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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건강하셔야 돼요!

단상(16 ~ 20)

by 글 쓰는 나그네

* 백혈병 진단 후 항암 치료 중입니다. 제 눈으로 바라본 삶에 대한 짧은 이야기를 담아가고 있습니다.




16. 시 한 줄...


<엄마>

아들!

전화기 넘어

맑게 부르는 한 마디에

가슴이 먹먹하다


무어라 말할 수 없는 아픔이

감추고 있던 고통이

되려

슬프게도 웃게 만든다


엄마,

건강하셔야 돼요.



백혈병 진단받은 후, 3개월간 어머니께는 말하지 못했다. 얼마 전 입원하셨다 퇴원하셨기에 다시 쓰러지실까 겁도 났고 형제들도 말하기 힘겨워했다. 또한 내가 강하게 말하지 말라고 당부하기도 했었다. 그런 상황에서 한동안 연락이 없으니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반갑게 막내아들 목소리 듣고 싶다며 맑게 부르는 '아들'이라는 이 한 마디에 먹먹한 가슴 움켜쥐고 눈물 흘렸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어머니께 외쳤다.

엄마, 건강하셔야 돼요!


17. 이 곳은 이식병동이라 외부와는 차단되어 있다. 의료진 이외에는 다른 이들과 접촉할 수 없다. 그래서 유일한 친구처럼 지내게 되는 물건이 스마트폰이다. 이 작은 스마트폰이 내가 세상을 접하는 유일한 창이다. 코로나로 뒤덮인 세상도, 민주주의로 상징되던 미국 의회의 초라함도, 국민을 위한다는 헛소리와 헛발질에 갇혀 사는 정치인들의 민낯도... 이 좁은 창에서도 숨길 수 없이 드러난다. 시간이 길어질수록 점점 그 작은 창이 내 삶의 전부가 되어 간다. 보는 창이 작으면 마음의 창도 작아지는 걸까? 옹졸하고 삐딱한 시선이 내가 보는 전부가 아니기를...

작은 눈으로, 큰 세상을 꿈꾸자!




18. 시를 짓고 글을 쓰고 싶은데, 밥그릇 걱정에 사로 잡힌다. 산다는 게 뭘까? 밥그룻 크기에 비례할까? 집이 넓어지고 식탁이 커지면 잘 사는 걸까? 나만 보고 살기에는 주변의 아우성이 너무 시끄럽다. 풍선이 부풀어 오르면 그 끝은 터지는 것뿐인데, 어쩐 일인지, 자꾸 더 큰 풍선으로 대체된다. 너도 나도 큰 풍선을 갖기 위해 영끌을 하고 있다. '저 풍선은 가지면 안 돼!'라며 눈길을 거두고 있지만, 어느새 내 풍선이 더 작아질까 불안해한다. 경제, 재테크라는 허울 좋은 단어가 돈맛으로 대체되고 있다. 그 맛에 세상이 미쳐가고 있다...

행복도 돈맛에 지배될까?




19. 매일 창밖을 바라본다. 안에서 느끼지 못하는 역동적인 숨결이 느껴진다. 부러움과 시기가 겹친 시선으로 응시하며 말한다. '나도 저들의 일상에 함께할 수 있을까?' 차를 주차하고, 가방을 메고, 빠른 걸음으로 어디론가 달려가고 그리고 바람을 온몸으로 낄 수 있는 자유... 부러우면 지는 거라는데, 아무것도 아니던 누군가의 일상이 무척 부럽다

갇혀 있으면 안다. 한 없이 걸을 수 있는 게 얼마나 큰 기쁨인지!




20. 아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소방관이 꿈이라며, 글쓰기 발표를 했는데 반에서 우수작으로 선정되었다고 한다. 예전에는 위험해서 반대했었는데 지금은 하고 싶은 일이 있기를, 꿈꿀 수 있기를 바란다. 꿈이야 계속 생물처럼 변하는 것이니, 하고 싶고 되고 싶은 일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꿈은 자리가 아니라 역할이 중요하다. 무엇이 되는 게 아니라,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 '꿈 너머 꿈을 꾸는 사람' 그 꿈으로 누군가를 기쁘게 한다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내게 더 큰 기쁨이 되는 메아리와 같은 존재가 되...

내 따듯한 마음이, 바람을 타고 다시 내게로 돌아온다면 큰 기쁨이고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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