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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크 Nov 26. 2024

집이 뭐라고

#주담대 #아파트 #내집마련


전세만기일은 내년 8월로 10개월 이상 여유가 있었지만 아파트 가격이 조금씩 오르고 있어 매물을 보러 부동산에 가고 싶었다. 관심 있는 아파트 단지의 최저가를 봤을 때 모은 돈 ‘조금’, 전세보증금 반환금 ‘약간’, 대출 ‘많이’ 받아 사 봄 직 하다.


첫 번째 집을 구경했다. 부동산 중개인이 “집주인이 2 주택자로 빨리 집을 처분하기 위해 추가 가격조정도 가능할 것 같다”라고 한다. 다만 다음 주 내로 서둘러 계약한 후 잔금지급 전 명의이전을 하는 대신 주인명의로 근저당을 잡는다고 한다. 은행 근저당도 있고 3명이나 되는 세입자들이 내년에나 나가고 싶어 한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두 번째 집은 처음 분양받은 집주인이 계속 살고 있어서 집이 잘 관리된 느낌이고 근저당도 없었지만 처음 본 집보다 2천만 원 비싸고 동 위치도 상가와 떨어져 있다. 고민하는 우리를 보고 부동산에서 집주인을 설득해서 1,100만 원을 깎아주자 평소 남편답지 않게 과감하게 바로 가계약을 하겠다고 한다. 조금 비싸더라도 등기부등본이 깨끗한 게 마음 편하다는 말에 나도 찬성했다.


계약 시 잔금일 조정이 가능하다고 해서 K사에 먼저 대출신청을 하고 집주인에게 연락하자 입주일 문제로 잔금일 당기는 게 어렵다고 한다. 잔금일은 못 당기면 대출을 나중에 다시 신청해야 한다. 아침부터 대출에 필요한 서류를 준비하고 타 지역까지 운전해서 다녀온 것이 아깝다. 잘 알아보지 않은 내 잘못인데도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는 게 마치 온 우주가 나를 방해하는 것만 같다.

 

계약한 집을 보고 기운을 얻으려고 남편하고 산책 삼아 1.6킬로를 걸어갔다. 전에 갔을 때는 상가는 멀어도 쪽문으로 나가면 버스정류장이 바로 있어서 좋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봤더니 재활용분리수거 공간이 집이랑 너무 가깝다. 여름에 냄새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 1층 베란다 창문 앞 나무가 너무 가깝게 식재되어 흡사 갇힌 것 같은 느낌이 들 것 같다. 기분 좋아지려고 온 건데 더 우울해져 버렸다. 여태까지 내가 산 것 중 제일 비싼 것인데 너무 갑작스럽게 구입한 것 같아 후회스럽다.


하필이면 우리가 집을 사려고 할 때 정부의 대출규제가 심해져 K사에 신청하려던 주택담보대출이 신청자체가 안된다고 해서 멘붕이 왔다. 잔금일을 다시 바꿔야 하나 고민하던 차에  금리가 더 높긴 하지만 부동산이 소개해준 H은행에서 대출이 가능하다고 해서 대출을 신청했다. 계약금과 중도금을 날리는 건 아닐지 대출 승인이 날 때까지 지옥과 천국을 경험했다.


잔금지급 후 일주일 지나 무사히 이사를 했다. 밖에서 봤을 때 답답해 보였던 정원에 식재된 나무가 집안에서 보니 프라이버시를 적당히 가려주는 정도로 막혀있어 다행이었다. 미니멀라이프 시대는 끝나고 소파, 화장대, 애견매트, 커튼 등등 이것저것 많이 사서 집꾸(집 꾸미기)를 준비했다. 이케아에서만 집꾸용으로 100만원은 쓴 것 같다(조립을 부탁하며 남편을 자꾸 부르니 “나야 이케아” 이렇게 대답한다) 방꾸(방 꾸미기)를 마치면 침대에서 누워서 핸드폰만 보는 생활을 청산하고 책상에 앉아 책도 읽고 글도 쓰겠다고 다짐해 본다.


이사하면서 몇 가지 든 생각

- 돈 모으는 속도보다 집값 오르는 속도가 빠르다.

- 대출이 회사 다니는 동력이 되기도 한다.

- 다른 사람들은 대출받고 집사고 이사하는 지난한 과정을 힘든 티도 안 내고 묵묵히 해낸 것일까?

- 이사하며 보니 갖고 있는 물건을 어디에 둔 지 몰라서 같은 물건을 계속 사고 있었다.

- 마음에 꼭 드는 물건을 사야지 가격이 싸다고 타협해서 물건을 사면 갖고 싶은 마음이 해소되지 않는다. 심지어 버리는데도 대형폐기물 수수료가 든다.

- 이사업체 직원 분이 내 방 옷장정리를 하면서 캐시미어 옷이 많은 것을 보고 몽골에 다녀왔냐고 물어보셨다. “몽골 아직 안 가봤는데 캐시미어아웃렛도 가보고 싶고 별도 보고 싶다 ”라고 대답했다. 그분은 몽골에서 한국에 온 지 7년이 되었다고 한다. 캐시미어 이야기 하나만으로 고향사람 만난 것처럼 반가운 게 너무 FFFFFFFFFFF라고 생각했다.


나 같은 부동산 초보자에게

-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잔금일을 앞두고 2개월부터 대출신청이 가능하다(2개월보다 더 많이 남으면 신청 자체가 안된다)

- 전입세대 열람증명서는 주민센터 ‘기계’에서 발급 안되고 신청서 작성 후 계약서 보여주고 주민센터 ‘창구’에서 발급 가능하다.

- 대출받는 은행에서 지정해 준 근저당 법무사에게 등기 업무까지 같이 할 필요가 없다. 법무통에서 견적을 받으니 20만 원이나 더 저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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