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뽑아버려요.
나를 처음 보았을 때, 미용실 원장은 내 3자 이마를 보고 없애버리지 못해 애가 타는 목소리로 말했다. 자기도 3자였는데 3자 가운데를 뽑아버렸더니 얼굴이 달걀모양으로 바뀌었고 이마도 빵빵하게 튀어나와 보여 훨씬 어려 보인다고 했다. 첫 번째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딱 잘라 거절했다. 나는 내 얼굴에 익숙해 있고 내 머리카락은 하찮지만 소중해서 한올도 뽑을 수 없다고 말했다.
사실은 그놈이 3자 때문에 나는 앞머리를 가지런하게 내릴 수 없다. 머리카락이 자꾸 한쪽으로 몰린다. 가르마도 바꾸기 힘들다. 딱 그곳이 아니면 3자가 가르마를 허락하지 않는다. 오랫동안 한쪽으로만 탄 가르마 때문에 머리가 휑해 보여 위치를 바꿔보기도 했지만 바람 한번 불고 나면 도로아미타불이었다. 내 맘대로 가르마도 타지 못하는 신세. 3자 이마 때문인 것은 맞는 말이다.
꼭 미용실 원장이 아니더라도 사람들은 나에게 이마를 반듯하게 만들어 보자고 권했다. 무슨 대단한 신념을 가진 것도 아니면서 나는 단호하게 거절한다. 숱이 별로 없는 머리카락이 아깝기도 했지만 사실 나는 겁이 많은데다가 내 이마를 좋아한다. 얼마나 매력적인가. 3에서부터 내려와서 턱까지 라인을 그리면 꼭 하트 같잖은가!
나는 내 이마를 사랑한다. 옛날 아씨처럼 가운데에 가르마를 타고 딱 당겨 묶으면 얼마나 단아한지. 단지 내 생각이지만 비녀를 꽃기에는 내 이마가 딱이다. 고등학생 때 가야금을 했었는데 한복을 입고 머리를 빗어 쫑쫑 땋으면 꽤 잘 어울렸다. 한복 입을 일도, 머리를 땋을 일도 없지만 나는 내 3자 이마가 좋다. 나는 3자 이마 덕분에 사과형의 얼굴을 갖게 되었다. -사과형-이라니.... 사과처럼 발갛게 반짝반짝 빛이 나는 얼굴이 아닌 사과형이라.....
몇 번의 꼬임에 결국 넘어가서 그러자고 해버렸다. 한번 뽑아 보자고. 전부터 딸에게는 머리카락 자르는 것을 겁내지 말라고 했었다. 시간이 지나면 자라기 마련인 머리카락, 미련 갖지 말라고 했었다. 나만 보면 사람들이 3자를 1자로 만들고 싶어서 안달인데 한번 해보지 뭐.
나는 몸에 털이 별로 없어서 뭘 왕창 뽑아보기는 처음이었다. 첫 경험. 눈물이 쏙 나왔다. 무언가를 이마에 척척 바르고 굳히더니 쫙 땡겼는데 1차 실패. 덜 굳었단다. 꼭 살덩어리가 툭 뜯길 것 같아서 무섭고 후회되었다. 이제 와서 무를 수도 없고 의자 손잡이를 꽉 잡고 눈을 꼭 감고 있었다.
쫙-, 2차 만에 성공이었다. 거울 앞에 가서 보니 이마가 휑하다. 사람들에게서 얼굴이 예뻐졌다는 소리를 듣게 될 거라고 원장이 장담했다. 나는 그저 나의 3자가 1자가 된 자리에 피가 나지 않는 것이 감사할 따름이어서 원장 말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왜 내 소중한 머리카락을 뽑자는 말에 넘어가서 이런 아픔을 겪어야 하나 싶어 정신이 없었다.
집에 와 남편이 너 이마 이상하다고 할까봐 눈치를 슬슬 보고 있는데 내 얼굴을 한참 들여다보던 남편이 말했다.
얼굴이,
하얘졌다.
귀 얇은 여자와 눈치 없는 남편의 콜라보다. 내 사과형 얼굴은 호박형 얼굴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