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wa솨 Sep 29. 2019

민들레 꽃씨 가족

본가 주공아파트



 언젠가 흩날리는 민들레 꽃씨를 바라보면서 우리 가족과 꼭 같다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후 불면 공중에서 흩어지는 모양 때문이었다. 가족이라고는 꼴랑 우리 셋이 전부인데, 나는 본가에서 혼자 중학교를 다녔고 엄마는 평일에는 막내 이모가 일하는 가게에서 지내다가 주말에만 집에 오셨다. 아빠는 농장일을 계속해야 했기 때문에 여전히 깊숙하거나 단절되거나 후미진 곳에서 생활하셨고 집에는 한 달에 한 번 꼴로 오시곤 했었는데, 남들이 흔히 말하는 맞벌이 부부 생활을 우리 부모님은 좀 더 유별나게 하셨던 것 같다. 다른 방법은 없었다. 우리 가족에게는 최선이었고, 부유하지 않으니 할 수 있는 방법 안에서는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이런 우리 가족의 모습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었다. 가족이라면 싫든 좋든 매일매일 붙어살면서 아침도 함께 점심도 함께 저녁도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단지 우리집은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그러지 못하는 것 일뿐, 원래 가족의 모습은 그게 맞았다고 확신했다. 내 친구들 대부분도 그런 가족의 모습을 하고 있었으니까. 아침밥을 챙겨주는 엄마와 피곤한 표정이어도 매일 집으로 퇴근하는 아빠. 그건 나의 일상 속에는 없는 모습이었거나 극히 드문 모습이어서, 매일 저녁마다 아빠가 집으로 퇴근하면 어떤 기분일지 정말 알 수가 없었다.



 내가 혼자 견뎌내야 하는 시간들은 적지 않았다. 내가 아무리 혼자서도 잘 놀 수 있는 씩씩한 외동딸이었다고 해도, 이따금씩 우리 집만 왜 이럴까?라는 부정적인 생각에 빠지게 되면, 밑도 끝도 없이 깊고 깊은 우울 구덩이를 파놓고 그 속에서 혼자 한참을 허우적거렸다. 우리집만 다른 모습인 것 같아서 속이 상했고, 이런 나를 더욱더 슬프게 했던 사실은 이 모습이 쉽게 변하지 않을 것 같다는 예감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예감은 소름 돋게도 딱 맞았다. 지금까지도 우리 가족은 민들레 홀씨처럼 흩날리며 살고 있으니까.



 그래도 이런 가족의 모습을 십오 년 가까이 유지하다 보면 생각이 바뀌기 마련이다. 가족이라면 같이 살아야 한다는 나의 생각은 편협한 것이었고, 나약한 나의 마음이 반영된 것이었으며, 생각보다 이 세상에는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가족들이 많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게 된다. 그러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게 되는데, 가족의 본질적인 의미에 대해 저절로 생각할 수 있게 되면서 어렴풋이 알게 되는 것이 생긴다. 가족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은 당연한 것이고, 혼자서 생활하다 보면 내가 얼마나 불완전한 존재인지 느끼게 되는 순간들이 참 많은데, 함께 있으면 그 불완전한 느낌이 완벽하게 사그라들게 되고, 그러면 알게 된다. 가족은 불완전한 개개인이 부모와 자식이라는 이름으로 만나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며 완전한 모습을 만들어 가는 것이라는 것을. 불완전하게 태어난 우리가 유일하게 완전에 가까워질 수 있는 순간은 가족과 함께 하는 순간이라는 것을.




 가족의 모양은 정말이지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가족의 본질적인 의미를 깨닫고, 남들과는 좀 다른 모양이더라도 그 모양을 오래오래 유지하는 일인 것 같다. 물론 우리 가족은 앞으로도 민들레 꽃씨 가족으로 살아갈 것이 분명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모양 안에서 한 달에 딱 한번 완전체가 되는 그 순간들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갈 것이다.

이전 06화 열한살에 마주한 단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