https://youtu.be/LgSHJXVOnfA?si=3VSBbdOFglaLOq0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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