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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Reflections 1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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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fie Jun 17. 2021

Swimming

물 위에 뜬다는 것

요즘들어 헬스장에 운동을 하러  때마다 마지막 20분은  수영을 하고 나온다. 그냥 러닝머신위를 땀을 비질비질 흘리며 뛰는 것보다는 훨씬 쾌적하고 재밌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수영을  때마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다시 되짚어보게되는, 일종의 정신적 훈련이 된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서이다.


처음 수영을 배운게 언제였을까... 그것보다도 어렸을  수영장에 놀러가는 것을 참으로 좋아라했던 기억들이 매번 차가운  물이 피부에 닿을때마다, 마치  감각과 함께 다시 그때의 어린이가  몸으로 회귀하는  같은 기분이 든다.


아이들은 별거없이  속에서 참방거리는 것을 참으로 좋아라한다. 그리고 그렇게 다시 별거없이  속에서 시간보내는 것을 좋아하게 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흘렀다. 수영장 물에 들어간다는 것은 유년기를 지나면서 막상 기분좋은 일만은 아니게 되었다. 한번은 단체로 수영장에 갔는데 나만 수영모자를 안가져왔다는 이유로 물가에 우두커니 앉아서 들어가지도 못하게 막혔던 일도 있었고, 차가운 수영장물에 배탈이 나서 고생한 적도 있었고, 재미로 시작한 수영강습이 나중엔 따라가기가 버거워져서 결국 꼴찌가 되고 그만둔 적도 있었다.


 후로 십수년간은 사실 그런 수영장에   자체가 없었다. 어느새 물놀이 문화 자체가 바뀌어서 이제는 파도풀 있는 워터파크에 가서 구명조끼입고 둥둥  있기만 하면 되었고, 아니면  속에 들어가는  자체가 거의 사라져 그저 물가에서 선베드에 누워 태닝을 하거나 칵테일이나 홀짝거리면 되게 되어버렸다. 그러다가 다시 수영장 레인을 따라 이십년전 배운 평영으로 기억을 더듬어 헤엄을  보니 나는 완전히 다른 기분의 나를 발견할  있었다.


얼마전에 우연히 인터넷에서  글귀 하나가 떠올랐다. "Pride means I wish your childhood self could see the person you've become." Pride Month 맞아 누군가가 쓰고 올린 글인데 어렸을 때의 내가 지금의 나를 본다는 말이  와닿는다.


지금의 내가 수영을 다시 즐길  있게  것은 물을 신뢰할  있는 마음을 먹게 되었기 때문이다.  물이 나를 깊은 바닥으로 집어삼키는 것이 아니라 위로 떠올려준다는 것을 믿는  마음이 내가 편안하게 숨을 쉬고 긴장하지 않고 몸을 움직일  있게 해준다.


내가 어렸을 때는 두려움 없이 즐길  있게 되었다가 어느 순간에는 의심하게 되었고 그리고 다시 이제 신뢰하게   자연에 대한 나의 믿음과 관계맺음이 지금의 나를  있게 만드는 것이다.

비단  믿음과 관계맺음은  좁은 수영장 레인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상처입은 어린아이의 내가  상처위로 단단한 새살이 돋고 근육이 붙고  강하고 유연하게 성장한 나를 보며 자랑스러워하는 그런 시기가 왔음을 축하하는 그런 믿음인 것이다.

Python,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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