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영화

우아함과 난해함의 결정판

by 배추흰나비

신혼 초에 남편이 퇴근을 했는데 잠바 안쪽이 묵직하다.

나밖에 없는 집안을 눈치 보며 쓱 둘러보고는 신문지로 둘둘만 무언가를 꺼냈다.

비디오 테이프였다.


일을 하고 있는데 어떤 사람이 와서 좋은 비디오가 있다고 했단다. (설마 비디오를 설명해야 하는 건 아니겠지?)

자기는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다고 말하는데 같이 일하던 동료가

이 사람 새신랑인데 볼 만한 것 있느냐고 물었단다.


프랑스 영화


프랑스 영화 기가 막힌 것이 있다고 했단다. 프랑스꺼라서 조금 비싸지만 저렴하게 만원에 주겠다고 했단다.

그때는 방문판매를 많이 했었다. 나도 회사 다닐 때 클래식음악 전집 CD와 온갖 기능이 있는 카메라를 할부로 산 적이 있다. 그런데 비디오테이프를 방문판매 한다는 것은 처음 들어봤다.


신혼부부가 보는 기가 막힌 프랑스영화라니!


저녁을 후딱 먹고 나서 비디오를 켜고 불을 껐다. 영어도 못 알아듣는데 자막도 없는 프랑스어가 난무하다. 우리는 언어를 몰라도 볼 수 있는 영화일 거라고 생각했다. 아니었다.

오피스 영화였는데 주인공들은 쌸라떼쿵봉봉 알 수 없는 말을 쏟아내며 열심히 일을 했다. 뭔가 대단한 에피소드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해가 뜨고 해가 지는 내용 보다도 지루했다. 이십 분이 안되어 남편은 코를 골기 시작했다. 나는 빠른 감기로 돌려봤지만 끝까지 별 일(?) 없이 끝이 났다. 영화 제목도 기억이 안 난다. 이건


불면증 치료 영화인가!


우리는 무얼 기대한 걸까. 언젠가 남편이 집 앞 트럭에서 사 들고 온 만원에 두 개 짜리 수박은, 쪼개보니 속이 하옜었다. 쪼갠 수박을 들고 나가봤더니 이미 트럭은 사라지고 없었는데 그때보다 더 황당했다. 어쩌면 정말 기가 막히게 유명한 영화일 수도 있겠지만 기대에 미치치 못한 내용은 벌겋게 타오르려는 숯불에 찬불을 촥 뿌리고 버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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