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우리는 모두 떠난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 나그네다.
나그네는 참으로 순한 개다. 특히 눈을 보고 있으면 무조건적으로 충성을 다할 것 같은 표정을 항상 짓고 있다. 본능일까? 제 형제들이 이미 하늘나라고 가버렸다는 것을 아는 걸까? 그래서 자기는 살고 싶은 걸까? 모를 일이다. 나그네는 참 똑똑한 개다. 손님을 기가 막히게 알아챈다. 그래서 절대 손님에게는 짖지 않는다. 하지만 사장님이나 내가 돈을 지불해야 하는 방문객은 어떻게 알고 짖는다. 가스 배달원, 전기 요금 고지서 배달원 등이다. 그걸 보고 있자면 웃음이 난다. 내 주머니를 지켜주는 것 같아 고맙다.
하지만 사람을 너무 좋아하는 것이 흠일 때도 있다. 손님이 오면 반가운 마음에 꼬리 치며 달려가지만 금세 훌쩍 커버린 나그네는 몸집이 꽤 큰 개이기 때문에 손님 중에 어린아이가 있으면 놀라게 마련이다. 종종 개를 묶어두라고 컴플레인이 들어오면 사장님은 어쩔 수 없이 나그네를 묶어둔다. 하지만 묶여있는 나그네는 참으로 안쓰러워 보인다. 우리 사장님이 입버릇처럼 하시는 말이 있다. "나는 개를 싫어해." 근데 그런 개를 위해서 오늘도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남은 음식들을 봉지에 싸가지고 오신다. 나그네는 그런 마음을 잘 아는지 잘도 먹는다. 첫째 아이는 개를 볼 때마다 "아 귀여워!"를 남발한다. 그렇게 말하는 아이가 더 귀엽다.
나그네는 아마 믹스견인 듯하다. 진돗개라고 하기엔 꼬리가 너무 펴져 있고 제주개라고 하기엔 또 뭔가 부족한 구석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생겼다. 이마에서 코로 내려오는 선이 참 예쁜 개다. 어찌 됐건 개도 잘생기고 볼일인 것 같다. 이곳 타운을 방문하는 거의 대다수 손님들이 나그네를 참으로 좋아하신다. 이제 새끼까지 있어서 그 귀여운 강아지들을 보러 일부러 아침부터 나와 산책하시는 분들도 많다. 특히 아이들이 좋아한다. 아이들은 아침 일찍 일어나 강아지와 마주하는 게 이곳에서의 일상이다. 더러 부모님들은 아이들이 강아지를 무서워하니 묶어달라고 요청해서 강아지를 묶어두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아이들은 강아지를 보려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이런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우리 아이들을 잘 모르고 산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나그네를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 직업의 특성상 한 지역에 오래 머무르기보다는 잦은 이사를 다닌다. 그래도 나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이런 경우를 '고속도로'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홍천, 양평, 용인, 서울, 대전이다. 농담처럼 최전방이 서울이었다고 얘기한다. 레바논 파병은 특별한 경험이었지만 어찌 됐건 대다수 근무지가 서울 근교 거나 대도시였으니 운이 좋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나그네 인생을 살았다. 이삿짐을 채 다 풀어놓지도 않고 다닌 적이 오래다.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하지만 아이를 키우다 보니 장난감과 책이 늘어가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제주도에 올 땐 빌트인 하우스인 관계로 짐을 많이 줄일 수 있었다. 내 짐이 고스란히 대전의 아파트에 남겨져있다. 다시 육지로 올라갈 땐 제주도와 대전 양쪽에서 이사를 해야 한다. 또 나그네인 것이다.
그래서일까. 나그네를 보면 참으로 정감이 간다. 다행히 사장님이 나그네는 그래도 키우신다고 다짐하신 관계로 나그네는 더 이상 나그네가 아닐 수도 있겠다. 이제는 이곳의 주인 노릇을 할 것이다. 종종 들어오는 고양이도 쫓아내고 다른 개들도 쫓아내기도 한다. 나그네였던 나그네가 이제는 나그네가 아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나그네처럼 불안한 견생을 살지 모르겠다. 여러 사람들의 손을 타고 오는 사람들마다 반겨주지만 또 그 사람들이 떠나면 나그네 입장에선 정들었다가 또 남겨진 것이 되니 이 또한 마음이 좋을 수만은 없을 것이다. 다행히 나그네는 떠나는 사람을 기억하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새로 온 사람을 반기는 모습을 봐서는 참으로 행복한 개구나 싶다.
Tip. 제주도에는 제주시, 서귀포시에 각각 유기견 담당자가 있다. 제주 유기견 센터를 통해서 유기견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며, 당근 마켓에도 이와 같은 정보들이 올라온다.(제주 유기견 센터 페이스북 페이지 : https://www.facebook.com/jejuanimalshelter/) 장기간 제주에 머물길 희망한다면 제주에 개를 데려오는 것은 가능하지만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은 바로 떠돌이 개가 언제든 집 마당으로 올 수 있다는 점이다. 대형견의 경우 집 밖에서 키우는 경우가 많은데 자칫 떠돌이 개에 의해 임신이 될 수도 있다. 제주도 마당은 대다수 외부와 연해있는 경우가 많아서 마당을 원천 봉쇄하기란 쉽지 않다. 이런 이유로 산책을 나갈 때도 목줄을 하는 것이 필수다. 혹여나 묶여있지 않은 다른 개들에 의해 공격을 당할 수 있으니 이 점도 유념해야 한다. 산책로 상에 풀어놓고 기르는 개가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아무래도 시골이다 보니 어르신들이 개를 방치하듯 사육하는 경우가 많아서 일일이 그것에 대해 따지고 들기가 쉽지 않은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