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한 미식가

#만두 #맛집 #달인

by 밍크

우리 동네에도 맛있는 만두집이 하나 있지만, 생활의 달인이 만든 만두를 먹기 위해 옆 동네까지 걸어갔다. 리뷰에서 맛있다는 김치만두를 포장해 와서 야간 출근 전에 먹어야겠다. 회전교차로를 지나, 몇 차례 신호등을 건너가며 10분 정도 걸어 가게 앞에 도착했다. 빨간색 큰 간판에 노란색으로 ‘국내산 시래기와 돼지고기,김치를 사용’했다고 적혀있는 것이 한눈에 들어왔다. 엄청 맛있겠다고 기대하면서 주문하려는데 어라 사장님이 안 보인다. 출발하기 전에 브레이크 타임 없는 것을 확인했는데... 사장님이 잠깐 자리를 비운 건가? 자세히 보니 가게 안 쪽에서 아저씨인지 할아버지인지 만두를 빚고 있다.


‘기다리면 내 인기척을 느끼겠지...’ 조용히 기다리고 있는데 만두를 만드는데 집중하느라 내가 있는 쪽을 쳐다볼 기미가 없다. 나도 내 소심함이 싫다. ‘저기요 주문할게요 크게 소리쳐야 하나?’ 생각하다가 ‘내가 파는 만두를 사서 먹기만 했지, 전문가가 만두 빚는 모습을 언제 또 보겠나?’ 싶어 만두 빚는 모습을 보며 기다리기로 했다. 사장님은 동작 하나하나가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계산되어 정교하게 움직였다. 만두피 한 장을 손에 얹는 동작이 하나, 소를 떠서 세 번 만에 가지런히 정리하는 동작이 둘,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번 만두 가장자리를 쓱쓱 누른 후 마지막으로 찜기 안에 만두를 두면서 한 번 더 만두 가장자리를 꾹 눌렀다. 이렇게 찜기에 만두를 속도감 있게 만들더니 딱 8개까지 올려두었다.

‘지금이야 한 판을 다 채웠으니 사장님을 불러볼까?’ 하지만 멈춤 없이 다음 만두를 바로 만들기 시작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남아있는 만두피까지 다 빚을 때까지 기다릴까? 우리 집 강아지가 기다려를 할 수 있는 정도로만 기다려를 할 수 있는 나지만 조금 더 기다려 보기로 했다. 리드미컬하게 만두를 빚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여기가 생활이 달인 본점은 아니지만 이분도 이미 달인은 달인이다. 어떤 일이든 전문가의 경지에 도달한 사람을 보면 존경심이 든다.


만두피가 아직 남았는데 목표치를 달성했는지 만두 빚는 것을 갑자기 중단한다. 지금을 놓치면 안 될 것 같아 “김치만두 하나 포장해 주세요”라고 말하니 사장님이 냉장고에 보관 중이던 김치만두 한 판을 꺼내 찜기에 두고 옆에 붙여 놓은 여러 개의 타이머 중 한 개에 4분을 세팅했다. 타이머가 울리고 찜기에 쪄진 만두를 받아와 집에 오자마자 해치웠다. 만두는 아직 따뜻했고 간장을 안 찍고 먹어도 간이 딱 적당했다. 반절씩 잘라서 먹는데 꽤 매콤하고 김치가 아삭하게 씹혀 식감이 좋았다. 단골각이다. 동네에 폐업하는 가게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 같은데 오랫동안 영업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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