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전원주택에 살면 행복할까?

모든 사람들의 로망이라고 하는 전원주택! 제가 살아봤습니다.

by 제주 아빠


"꺄악! 오빠" 아내의 비명소리가 2층까지 들린다. 직감적으로 바퀴벌레의 등장임을 알아챈다. 빠르게 1층으로 내려간다. 이번엔 조금 큰 녀석이다. 하얀 벽에 딱 붙어 선명하게 대비되는 저 녀석을 어떻게 잡아야 하지. 어설프게 잡으면 소파 뒤로 떨어질 것이고 부상당해도 여전히 빠르기 때문에 끝내 살아서 도망갈 것이다. 그렇게 놓지면 우리는 오늘 밤에 잠 못 이룰 것이다. 이미 녀석은 자기가 발견됐다는 것을 알고 있다. 도망갈 틈을 노리는 게 분명하다. 인터넷에서 봤던 허무맹랑한 바퀴벌레 관한 지식들이 머릿속을 빠르게 스쳐 지나간다. '순간적으로 IQ가 340이 된다고? 시속 150km까지 낼 수 있다고?' 그렇다면 나는 더 빠르게 움직여야 했다. 내가 선택한 무기는 파리채. 어지간히 세게 내려치지 않으면 죽지 않을 것이다. 한 방에 끝내야 한다. 지형지물을 이용해 회피할 기회를 줄 수 없다. '탁!' 하릴없이 추락하는 바퀴벌레를 보며 안도한다. '잡았구나!'


엄지손가락보다 큰 바퀴벌레를 파리채로 잡았다. 상당한 힘으로 스매싱에 성공해야지만 일격에 잡을 수 있다. 전원주택 최악의 빌런. 독자들을 위해서 모자이크 처리.


아마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집의 끝판왕은 전원주택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모두에게 '너무나 먼' 존재처럼 느껴져서 그런지 대다수 사람들은 전원주택 대신 아파트에 산다. 2000만 가구 중 1001만 가구가 아파트에 산다고 하니 50%가 넘는 수치다. 전원주택에 산다고 하면 당연히 부자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아파트라는 개념이 생긴 것은 인구 증가에 따른 주택 수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정확히는 혁명을 피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집은 살기 위한 기계다."라는 말을 남긴 프랑스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 1887∼1965)의 구상에 따라 2차 세계대전 직후 프랑스 남부 마르세유에 ‘위니테 다비타시옹’(Unité d'habitation, 주거 통일)이라는 공동주택을 건축했다고 한다. 337가구가 동일한 구조에서 사는 12층짜리 건물이 그것이다. 그 이후 이 개념을 우리나라에 도입하여 1964년 최초로 마포아파트를 건축한 것이다. 그렇게 시작한 아파트는 현재에 와서는 애증의 존재가 됐다.


위니테 다비타시옹(구글 이미지)


"여보. 우리는 아파트 절대 사지 말자." 아파트를 사지 않는다고? 21세기 대한민국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내용은 아닐 것이다. 아파트를 산다는 것은 의식주라고 하는 기본적인 생활을 위한 필수 요소를 채우는 것이기도 하고 동시에 월급쟁이가 부자가 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기도 한 것을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것을 포기한다는 것은 바보나 다름없는 결정이라고 할 것이다. 그렇다. 우리는 바보로 살기로 결심한 것이다. 이런 결심을 할 수 있게끔 해준 요소가 몇 가지 있다.


직업 특성상 적어도 근무하는 동안엔 집 걱정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영향을 줬다. 또한 레바논 파병 이후 가족은 절대 떨어져서 지내지 말기로 결심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자녀 교육도 홈스쿨링을 통해 사교육 제로를 달성하기로 했기 때문에 소위 말하는 '강남 학군'같은 곳에 내 베이스를 설치하지 않아도 됐다. 부동산 투자? 음... 돈에 관해서 우리 가족들은 이런 결론을 내렸다. 어느 정도의 저축이나 보험가입과 같은 것은 필요할 수 있지만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미래를 위해 전전긍긍하기보다 오늘 행복하기 위해 집중하자고. 그래서 아파트를 구매하기 위해 대출을 받고 그 대출금을 꼬박꼬박 갚기 위해서 소비를 줄이고 미래에 그것이 온전히 내 아파트가 되었을 때 기쁨을 누리기보다는 오늘, 지금 이 순간 삶을 플렉스 하자고. 카르페 디엠!


"자, 귀를 기울여봐. 들리나?" "카르페, 카르페 디엠" 영화『죽은 시인의 사회』는 내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영화다.


또 다른 이유는 내 가치관 때문이다. 아파트를 혐오한다. 발을 땅에 붙이지 않고 허공에 매달려 살아야 하면서 동시에 모두가 동일한 몰개성의 구조속에 갇혀있는 형태 자체를 매우 혐오한다. 또한 언젠가 집은 모두에게 '무료'로 국가가 '제공'해주어야 할 공공재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내가 은퇴할 때쯤엔 반드시 그런 모습이 이뤄질 것이다. 또한 나에게 있어서 집은 예술품에 가까운 것이라는데 있다. 결론은 나는 아파트가 아닌 주택을 내가 직접 지어서 살 것이며, 국가는 그런 나를 위해 어느 정도 일정 부분 지원해주는 날이 올 것이라는 것이 나의 믿음이다. 물론 국가의 지원이 없더라도 집을 직접 짓는다는 것은 변함없는 나의 목표다. 절대 아파트를 구매하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이 나오게 된 배경이다.


나에게 집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전원주택뿐이며, 그것은 내 인생의 예술품이기도 했다. 나의 생각을 실험하기 위해서 육아휴직과 제주 살이를 결정한 이레 가장 중요한 조건은 바로 전원주택에서 사는 것이었다. 모든 사람들의 워너비 전원주택. 내가 바로 그 전원주택에서 한시적이지만 주인 노릇 하며 살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큰 행운이었다. 게다가 이렇게 좋은 전원주택이라니. 다시 생각해봐도 이건 정말 기적이다. 하지만 전원주택에서 산다면 정말로 행복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원주택에서 살 수 있는 사람은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전원주택은 집의 끝판왕이라지만 아무에게나 그런 삶을 허락해주진 않는다.


국가에서 제공해주는 아파트에 감사한 마음을 갖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이것으로도 감지덕지하다. 그저 나의 선호와 맞지 않을 뿐이라는 것.


아침에 일어나면 먼저 환기를 시키기 위해 집의 창문을 다 연다. 보일러를 조정하는 것은 필수다. 현관문을 열면 신문 배달이 와있다. 주섬 주섬 신문을 집어 들지만 밤새 분 바람 때문에 여기저기 낙엽이 떨어져 있다. 현관 쪽이 지저분해졌다. 빗자루를 들고 쓸어야 한다. 어젯밤 바람이 불 것을 예상해서 재활용 구역에 뒀던 바람에 날릴만한 것들을 창고에 모두 넣어뒀지만 여전히 낙엽이나 인근 집에서 날아온 비산물들이 마당에 나뒹군다. 마당의 낙엽을 쓸어 한데 모아뒀는데 내 가운데 손가락보다 큰 지네가 기어 나온다. 집으로는 들어오지 않았지만 자주 눈에 띄는 내 주변 이웃 중 하나다. 혹시나 집에 들어올까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이 내 눈에 띄었다는 이유로 살생을 저지른다.


아내의 비명을 아침마다 듣는 것이 미안해 먼저 일어나 집을 한 바퀴 순찰 돈다. 최근에 설치한 벌레 퇴치 장치가 작동을 잘하는지 최근에 큰 바퀴는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작은 녀석은 종종 눈에 띈다. 화장실 문을 여니 쥐며느리보다 작은 바퀴벌레 한 마리가 재빨리 도망간다. 발로 밟아 잡는다. 이 정도 크기는 맨발로 밟는 것도 익숙해졌다. 농발거미라고 들어보았는가. 이 정도 거미도 때로는 맨발로 밟는데 바퀴쯤이야. 그래도 엄지손가락보다 큰 바퀴벌레는 아직 좀 꺼림칙하다. 가끔 고민스럽다. 농발거미를 그냥 키워서 바퀴벌레를 잡게 할까?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농발거미나 바퀴벌레나 둘 다 썩 마음에 드는 이웃은 아니다. 농발거미가 눈에 띄지만 않아줬으면 하는 마음이지만 우리 집 벽은 또 다 흰색으로 칠해져 있어서 너무나도 눈에 잘 띈다.


벌레가 밖에 있을 땐 아이들도 신기해하며 채집하고 다닌다. 하지만 집안으로 들어오는 순간 처치해야 할 빌런들로 돌변한다.


겨울에서 봄을 지내며 이 정도 수준이다. 전원주택에서 여름을 지내본 사람들 말로는 모기, 노린재, 그리마, 귀뚜라미, 파리 등 온갖 해충이 집에 함께 거주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제주도는 특히 더 그렇다고. 이미 몇 년 살아본 제주 이민 선배들의 황금 같은 조언이다.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게 된다. 한 이웃은 한 달 살이를 오면서 사장님께 다른 건 다 좋은데 바퀴벌레만 없게 해달라고 했다고 한다. 마침 새로 구매한 벌레 퇴치 장치가 부디 잘 작동해주길 바랄 뿐이다. 한편으로는 벌레와 친해지지 못하면 전원주택에서 살기 힘들다는 말을 해드리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벌레가 많아도 너무 많다. 재활용을 위해 모아놓은 종이류는 습기를 머금지 않도록 잘 관리해야 한다. 비가 오고도 그냥 방치해두면? 살면서 봤던 것보다 더 많은 수의 콩벌레와 쥐며느리를 보게 될 것이다. 그래도 이 벌레들은 귀여운 축에 속한다.


잔디가 조금씩 자라기 시작한다. 황금빛이었던 마당이 녹색빛으로 바뀌면서 더불어 그 녀석들이 무럭무럭 자라는 게 눈에 보인다. 조만간 잔디를 깎아줘야 할 것이다. 다행인 것은 사장님집에 잔디 깎기 기계가 잘 구비되어 있다. 군에서 사용하던 '예초기'가 아닌 게 어딘가. 여름이 오면 키도 안 닿는 높은 곳의 야자수 나무 잎도 잘라줘야 할 것이다. 눈이 오고 비가 오며 계절이 바뀌면서 마당의 식물들이 그냥 자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봄이 되었는데 무관심 속에 죽어가는 나무들이 보인다. 이유를 도저히 모르겠다. 사장님 처방법은 막걸리를 물에 희석시켜서 주라는 것이다. 잘 수긍이 가질 않는다.


'사서 고생한다.'라는 말이 100% 적용될 수 있는 텃밭 가꾸기. 그냥 둬도 되는데 굳이 개간하고 이것저것 심는다. 일거리가 늘어남은 당연지사. 하지만 난 이런 게 재밌다.


낙엽 쓸기, 잡초뽑기, 텃밭 가꾸기, 쓰레기 정리하기와 같은 새로운 일거리가 잔뜩 생겼다. 실수로 쓰레기봉투를 창고에 넣어두지 않으면 다음날 대환장 파티가 마당에 펼쳐진다. 고양이, 개들이 우리 집에서 밤새 파티를 벌인 게 분명하다. 찢어진 봉투 사이로 빠져나온 온갖 쓰레기들이 마당에 널브러져 있을 때면 '쓰레기봉투를 창고에 넣는' 사소한 행동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전원주택의 생활이 쉽지만은 않다는 걸 느낀다. 평일에 바삐 일하는 사람이 주말에 쉬어야 할 때 과연 이런 일들을 할 수 있을까? 나의 전원주택 예찬은 육아휴직자라고 하는 특수한 환경 때문은 아닐까? 부지런해야지만 살아갈 수 있다. 이런 것들을 좋아하는 사람만이 전원주택의 삶을 누릴 수 있다. 전원주택의 삶은 인간의 삶과 닮았다. 노력한 만큼 보상이 돌아온다.


비 오는 날 행사용 천막을 쳐놓고 그 아래에서 바비큐 파티를 벌이는 것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최고의 재미다. 캠핑 느낌도 물씬 나는데 훨씬 간편하다.


코로나 19로 인해서 최근 재조명되고 있는 것이 '영국식 정원'이라고 한다. 쉽게 말하면 일반적인 전원주택이 갖고 있는 외부와 차단된 나만의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는 마당이 영국식 정원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자동으로 시행된다. 그로 인해 코로나 블루 같은 고통을 겪지 않고 마치 요새로 피난한 사람들처럼 우리들만의 공간에서 안전하게 삶을 누린다. 데카메론이 따로 없다. 너무나도 큰 사치라고 생각되지만 어찌 보면 미래에 모든 지구인이 가져야 할 공간이 아닌가 싶다. 그것이 이뤄지도록 해야 하는 것이 또 국가의 역할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도심지에서 멀어 출퇴근이 쉽지 않고, 관리할 소요도 너무나 많으며, 아파트처럼 집값이 마구마구 오르지도 않는 전원주택은 말 그대로 꿈의 집일 뿐이다.


이사 온 첫날부터 바비큐 파티를 벌였다. 밤새 크게 떠들지만 않는다면 내 마당에서 벌이는 바비큐 파티는 우리에게 더할 나위 없는 최고의 사치다. 필요한 것은 다이소에서 파는 숯과 제스코마트에서 구매한 제주산 돼지고기 그리고 조금의 부지런함이다. 널찍한 마당은 아이들과 뛰놀기에도 최적의 공간이다. 개학이 미뤄지고 코로나로 인해서 어딜 다니지도 못하던 때에 마당은 최고의 놀이터가 되어준다. 축구하기에도 좋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하기에도 좋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일명 '괴물 놀이(술래잡기와 비슷)' 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몸놀이를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아빠와 마당은 최고의 놀이기구다. 내가 열심히 운동을 해야 하는 이유기도 하다.


적어도 우리에겐 전원주택이 너무나도 잘 맞는다. 마당을 마음껏 즐길 줄 아는 3명과 마당을 잘 관리할 줄 아는 1명으로 구성된 가족이기 때문이다.


당근 마켓에서 불과 6만 원에 꽤나 널찍한 인텍스 수영장을 구매했는데 올여름은 이걸로 홈캉스를 누릴 것이다. 마침 수영장을 설치하기에 최적의 장소가 마련되어 있다. 마당 딸린 집에 수영장이라니! 풀빌라에 살고 있는 것이다! 수영장에서 물놀이하며 바비큐를 먹는 재미는 상상만 해도 벌써부터 즐겁다. 하지만 유튜브, 블로그 등을 통해 찾아본 인텍스 수영장의 단점은 아빠가 청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름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눈에 훤하지만 그에 앞서 아이들의 행복한 웃음소리가 들린다. 그래서 구매를 고민하지 않게 됐다. 2층엔 아내를 위해 루프탑을 설치할 것이다. 아시바 파이프(비계) 4개와 캔버스 천막만 있으면 DIY로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2층 베란다는 루프탑을 위해 최적의 장소다.


나의 전원주택에 대한 예찬은 끝이 없다. 그리고 우리는 결심했다. 육지로 돌아가서도 전원주택에 살기로. 국가에서 제공해주는 아파트가 있다. 아주 저렴한 가격에 거주할 수 있기에 잦은 이사와 주거 환경이 녹록지 않은 전방 오지 산골에 거주해야 하는 군인들에게는 최고의 복지혜택이다. 하지만 이런 이유 덕분에 어느 정도 복무한 군인들은 돈을 모아 집을 살 수 있다. 전세로 돌리거나 가족과 떨어져 살게 된다. 부동산 투자하기에도 유리하고 가족과 떨어져 지내며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환경을 제공하기에도 유리하다. 대다수가 아마 이런 혜택을 마음껏 누리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린 이런 혜택을 스스로 포기하기로 한다. 아파트보다는 조금 싼 가격에 전세를 얻을 수 있는 전원주택에서의 삶을 지속하기로 한다. 지금처럼 2층이 아니어도 좋고 마당이 조금 좁아도 괜찮다. 아파트는 숙소지만 전원주택은 집이라는 결론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하늘에서 바라본 우리 집. 널찍한 마당, 아담한 2층과 베란다, 후박나무와 동백나무로 둘러싸인 담벼락과 올레가 너무나도 예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전원주택에서의 삶은 내겐 현실이다


우리의 희망사항이다. 하지만 그렇게 할 것이다. 계급이 높은 고위직 장교들에게는 관사가 제공된다. 대다수 관사는 전원주택이다. 그에 반해 미군기지에 가보면 미군들 대다수는 전원주택에 거주한다. 땅이 넓은 미국이라 다를 수 있지만 집에 대한 개념 자체가 일반적으로 아파트로 형성되어 있는 우리나라와 전원주택으로 형성되어 있는 미국의 차이가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위 장교들에게만 전원주택이 제공되는 것이 조금은 부조리하다고 느껴진다. 하지만 탓하고 싶지 않다. 불평불만이 있지도 않다. 그냥 내가 전원주택에서 살면 되니까. 전원주택은 돈이 있어서 살 수 있는 것도 계급이 높아서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벌레와 친해질 수 있는 넉살과 마당을 청소할 수 있는 부지런함이 있으면 되는 거니까.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전원주택의 삶이 생각보다 그리 멀지 않다는 것을 사람들이 깨달아가고 있다. 서울에 웬만한 아파트보다 오히려 전원주택이 더 싸다는 것에 많이들 놀라기도 한다. 아무래도 전원주택의 고급진 삶을 상상하던 사람들은 으레 꿈꾸기도 어려운 가격일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그럴 것이다. 물론 정말 대저택 같은 전원주택의 가격은 아마도 서울 아파트 값을 간단하게 뛰어넘을 것이다. 하지만 네 사람이 오순도순 삶을 이어가기 위한 전원주택은 생각보다 그리 비싸지 않다. 가격이 중요한 것이 아니란 것이다. 전원주택의 삶은 그저 삶에 대한 태도와 관련 있는 선택이다.


선물 받은 해먹과 바람막이 텐트를 2층 베란다에 설치해본다. 아이들에게 최고의 놀이터가 또 하나 생겼다. 해먹은 나도 좋아해서 종종 다툼이 일어난다.


도심지보다 주로 외곽에 위치해서 교통이 불편하다. 역세권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경비 아저씨도 안 계시고 쓰레기도 직접 정리해야 한다. 그 흔한 아파트 상가도 없다. 지하주차장도 없고 도시가스, 중앙난방도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제주 전원주택에서의 삶은 더 불편하다. 피트니스 클럽도 없는 경우가 많고 클린하우스(분리수거, 음식물 쓰레기 집하장)도 꽤 거리가 있다. 밤이 되면 어두컴컴하다. 들개들이 돌아다니는 경우가 있어서 무서울 때도 있다. 뭐 물론 그 들개마저도 벌레에 비하면 애교 수준이다. 그래서 나는 전원주택에서의 삶을 추천하지 않는다. 전원주택에서의 삶은 누가 추천해주거나 조언해줌으로써 얻어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그저 살아보면서 나와 맞는지 아닌지 결정할 문제다. 이 정도 불편함에 지레 겁먹고 거부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그 역시 좋은 선택이다. 하지만 전원주택이 너무 꿈만 같은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겐 말해주고 싶다. "아파트 살 돈이면 전원주택 사고도 남아요."


전원주택에 살아서 행복하냐구요? 말해 뭐해~!



안산에서 카페를 경영했던 아내에게 우리 집은 우리만을 위한 작은 카페나 마찬가지다. 마당에서 햇빛을 받으며 바리스타가 타 준 '아바라'를 마실 수 있다는 건 가히 축복이다.





Tip. 제주도는 특성상 고층아파트는 거의 없고 낮은 빌라나 주택 위주로 거주지가 형성되어 있다. 특히 제주시, 서귀포시를 벗어나면 일반 가정집도 거의다 전원주택이다. 일 년 살이를 계획하고 있거나 이주를 생각하는 분들에게 전원주택은 매우 중요한 선택 요소 중 하나일 것인데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전원주택의 어떤 점을 누리고 싶은지 잘 고민해서 선택한다면 최적의 가격에 아주 좋은 주택을 구할 수 있다. 마을에서 소유하고 있는 집들 중에서는 월세가 매우 저렴한 것도 많기 때문에 이주 이전에 치밀하게 알아볼 필요가 있다. 또한 지역별로 주택 스타일도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 애월, 한림 쪽은 아무래도 잘 알려진 데다가 국제학교 등이 있어 세련되지만 비싼 집들이 주로 있고, 대정, 안덕, 표선, 성산 쪽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괜찮은 집들이 많이 있다. 공인중개사를 통해서 하는 경우도 있고 집주인과 직접 계약을 맺는 경우도 있다. 일 년 살이와 같은 경우는 임대차계약서를 쓰기도 하는데 제주도민이 되면 혜택이 많기 때문에 무조건 주소 이전을 하는 것이 유리하다. 주소이전 시에는 차고지 신고제를 고려하여 반드시 집주인으로부터 차고지 사용 승인을 득해야 한다.




* 작가의 변 : 기존에 작성되어 있던 원고들을 브런치 스타일에 맞게 탈고해서 쓰다 보니 실제 일자와 글이 올라오는 시점이 차이가 있습니다. 참고로 이 글은 4월 경에 작성된 글입니다. 시기적으로 차이가 있더라도 재밌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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