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논술 교사를 처음 시작했을 때 열정이 뻣쳐서 막 날아다녔다. 그래도 나름의 원칙이 있었는데 3학년 이하는 받지 않는 것이었다. 아직 모든 것이 미숙한 어린아이를 내가 책을 좋아하고, 읽은 것을 표현하고, 말로 정리하여 글로 완성하게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에 부담되었다. 적어도 3학년은 되어야 말귀를 알아듣고 내 가르침을 제대로 소화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회사에서 새로운 프로그램이 나왔는데 7세를 겨냥한거였다. 떨떠름한 마음으로 홍보를 했는데 덜컥 한팀이 생겨버렸다. 이 애기들을 데리고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암담했지만 사내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던 나는 해보자고 결심했다. 수업이 다가오니 걱정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나는 내 아이도 따뜻하게 품으며 말하지 못하고 새엄마처럼 한발짝 뒤에서 바라보며 제.대.로 하게 하며 살았는데 일곱살 핏덩이같은 아이들과 독서에 대해 60분이나 수업을 한다는 것은 정말 생각만해도 한숨이 푹푹 나왔다.
진짜로 첫 수업에 승연이가 울었다. 내가 무언가를 물었을 때였다. 왜 우냐고 당황해서 물었더니
생각주머니를 유치원에 놓고 왔어요
라고 했다. 생각주머니를 놓고 왔다니! 생각지도 못한 주머니의 등장에 어찌나 당황했던지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웃음이 세어 나온다. 승연이는 생각주머니가 토끼의 간처럼 꺼내었다가 잘 개켜서 서랍속에 넣어 둘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
그래, 다음에 선생님 만날 때는 꼭 가지고 오세요~
라고 말해주었다. 7세는 생각보다도 더 나와 맞지 않았지만 예뻤다. 너무 이뻤다. 큰 아이들 가르칠 때와는 또 다른 재미가 있었다. (4학년 수업을 하며 일곱 살 아이들이 이렇게 말하더라 했더니 한 아이가 손을 들며 저도 생각주머니 놓고 와서 이거 쓰기 싫어요 했다. 어허헛!!)
민영이는 나중에 어른이 되면 우리 엄마한테 무엇을 해주고 싶냐는 질문에
다야
라고 썼다. 다야? 다야가 뭐지? 하다가 가만히 생각해보니 다이아를 이야기하는 거였다. 자기는 어른이 되면 엄마에게 다야반지를 꼭 사주고 싶단다. 마음 고운 녀석들. 오늘 아침 거울을 보다가 이녀석들 팀이 생각이 난 건 내 몸뚱아리 때문이다. 열정이 넘치던 그때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되었는데 재호가 수업이 끝나면 큰 엄마네 가야한다는데 굳이 내가 차를 태워주겠다고 나섰다. 개발이 되지 않은 동네의 골목으로 들어섰는데 처음 가 보는 골목길을 미숙한 운전으로 가자니 진땀이 났다. 아이가 알려주는 길은 말 그대로 아이가 걸어다니던 길을 기억을 더듬어 알려주는 거여서 차를 끌고 가려니 막다른 길이 나오기도 했다. 세상에 어떻게 차를 돌려 나왔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등짝이며 이마며 땀으로 범벅이 되어 갈 때 쯤에야 겨우겨우 아이를 내려주고 한숨 돌렸다. 일주일 뒤 재호엄마가 재호가 한 이야기를 해줬다.
엄마, 선생님이 나 큰엄마네 데려다주느라고 솜 빠졌을 것 같아. 선생님 나땜에 솜 빠지면 어떻게 해.
아, 내 몸에 솜이 들었다고 생각했구나....동글동글 토실토실한 솜 든 쌤이 나구나. 걱정하지마 재호야, 선생님은 20년째 따뜻한 솜을 간직하고 있단다. 잘 안 빠져 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