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이다

똑같은 사람이 있다는 건

by 배추흰나비

TV에서 생일에 풍성한 꽃을 선물을 받는 어떤 여자를 보자 갑자기 잊고 있던 기억이 떠올라 옆에 앉아 있던 아들에게 말했다.


결혼하고 엄마 첫 생일이었어. 아빠 퇴근시간이 되었는데 띵동 소리가 나는 거야. 문을 딱 열었더니 안개꽃에 싸인 장미꽃을 들고 아빠가 서 있는 거야. 얼마나 행복하던지. 그런데 너희 아빠가 뭐라고 했는지 아니?


왜 졸업시즌에 태어난 거여. 꽃값 엄청 비싸!


그게 할 소리니? 생일 축하한다던가. 뭐 할 말이 얼마나 많아! 왜 졸업시즌에 태어났냐니! 너무 어이없지 않니? 너무너무 서운했었어.


다행이네


평온한 얼굴로 아들이 말했다. 다행이네라니. 뭐라는 거여.


다행이네. 한 사람 더 있어서


어이없었고 서운했었고 서러웠었던 결혼 후 첫 생일의 나를 이해받을 거라 생각했던 나는 말 그대로 몹시 당황했다. 아빠 나쁘다든가, 아빠 왜 그랬대라든가 엄마가 이해해라든가 아니면, 아빠가 쑥쓰러워서 그랬나벼 뭐 그런 말을 기대했었는데 아들은 그런 기대를 몽땅 무너뜨리는 대답을 했다. 그런데 다행이라니? 한 사람 더 있다니 이게 무슨 말이지?


나도 그렇게 말하는데 아빠도 그렇게 말하는구나. 다행이네, 세상에 나 같은 사람이 한 사람 더 있어서


퍽이나 다행이겠다. 그걸 말이라고 하나. 자신들은 늘 진심을 말하는 것이라고,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이며, 있는 그대로를 말하는 거라고 생색을 내고 있지만 생각하는 대로 꼭 말을 할 필요는 없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말을 뱉었다면 세상사람들은 남아나지 않았을 것이다.

살육이 시작되었겠지.


생각만 해라 생각만!


아빠는 그렇다 치고 너는 내가 가르쳤는데 왜 그모냥이냐. 에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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