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이 넘쳐나는 이 시대에 어쩌면 '시간'이라는 개념은 위안이 됩니다. 살아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하루 24시간.
CEO든 말단 사원이든, 다주택자든 전세 난민이든 학생이건 노인이건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은 하루에 24시간이잖아요.
하지만 바쁘다 바빠 현대 사회. 우리는 거의 모두가 바빠요. 모두에게 같은 시간이 주어진 대신, 그 시간을 사용할 수 있는 방식은 천차만별이고 여기서 차이가 발생한다고 생각합니다.
직장 생활 12년에 더해 워킹맘 4년차. 내가 제일 바쁜사람이야!는 절대 아니지만 회사,육아,살림에 더해 개인적인 자아 실현 욕심까지 더해져서 꽤 바쁜 세월을 보내오고 있는데요,
여러 시행 착오를 겪으면서 느낀 건
바쁠수록 시스템이 필요하다.
시간 관리의 KEY는 결국 시스템이었고, 노션 저널을 쓰면서 시스템화가 많이 되어 하루가 꽤 가벼워졌다. 시간이 없다는 것은 할 일이 많다는 것이고 그 할 일을 우선순위에 맞춰 차곡차곡 정리해 나가면 그 부담을 훨씬 줄일 수 있어요. 노션 저널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신봉자처럼 너무 여러 번 얘기했고(사실 신봉자 맞는듯) 여기서 다루고 싶은 내용은 제가 시행 착오를 겪으면서 느낀 시간 관리 TIP, 노션 저널 사용에 앞서 들려드리고 싶은 얘기들이에요. 당연히 정답은 아니고 혹시 이미 겪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면 도움이 되고자 하는 정도입니다.
노션 저널은 시스템에 불과하다. 시스템은 도구이며 그 도구를 가지고 어떻게 시간을 관리하고 하루를 쓸 것인가?
선택하는 시간 줄이기
선택이라는게 이렇게 많은 에너지가 드는 일인 줄은 결혼 준비를 하기 전까지는 몰랐어요. (출산을 하고 나면 극에 달하는 스트레스) 결정 장애인 분들에게 위로를 드립니다..
실제로 <의지력의 재발견> 에서는 연이은 결정을 하면 생물학적 대가를 치르며, 그 날 결정을 많이 해야할수록 후반부에 갈수록 결정을 잘하는게 힘들어진다고 합니다. 하루 결정 질량 보존의 법칙 같은게 있나봐요. 스티브잡스나 마크 주커버그가 매일 똑같은 옷을 입는 것도 이런 고충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지 합니다..
노션 저널을 쓰면서 사실 '고민하고 선택'하는 행위가 줄었고 그리고 과정이 컴팩트해졌어요. 내가 지금 뭘 해야 하는지 Daily Log 페이지를 보면 나와있으니까. (Daily Log 페이지 보러가기)
지금 뭐 하는게 좋을지 들여다보면 시간이 많으면 'CT, C' task 중에 하나를(CT, C) 자투리 시간이라면 'TT, T' task 중에 하나를 처리하면 됩니다.
그리고 또 내가 얼마나 많은 결정을 담당하고 있는지 한 눈에 보이기도 하죠. 너무 많다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해야 합니다. 그래야 진정 중요한 것에 집중할 수 있어요. 생각은 표면으로 드러낼 때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합니다.
모든 기록은 1곳에서
노션을 만나기 전에는 일정은 네이버 캘린더, 메모는 에버노트, 가계부는 엑셀에서 관리했었는데요. 그러다 보니 정보가 흩어져서 따로 놀게 되고, 바로 바로 간편하게 적어나가는게 쉽지 않아서 잘 안쓰게 되더라구요. (역시 도구는 사용하기 편해야 해요) 특히 그 때 그 때 휙휙 메모를 작성해 나가는 일이 많았는데 이건 어떤 어플에 접속해서 쓰고 저건 다른 어플에 들어가서 쓰고 하는게 좀 많이 귀찮았나봐요.
노션 저널로 일정, 이벤트, 컬렉션들을 모두 관리하니까 내가 관리하는 모든 정보가 이 노션 안에 있고, 필요할 때마다 이 어플리케이션만 뒤져보면 되니까 편하더라구요.
나를 믿지 않기
'이 정도는 기억할 수 있을거야' '나중에 다시 봐야지'
필요한 정보를 온전히 기억을 한 적도, 봤던 책을 다시 들쳐봤던 적도 없네요.. 기록은 항상 기억을 이깁니다. 그리고 내 부족한 의지력을 기억력을 메꿔주는게 메모입니다. 나중에 기억을 해둬야 하는 내용은 꼭 노션저널에 기록해 두고, 문득 그 정보가 필요해서 검색하고 찾았을 때는! 역시 나를 믿지 않길 잘했어, 찾았던 정보가 온전히 그 곳에 있을 때 참 뿌듯해요.
나중에 다시 보고 정리하기로 했던 책은, 웬만해선 한 번 보고나면 다시 보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실증을 잘내는 성격이 이럴때도 발현되는지.. 절대 안볼걸 알기 때문에 지금! 바로 이 순간에 그냥 해버리는게 결국 나중에 되더라구요.
자투리 시간의 힘
자투리 시간은 모이면 큰 힘을 발휘합니다. 짬이 나면 보통은 유튜브 알고리즘이 이끄는 대로 여기저기 끌려다니다가 time over 되기도 하지만, Daily Log에서 T나 TT 카테고리에 있는 일을 이때 처리하면 꽤 많은 시간이 절약되더라구요.
자투리 시간만은 내가 하고 싶은거 할거야! 라고 한다면 그 또한 자유지만 저같은 경우는 괜히 그래놓고 돌아서서 후회하는 경우가 많아서 이 시간도 웬만하면 해야 할 일을 처리하려고 했어요. 미리 카테고리를 지정해 두면, 자투리 시간이 났을 때 '뭐하지?' 생각할 필요 없이 바로 노션 저널을 들여다 보고 체크 체크 해나갈 수 있다.
해야 할 일 말고, 하고 싶은 일
하루에 어느 정도는, 꼭 해야 하는 일 말고 내가 하고 싶은 일로 채우는게 좋아요. 좋은게 아니라 사실 그렇게 해야 해요! 해야 할 일은 ‘남을 위해, 남의 편의를 위해’ 해야 하는 일이 대부분인 경우가 있는데 내 시간을 남을 위해 쓰는건 억울하죠. (가족이면 보람이라도 있지) 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시간을 통해 에너지를 얻고 나아가는 것이니까요.
예전에 무조건 생산적으로 살아야 해. 1초도 낭비하며 살 수 없어 라는 모토로 살았을 때가 있었는데요. 자투리 시간까지 탈탈 털어서 해야 할 일을 하며 살았는데 예상대로 아주 빨리 번아웃이 왔어요. 사람이 그렇게 딱딱할 수가 없었다랄까.
하고 싶은 일에는 아무 생각 없이 TV 보기, 구름 쳐다보기, 내려오는 커피 쳐다보기 등 흘러가는 시간 속에 물 흐르듯 나를 맡기는 행위도 포함되어야 해요. 나만의 공부가 될 수도 있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고 싶은 날이 있을 수도 있고요. 그 날 해야 할 일을 다 하지 못했더라도 억지로라도 10분이라도 가져보려고 합니다.
내 노션 저널에 남을 위해 꼭 해야하는 'To Do List'만 있는지, 나를 위한 투자를 위한 시간이 있는지 꼭 점검해 보면 좋겠습니다.
시간을 사용하는 방법: 투자 VS. 소비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시간도 마련하랬지? 그러면 TV도 보고 유튜브 무한 시청하는 시간으로 채워야지. 좋다. 하지만 자신에게 떳떳한지는 한 번 생각해 볼 문제에요. 지난날을 돌아봤을 때 시간 사용에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면 좋습니다!
시간을 채우는 방법은 크게 투자와 소비가 있을 것 같아요. TV보고 무한 유튜브 시청하는 건 시간을 '소비'하는 행위인데요. 소비하는 시간도 인간에게 중요한 즐거움이지만 투자하는 시간에 대한 의미도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노션 저널에서 하루 페이지를 어떻게 구성해 나가느냐는 당연히 사용자의 자유지만 지난날에 대한 후회는 없으면 좋겠어요.
시스템 그리고 유연함
플랜맨이라는 영화 혹시 알고 계시나요? 정재영이 모든 일에 계획을 세우고(여기까진 좋은데) 계획대로 살아야 했던 사람으로 출연하죠. 저는 어쩌면 fake planner 일수도 있는게, 계획을 자주 바꿔요. 내가 편한 대로.. (그래서 이모양인가보다) 하지만 신념은 바꾸지 않아요. (나는 유연한 사람이라고 포장해 보고 싶다.) 여러가지 모듈이라는 블록을 통해 시스템을 만들었다면, 그 날의 혹은 그 주의 컨디션/상황에 맞게 블록을 이동시킵니다.
계획을 한다는 건 계획대로 하겠다는 의지보다는 내가 어떤 사람인가 무엇에 관심이 있는가 무얼 해야 행복한가 어떤 일로 시간을 채울까 고찰하는 행위가 주된 목적이지, 오늘 하루 앞으로 일어날 일을 내가 통제하겠다는 의미가 아니에요.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선은 계획(PLAN)이고, 그로 인한 결과는 절대 통제할 수 없죠.
맞닥뜨린 상황에 맞게 취할 수 있는 블록을 미리 만들어 두는게 노션 저널의 목적이고 어떤 블록을 쌓을지는 그 때 상황에 맞게 결정하면 됩니다. 통제하려 들수록 삶은 팍팍해지고. 그리고 심지어 우리는 삶을 통제할 재주도 없습니다. 완벽한 블록을 만드는게 아닌, 나에게 필요한 블록을 골라내는 것. 그게 'PLAN'의 순수한 목적이에요.
노션 저널이 지향하는 방향은 ‘계획대로’ 사는 것이 아니다. 최선은 다하되 이에 벌어지는 결과에 대해서는 let it be 이다.
시간의 밀도
상황에 따라 시간의 밀도를 구분할 수 있는데요.
지하철 안이라면 밀도는 상대적으로 낮다고 할 수 있어요. 지하철 안에서 브런치에 쓰는 글을 써서 발행하기는 힘들죠.(그러실 수 있다면 존경합니다) 오히려 쿠팡에서 간식 쇼핑을 하기에 적당한 밀도의 타임 슬롯(time slot)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육퇴하고 살아나온 밤 10시라면? 밀도가 높은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꽤 귀한 시간) 각 task는 그에 맞는 밀도에 행해져야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쓸 수 있어요. 쇼핑을 육퇴 후에, 브런치 글을 지하철 안에서 발행할 수도 있겠지만 적절한 시간에 적절한 에너지를 쓰고 싶다면 시간의 밀도에 따라 처리해야 할 일을 나누는 것을 추천합니다. 개
인적으로 침대에 뒹구는 타임슬롯도 나누고 있어서, 혹시나 육퇴 후 컴퓨터 작업을 하다가 아기가 깬다면 바로 달려갈 수 있도록 핸드폰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하루의 뒤로 미뤄두는 편이에요. 아기가 깼을 때 깊은 잠에 들 때까지 꼼짝 않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이 때 해야할 일들은 제일 나중에 처리해요.
마감 기한 그리고 보는 눈 장치 마련하기
의지력이 강한 사람이라면? 부럽다. 하지만 나는 의지력이 제일 약한 사람이라는걸 육아하면서 처절하게 알게 됐다. 그런데 하고 싶은 일은 많기 때문에, 장치를 마련해 두기로 했다. 마감 기한 정하기 그리고 보는 눈 마련하기. 마감 기한을 정하더라도 나 혼자 정하면 의지력 부스팅 장치의 의미가 없기 때문에 관련된 시험 일정을 잡아 접수해 놓는 것도 좋다. 아니면 나와 비슷한 목표가 있는 사람들과 서로 독려하면서 자극도 받으면서 으쌰으쌰 하는 방식 또한 추천한다. 챌린저스 어플을 통해서도 좋고, 관련 주제 카페에서 멤버를 모집해서 카톡방을 만들고 서로 잘 하고 있는지 점검하고 응원하는 방법도 효과가 있었다.
미루지 말기
어차피 내가 해야 하는 일이라면 미루지 않는게 좋습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어렵죠. 하지만 미루고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끝까지 미루면서 살아봤더니 결국에 피곤한 건 나 자신이었어요. 일단 그 일은 처리가 안되었고, 처리가 안된 채로 계속 내 머리속에 짐처럼 여기 저기 떠돌면서 에너지를 갉아먹죠. 정말로 해야 하는 일이라면 그냥! 바로! 해결하는게 말그대로 신상에 좋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시간이 갈수록 하루가 무거워져요.
하기 싫은 일을 아침에 처리하는 것도 방법이에요. 실제로 시간 관리 전문가들은 하기 싫은 일을 아침에 가장 먼저 처리하라는 조언을 하더라구요. 실제로 그렇게 해보니 그 이후의 시간은 가벼워지고 왠지 모를 뿌듯한 감정도 느낄 수 있었어요.
내가 이룬 성취 누리기
저널을 쓰면 좋은 점 중에 하나는, 훑어보면서 내가 참 열심히 살았다는 느낌을 자주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에요. 자기에게 유독 엄격한 사람들은 꼭 필요한 의식이 아닐까 합니다. 뭣 때문에 이렇게 시간이 빨리 갔나, 이번주에 뭐 하나 제대로 한 게 없다 라는 생각이 든다면 지난 일지를 뒤져보면서 내심 뿌듯하고 내가 대견할 수 있잖아요. 작은 승리를 여러번 축하하면 자아인식과 태도를 크게 개선할 수 있다고 합니다.
완전히 새로운 일
루틴에 대한 매너리즘에 빠졌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고 싶거나 리프레시를 하고 싶을 때는 지금까지 했던 일과는 완전히 다른 성격의 새로운 일을 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더라구요. 끝을 규정할 수 있으면서 완전히 새로운 일. 1~2주 동안 완전히 다른 자극을 준다면 리프레시가 되기에 충분해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는 것보다는 적당한 텐션을 유지할 수 있고, 매일, 매주 동일한 루틴으로 채워가는 것보다는 새로운 자극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