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처음 해본 낚시를 통해 삶을 배운다.
"아빠! 이번엔 뭐 좀 잡았어?" "어... 미안해. 하하하" 호기롭게 낚싯대를 둘러메고 오늘 저녁 반찬거리를 잡아오겠다고 떠난 아빠는 오늘도 빈 낚싯대를 덜레덜레 어깨에 짊어지고 집으로 돌아온다. 엄마는 이미 예상이나 한 듯 물고기를 재료로 하지 않는 저녁 메뉴를 검색해 두었다. 낚시로 먹고사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지만 한편으로는 나 역시 '노인과 바다'에 나오는 사자꿈을 기대하며 주섬주섬 낚시 용구를 정리한다.
만일 네 손이 너를 범죄 하게 하거든 찍어버리라 장애인으로 영생에 들어가는 것이 두 손을 가지고 지옥 곧 꺼지지 않는 불에 들어가는 것보다 나으니라. 마가복음 9:43(개역개정)
마지막 미끼를 멀리 던졌다가 이내 비어버린 바늘을 다시 걷어올린다. 이미 해는 저산 너머로 졌다. 길어진 해를 보며 봄이 가고 여름이 오고 있음을 느낀다. 온갖 채집활동을 하며 햇빛 아래 함께 시간을 지내다 보니 아이도 어른도 점점 새카매져 간다. 동시에 우리 가족들의 웃음도 더 짙어진다. 어려운 시기에 훌쩍 강으로 바다로 낚시를 떠나 세월을 낚던 현인들의 모습이 허송세월이 아님을 깨달으며 우리 가족은 오늘도 더욱 돈독해진다.
Tip. 제주 갯바위 낚시는 여행자에게라도 꼭 추천하고 싶은 아주 재밌는 놀이다. 낚시 가게에서 4~5만 원 정도 투자하면 낚싯대와 미끼를 구할 수 있는데 바닷가 근처 숙소를 잡았다면 하나쯤 구비해두고 기간 중에 새벽 낚시, 저녁 낚시 등 틈새 낚시를 즐기는 것이 쏠쏠한 재미를 선사한다. 계절별로 잡히는 어종이 조금씩 차이가 있다고는 하지만 벵에돔, 우럭, 볼락, 놀래미, 자리, 어랭이 등 다양한 어종이 잡히기 때문에 잡을 수만 있다면 정말 재밌다. 오징어 철에는 심지어 오징어도 잡을 수 있다고 한다. 해루질을 통해 문어를 잡을 수도 있지만 해루질은 어느 정도 지식이 있어야 하고 바닷속에 들어가야 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므로 배운 사람들에게만 추천한다. 바다와 민물이 만나는 곳에서는 쏠종개나 민물장어도 더러 잡힌다. 다만, 파도가 심한 날은 절대 갯바위에서 낚시를 하면 안 된다. 해녀분들이 물질할 때 낚시를 하다가 해녀분들에게 바늘을 던지는 위험한 행위를 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낚시채비를 하다 보면 낚싯줄, 바늘 등을 해변에 그냥 버리는 경우가 있는데 환경오염의 주범이니만큼 반드시 수거해야 한다. 가급적 작은 물고기는 풀어주고 먹을 수 있을 정도의 큰 물고기만 잡아서 회, 구이 등으로 먹는 것을 추천한다. 낚시 초보자라면 갯바위보다는 마을마다 있는 포구에 가서 낚시하는 것이 조금 더 수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