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북 Reflections 01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lfie Oct 31. 2020

샌프란시스코 lazy,spiritual,healing

위로 성찰 힐링 발견

Mural on Market street

미국생활 사년차, 매번 어딘가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자기소개를 할 때면 유독 내가 한국이 아닌 다른 문화에 들어와서 살고 있다는 걸 다시끔 깨닫게 된다.

대뜸 이름부터 얘기하는 이 미국식 대화는, 어디 출신이고 이곳 생활이 몇년 되었는지를 공유하는 것으로 이어지고, 거의 필연적으로 두 세 마디 안에 내가 하는 일이 무언지를 소개해야 하는 타이밍으로 귀결된다. 그때마다 내 직업을 영어로 들은 사람들은 열에 아홉이 머리를 갸웃거리고 그게 무슨 단어인지 되묻는다. 그리고 난 단 한 문장으로 다시 설명을 해주는데 그러면 보통 아~ 가 나온다.

그리고 난 그 말을 해놓고 아 잘 설명했구나 라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사실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대답을 한 것에 대해 묘한 기분이 된다. 요즘말로 현타가 온다고 해야할까 아니 그것보다는 내가 지금 서 있는 여기도 아니고 저기도 아닌 어중간한 그 위치를 다시금 느끼게 되는 순간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내 직업은 영어로 chaplain이다. 사실 이 일을 한지가 7년이 넘었는데도 아직도 한국어로 뭐라고 번역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지금은 병원에서 이 일을 하고 있으니, 간혹 한국인 환자에게 한국어로 이야기할 상황이 올 때 '저는 원목이에요. 여기 병원에서 일하는 목사요' 라고 말한다. 그리고 기독교 기반의 문화라고는 하지만 종교생활 자체가 굉장히 희귀해진 이 지역에서 내가 하는 일을 설명해야 할 때 내가 하는 말은 'I pray for patients.' 이게 바로 그 ah~ 를 얻어내는 쉬운 설명임과 동시에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내가 누구지?'를 고민하게 만드는 그 말이다.

거의 매일 최소 서너명의 사람에게 계속 나를 소개하고 설명하는 일상을 살다보니(매일 새로운 환자나 환자가족들을 방문하고 나를 소개하는 것이 주 업무라서) 나 자신을 번역하는 방법을 계속 고민하게 되기도 하고,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는 방법을 계속 더 깊게 파고들게 되기도 한다.

그리고 이 생활이 나에게 가르쳐 준, 오묘한 삶의 의미와 가치 혹은 미학에 대해 기록을 남기고 싶어져서 글을 쓰기로 했다. 나를 설명하는 방법을 더 연습하고 싶어서 그리고 그걸로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방법을 더 익히고 싶어서. 그게 내가 알고 있는 힐링이기 때문에.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