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이해하는 가장 완벽한 방법
#글이 책이 되는 데 걸리는 기간?
책 집필을 위해 찾아오는 분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 “책 쓰는 데 얼마나 걸릴까요?”다.
가장 정확한 대답은 ‘본인 하기 나름’이라거나 ‘아무도 모른다’일 것이다.
사실상 이 질문은 마치 ‘며칠 정도면 살이 빠질까요?’, ‘외국어를 유창하게 하려면 어느 정도 해야 할까요?’, ‘프로그래밍 배우는 데 얼마나 걸리나요?’와 같다.
당연히 노력에 따라 다르다. 그럼에도, 굳이 일정 기간을 요구하는 분들에게 단순하게 답하자면 초고 집필 기간의 '목표'는 3개월을 넘기지 말라고 말한다.
아무런 준비 없이 실행 방법도 막연한 상태에서가 아니다. 결국 책 쓰기를 위한 가장 강력한 전제는 ‘집필을 위한 준비가 얼마나 되어 있느냐’다.
집필을 시작하기 전에 어떤 내용의 책을 쓴 것인지 자신의 경험과 철학을 기반으로 콘셉트를 기획하고, 그 안에 담을 사례와 구조를 정리해둬야 한다.
인문·사회과학 전문 작가로 활동 중인 고영성 작가는 집필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책을 쓸 때 아이디어가 나오면
관련 서적과 자료를 광범위하게 읽은 후
읽었던 자료 중에
책에 들어갈 자료들을 재정리한다.
그리고 책의 구조를 짠 다음
집필을 시작하는데
본격적인 글을 쓰는 기간은
보통 30~40일 정도이다.”
이것이 과연 그의 특별한 이야기일까. 아니다. 의외로 많은 저자들이 한 권의 책을 집필하는 데에 한 달 남짓한 시간을 할애한다.
이는 앞서 말했듯 미리 자료 조사와 책의 구조를 준비해두고 오롯이 쓰는 데에 걸리는 기간이다.
스노우폭스의 김승호 회장도 그가 운영하는 사장학개론 강연에서 “4~5년 정도 묵은 생각을 모았다가 하나의 제목으로 나올 만하다고 느끼면 책을 쓴다. 그렇게 아무 것도 안 하고 책만 쓰는 데에 ‘열흘’ 정도 걸린다.”라고 답했다.
소설 『7년의 밤』 초고를 3개월 만에 끝낸 정유정 작가는 “말이 되든 말든 초고는 막 질러서 3개월 안에 쓰고, 나머지 기간엔 껍질을 벗기듯 열다섯 번 정도를 고친다.”라고 말했다.
이들이 특별한 영감을 받았기 때문에 이렇게 빨리 집필을 하는 것일까. 아니다. 쓰겠다고 마음먹고 썼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또한 초고이기에 가능한 이야기다.
쓰려고 하는 주제를 기획했고,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들을 정리하고, 그것을 토대로 자리에 앉아서 쓰기 시작한 것뿐이다.
나는 이것이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하는, 고집하는 기간이라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처음에 설명했듯 경우에 따라 6개월이 걸릴 수도, 10년이 걸릴 수도 있다. 분명 누군가에게는 단기간일 수도 누군가에게는 평생이 걸리는 숙제가 될 수도 있다. 직장 생활 혹은 학업 때문에, 아이를 키우느라, 자격증 및 시험 준비로 등등 여러 이유들을 이미 너무 많이 봐와서 잘 알고 있다.
정해진 것은 없다. 그렇지만 이것만은 알아야 한다. 당신이 고민만 하는 이 시간에도 누군가는 일정 기간을 정해두고 해내고 있다는 것.
모두가 그것을 목표로 할 필요는 없지만 이를 알게 됨으로써 뿌옇게 보이는 막막함이 아니라 선명한 계획을 세울 수는 있다는 것이다.
전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에서 누군가 이렇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보았을 때, 내가 목표하는 가능성의 범주도 함께 확장된다. 많은 이들이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내가 이루어낼 수 있는 선택의 폭은 훨씬 넓어진다.
그 세상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 그것을 현실로 이룰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그래서 높은 목표치조차 현실성 있다고 생각하고 계획할 수 있다. 남들이 이렇게 하니까 나도 그 기간에 해야 돼, 하고는 달성하지 못했다고 자책하는 게 아니라, 이러한 세상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누릴 수 있는 가능성의 범주를 넓혀야 한다. 그 가운데 하나는 내 글이 책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단 한 번도 작가가 되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더라도, 이 책을 통해 무의식 속에 언젠가는 내 글이 책이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자리 잡히게 된다면 이는 언젠가 충분히 현실이 될 수 있다.
온 마음을 담았습니다.
책의 활자들이 날개가 되어 더 많은 독자들에게 전해지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