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땡이가 밤탱이다

범인은 누구?

by 배추흰나비


새벽에 일어나서 주섬주섬 노트북을 켜고 어쩌고 하는데 오른쪽 눈이 잘 안 떠졌다. 졸려서 그런가 보다 했다. 일곱 시가 되어도 잘 안 떠졌다. 그제야 거울을 보니 오른쪽 눈 전체가 부어 있었다. 피곤하면 눈 실핏줄이 잘 터지는 편이어서 그런가 했더니 그것도 아니고 그냥 팅팅 부어 있었다. 서울에 국립합창단 정기연주회에 갈 계획이어서 난감했다.

오늘 동료들과 통영에 회를 먹으러 간다는 남편에게 눈을 보여주며 이 눈을 하고 서울에 갈 수 있을까?

했더니 가지 말란다. 아하. 범인은 당신이었군. 내가 서울 가는 게 싫어서 내가 잠든 틈에 내 눈을 때렸군. 역시 범죄자는 잘못인 줄 알면서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하며 눈을 세모나게 뜨고 있으니 헛소리하지 말란다.



몇 년 전 일이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내가 남편과 반대로 자고 있다.

결혼생활 20여 년 동안 없었던 일이라 의아해하고 있는데

눈두덩이 아프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지난밤의 기억을 더듬는 나에게 남편은 말한다.

“내가 자다가 팔을 탁 폈는데 당신 눈을 때렸나 봐.

당신이 막 화내면서 거꾸로 누웠어.”

아, 기억이 나를 배신하는구나!

너무나도 생소한 이야기다.




더 심해진 감기로 병원에 가서는 의사 선생님께 혹시 코를 많이 풀면 눈두덩이가 붓는 경우가 있느냐고 물었더니 그런 경우는 없다고 한다. 주사 맞으면서 간호사에게도 혹시 콧물 때문에 그런걸까요했더니 자기도 저녁 늦게 라면을 끓여 먹는다던가 하면 얼굴이 붓고는 한단다. 이 무슨 라면 불어 두 그릇 되는 소리인가. 나는 6시 반에 저녁밥 먹고 그 후론 물만 마셨다! 생각해보니 그들은 나를 잘 모르기 때문에 내 얼굴이 부었다는 것을 전혀 모르고 예민한 환자쯤으로 생각한 것 같다.


식구들만 알아보는 부운 눈두덩이를 하고 서울에 갔다. 같이 공연을 보기로 한 임국장님이 나를 보자마자 묻는다. '뭐 했어?' 이 국장님이 묻는다. '얼굴이 팽팽해졌어요! 젊어 보여요!'

많이 부었단다. 음.. 그럼 좋은 건가? 오른쪽 눈두덩이가 붓기만 한 것이 아니라 통증도 있었는데 그래도 젊어 보인다는 말에 솔깃한걸 보니 나도 늙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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