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제주 올레길 걷기 도전? 걷기 말고 즐기기!

다미, 오니와 함께하는 우리 가족 올레길 첫 도전 좌충우돌 이야기

by 제주 아빠


"여보 제주에 가면 꼭 해보고 싶은 거 있어?" 아내와 나는 제주에 갈 생각에 벌써부터 신나 있었다. 가기 전 제주 살이 버킷리스트라도 만들어갈 요량으로 꼭 하고 싶은 것이 있는지 대화를 나눴는데 아내는 그냥 제주에 가는 자체만으로도 좋다고 했다. 무얼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부담감 때문에 오히려 제주 생활을 잘 못 누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나에겐 한라산 등반, 올레길 완주, 모든 오름 오르기와 같은 트랙킹 위주로 하고 싶은 것들이 있었다. 하지만 가족 모두와 함께하기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것들이었다.


봄 햇살이 완연한 어느 날 드디어 올레길에 도전한다. 매주 목요일에는 오름을 오르는 목오름으로 매주 토요일은 격주로 대청소와 올레길을 걷는 날로 정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4월 말이 돼서야 올레길에 도전한다. 그전에 올레길에 대한 여러 정보는 획득해놓은 터라 가겠다는 마음만 먹으면 됐었는데 그렇게 하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올레길을 완주한다는 나의 계획이 요원해졌음은 당연지사. 아침 일찍부터 채비를 했다. 아내는 감자밭에서 캔 감자로 통감자구이를 만들었고 나는 드론, 카메라를 비롯한 각종 장비와 더불어 간식거리와 위생도구를 챙겼다. 쓰레기봉투는 필수였다. 따뜻한 날이었지만 바람을 고려한 옷을 입었다. 모처럼 차를 두고 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기에 발걸음도 가벼웠다.


출발하기에 앞서 우리 집 마당에서 가족사진 한 컷! 이때까지만 해도 모두 완주하겠다는 각오 같은 게 있던 것 같다.


우리의 첫 도전 장소는 온평포구에서 표선해수욕장으로 연결되는 올레 3-B코스. A코스는 내륙으로 들어와야 하고 코스가 더 길어 14.6km의 바닷길인 B코스로 선택했다. 아이들과 함께 이 거리를 다 걷기엔 조금 무리라고 생각했다. 아직 성산일출봉 등정이 인생의 최고 기록인 아이들이었기에 절반 정도만 걸어도 성공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온평초등학교까지 버스를 타고 간 후 걸어서 온평포구를 지나 우리 집 앞인 신풍, 신천목장까지 오면 대략 8km로 3~4시간이면 가능하겠다고 순진하게 생각했다. 군인 아빠 다운 행군코스 계획 수립이었다. 가는 길에 배고프면 포구에 있는 맛있는 식당에서 식사도 할 수 있고 간식도 든든히 챙긴 터라 모두가 들떠있었다.


제주도에 와서 이용해본 대중교통은 제주공항에서 표선민속촌까지 오는 121, 122번 광역버스가 전부였다. 아이 둘을 데리고 버스 타고 다니는 게 쉽지만은 않았기에 항상 차로 다녔다. 차도 2대라 아내가 일하러 가도 내 작은 트위지로 작은 아이 하원을 시키거나 표선 면내에 나가는데도 전혀 문제가 없었다. 버스를 이용할만한 이유가 없다가 올레길 코스 완주를 위해 계획했던 대중교통 이용 계획에 따라 집 앞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탔다. 우리 집은 정말 위치가 좋다. 버스정류장도 걸어서 3분 거리에 있다. 역세권이랄까. 버스 안의 승객들은 모두 마스크를 꼭꼭 쓰고 있었다. 우리도 버스에선 마스크를 썼다. 왠지 주눅도 들고 걱정도 됐지만 금방 내렸기 때문에 또다시 자유함을 만끽했다. 온평초등학교에서 내린 우리는 모두가 너무나도 신났다.


버스정류장에 얌전히 앉아 버스를 기다리는 아이들. 제주 살이 반년만에 시골 아이들이 다 됐다. 그런 아이들이 귀엽기만 하다.


바닷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들뜬 아이들은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먼 길을 가야 하니 체력을 아끼라는 아빠 말 따위는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아이들은 태양열 충전기를 머리에 이고 다니는 것 같다. 햇빛만 나면 어쩜 저리 뛰어다니는지. 마을길은 인도가 잘 되어있지 않은 경우가 많아 위험했기 때문에 여러 번 주의를 줄 수밖에 없었지만 사실 아내와 나도 신나서 이리저리 구경하며 다녔다. 그렇게 온평포구에 도착한 우리는 이제 막 시작한 올레길 답사도 식후경이란 생각에 주저앉아 간식을 마구 마구 먹었다. 3~4시간을 예상해서 가져온 간식이었는데 시작과 동시에 동이 났다. 아이들도 정말 잘 먹어줘서 금세 없어졌다. 온평포구는 정말 예뻤다. 관광지 같은 느낌이 물씬 들어 발걸음을 재촉하지 않고 사진도 찍고 신나게 봄기운 가득한 초록빛 바다를 만끽했다. 바람이 엄청 불기도 했지만 그것조차도 우리에겐 신나는 일이었다. 야호!


우리의 간식은 출발과 동시에 다 사라졌다. 이런 멋진 풍경과 괜찮은 테이블을 보니 세월아 네월아 먹는데 정신 팔렸다.


어른들에게는 큰 단점이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책임이 하나 있다. 바로 무엇이든 완성해야 한다는 것. 결론을 내리던 결과물을 가져오던 어떤 끝이 있어야만 하는 게 어른들의 세계다. 어정쩡한 그 무언가는 어른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들 중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의 세계는 다르다. 아이들은 과정이 중요하다. 정확히는 목표 자체가 없는 듯하다. 그냥 매 순간 잘도 즐긴다. 덕분에 아빠는 가자고 재촉하고 아이들은 이미 올레길 코스 답사는 다 끝났다는 듯이 신나게 온평포구에서 한참을 뛰놀았다. 그 와중에 이제야 응까가 마렵다고 화장실도 없는 바닷가에서 아빠를 곤란하게 한건 덤. 다행히 인근 식당에서 식사를 하지 않았음에도 화장실을 쓰게 해주는 배려 덕분에 작은 아이는 한껏 더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드디어 올레길 답사를 시작했다.


온평포구는 공원처럼 꾸며져 있어서 우리 발걸음을 쉽게 떨어지지 못하게 했다. 아이들도 신나게 포구를 누비며 엄빠한테 사진 찍어달라고 조른다.


출발한 지 5분도 안돼서 아이들이 바다가 예쁘다고 바다를 보러 가자고 한다. 방금 전까지 놀던 그 바다인데 몇 걸음 옮겼을 뿐인데 또 보자고? 이건 앞으로의 올레길 답사에서 5분마다 일어날 일의 복선이었다. 멈춰서 현무암으로 가득한 바다로 향한다. 아이들은 이리저리 잘도 뛰어다니며 신나게 논다. 방파제로 만들어놓은 콘크리트 구조물에 올라가는 것도 또 하나의 놀이다. 참으로 신난 아이들이다. 저렇게 신나게 놀 땐 서로 싸우지도 않는다. 그걸 보니 정말 아이들은 마음껏 뛰놀게 해 주는 게 제일이구나 싶은 마음이 다시금 든다. 하지만 아빠는 계속해서 목표한 코스를 다 가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린다. 아이들은? 카르페 디엠!


맨날 보는 바다고 바위인데 무엇이 또 저렇게 재밌고 신날까. 매일매일의 삶이 여행이고, 배움이며, 새로운 경험일 수 있는 아이들이 참 부럽다.


그렇게 5분마다 우리는 발걸음을 멈추었다. 핑계도 다양했다. 바다가 예뻐서, 사진을 찍고 싶어서, 방파제를 뛰어다니기 좋아서, 목이 말라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어서... 아빠도 엄마도 처음 두어 번 아이들이 바다를 보자고 졸랐을 때 이미 오늘 완주는 글렀다고 생각했기에 자포자기 체념하는 마음과 더불어 아이들의 마음으로 우리도 그냥 이 자연을 즐기자 생각하며 아이들과 뛰놀았다. 초록빛 바다는 사실 너무 예뻤다. 완주라고 하는 목표가 아니었다면 나도 아내도 그냥 여기에 주저앉아 커피나 마시면서 놀고 싶었다. 사실 삶은 그런 건데. 꼭 완주해야 하나 그냥 살아가면 되는 거지. 꼭 계획한 대로 해야 하나 마음 내키는 대로 하는 거지. 오히려 아이들이 더 현명하다고 느낀다. 그렇게 목표에서 멀어져 천천히 가다 보니 바다도 돌도 나무도 풀도 더 자세히 보인다. 사람도 자세히 보인다. 올레길을 걷고 있는 많은 사람들의 모습. 배낭을 메고 부니햇을 쓰고 지팡이까지 손에 쥔 완벽한 올레길 탐방러부터 동네 마실 나온 도민처럼 편안하게 차려입은 사람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그곳을 걷고 있었다. 모두가 우리를 앞서갔다. 괘념치 않았다.


너무나 예쁜 바다색이 아이들 발걸음을 잡고 놔주지 않았다지만 사실 엄빠도 이미 이 풍경에 매료되어 걸음을 멈추기 일쑤였다. 사진 찍으랴, 아이들 부르랴 바쁜 엄빠다.


올레길을 걸으며 힘들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힘들 수가 없는 길이었다. 하지만 생각은 정말 많이 하게 됐다. 길을 걷는다는 것은 우리에게 생각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그래서 걷는 것을 좋아한다. 비록 5분마다 강제로 멈춰야 하는 걷기였고 생각도 그때그때 멈춰지게 됐지만 어떻게 사는 것이 우리 모두에게 행복한지 그리고 나는 누구이고 우리는 누구인지 곱씹어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꼭 가보고 싶지만 굳이 그곳에 가지 않더라도 이곳 제주에서도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가는 길에 작은 점빵에서 설래임 하나씩을 입에 물려줬더니 멈추는 시간이 5분에서 10분으로 잠시나마 늘어났다. 하지만 이제 다른 요구사항이 생겼다. 딱딱하니 물렁물렁하게 해 달라, 너무 차가우니 잠깐 쥐고 있어 달라, 뚜껑을 덮어달라, 열어달라...


설래임에 설레는 아이들. 차가워 손에 쥐지도 못할 거면서 아이스크림 고르라면 꼭 비싼 설래임을 고른다. 그래 놓고 요구사항이 참 많기도 하지!


올레길 중간중간에는 환해장성이 있었다. 직업병이다. 이런 걸 보면 전술이니 전략이니 하는 것들이 생각난다. '이 장성들이 과연 적들을 어떻게 방어했을까?'같은 지금의 날씨와 상황과 전혀 맞지 않는 생각들이 스멀스멀 올라오기도 한다. 지형정찰이 아닌데...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리고 장성 옆에 핀 들꽃에 주목한다. 지금은 그런 생각 내려놓아도 될 때다. 그리고 그런 생각에 몰두하다 보면 진짜 소중한 것, 아름다운 것들을 놓질 때가 많기에 항상 조화와 균형이 중요하다고 다시 한번 생각한다. 10년 정도 사회생활을 열심히 한 사람들에겐 1년 정도 안식년이 필수인 세상이 오면 좋겠다. 육아휴직이 아니라 자기 돌봄 휴직 같은 거. 그래서 일하느라고 잃어버린 나를 다시 찾고 추슬러 다음 10년을 또 살 계획을 짤 수 있는 시간. 그 사이에 어떤 사람은 잊었던 소중한 것을 다시 찾을 것이고, 용기를 얻을 것이고, 활력을 얻을 것이며, 의미 있는 삶을 향해 한걸음 더 다가갈 기회를 얻을 것이다.


올레길 여기저기엔 친절한 안내판들이 많다. 그냥 무심하게 걷기도 하지만 중간중간 이런 것들을 보며 배우기도 한다.


무언가가 또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갯강구를 무서워한다면서도 갯강구가 신기한 아이들. 이리저리 바위틈으로 숨는 게들을 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


신산포구까지 도착했을 땐 이미 오후 다섯 시가 거의 다 됐다. 이제 절반 왔을 뿐인데 무려 4시간 30분이 걸렸다. 3~4시간이면 도착지에 도착할 것이라는 아빠의 순진한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다. 아내와 나는 우리의 첫 올레길 답사는 여기서 마무리하기로 결정했고 앞으로의 올레길 답사 역시 다시 생각해보기로 했다. 아이들에겐 답사는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저 예쁜 바다와 눈썹을 간지럽히는 바람만 있다면 어디든 오케이였다.


제주 바다는 넓은 들판과 연해서 있는 경우가 많다. 바다에서 휘융휘융 불어오는 바람이 들판을 만나 쏴아 소리를 내며 들풀들을 쓰다듬는다. 바람의 끝자락에서 또 주저앉는다.


허기졌다. 부지런히 걸은 것도 아니지만 아이들과 함께 걷는 것은 부모로선 두세배 더 힘든 일이었으리라. 마침 신산포구에 식당 하나가 있어 무작정 들어갔다. 신중하게 블로그를 검색하고 갈 곳을 정할 그럴 상황이 아니었지만 생각보다 맛있고 친절했다. 아이들도 정말 너무나도 잘 먹어줬다. 우리는 깨끗하게 주문한 음식들과 반찬들을 비워내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신산리 마을길을 통과해서 신산초등학교 앞 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엄마가 까주는 거 오물조물 잘도 받아먹는 아이들. 신나게 하루를 또 놀았더니 저녁을 잘도 먹는다. 역시 아이들은 잘 놀아야 잘 먹지!


마을도 도로도 모두 한적했다. 해는 아직 중천에 떠있는 것처럼 따뜻하고 눈부셨다. 실패했다는 생각보다는 무언가 꽉 채워진 느낌이었다. 차 없이 다니는 것이 되레 자유롭다 느껴졌다. 아이들에겐 실패, 성공 그런 생각조차 없었다. 그저 오늘 하루를 또 신나게 보낸 것뿐. 카르페 디엠! 그런 아이들을 보며 많은 것을 느낀다. 제주 살이에 버킷리스트를 들고 와 무언가 해내야지만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나의 모습과 대조적으로 그냥 와서 살다 가면 된다는 피터팬 같은 아내가 아이들과 참 닮았다고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가장이기 때문에 나는 그런 생각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 가장마저 그런 생각 없이 그저 되는대로 살면 "소는 누가 키워!"


애초에 계획도 목표도 없던 아이들은 그저 엄빠가 이제 버스 타고 집에 가자고 하니 그 또한 신났다. 버스 타는 게 재밌단다.


우리는 어떻게 살지 열심히 계획하고 실행에 옮기고 하나씩 이뤄나가는 게 참 당연하다고 느낀다. 제주에 와서 살아보니 참 그렇지만도 않다. 열심히 만들어온 예산 사용 계획도 무용할 때가 많다. 손님이 와서, 식재료를 무료로 구해서, 기분이 좋아서, 아이들이 장난감 사달라고 졸라서... 이번 주에 뭐할지 정해놓았지만 그대로 실행되지 않을 때가 더 많다. 드라마 '도깨비'의 명대사를 빌리자면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오늘 계획한 일을 하지 못한다고 게으르다거나 하루를 망쳤다고 할 수 있는 이유가 전혀 없었다. 나에게도 아내에게도 아이들에게도 그 하루도 살아낸 것이고 추억을 또 한 칸 쌓아 올린 것뿐이었다. 아이들은 단 하루도 실패한 적이 없다. 하루 종일 허송세월 해도 실패했다고 버린 하루라고 생각하지 않는 아이들.


날이 좋아서 모든 바다가 좋았던 이 날 아이들은 그 모든 바다를 다 밟아보며 행복한 하루를 보냈다. 그거면 됐지.


제주에 온 지 벌써 반년이 되어 간다. 늘 그렇듯 인생은 선이 아니라 매일 점을 찍는 것이고 제주에 와서도 하루하루 점을 찍었다. 어떤 점은 꾸욱 눌러 찍어 선명할 때도 어떤 점은 대충 찍어 흐릿할 때도 있지만 그렇게 찍어진 수많은 하루하루가 이어지면 그게 내 인생 이리라. 그 가운데에 교차하는 우리 가족들의 인생들이 있고 그렇게 선이 면을 이루고 면이 입체를 이뤄 거대한 하나의 우주를 이뤄낼 것이다. 앞으로 올레길을 또 걸을지 모르겠다. 아마 안 걷게 되지 싶다. 나의 버킷리스트 하나를 포기한다. 그걸 이뤄야지라는 부담감 하나가 사라졌다. 할 수 없을 수도 있는 게 인생이니까. 패닉의 노래 '달팽이' 한 소절이 생각난다. '집에 오는 길은 때론 너무 길어. 나는 더욱더 지치곤 해.' 온평리까지 갔다가 그렇게 집에 돌아오는 길은 참으로 멀었다. 하지만 우리는 쉴 새 없이 웃었고, 재잘댔고, 행복했다.


드론을 가져갔지만 바람이 강해서 잘 찍지는 못했다. 하지만 엄빠 셀카 정도는 남길 수 있어서 아이들 바닷가 간 사이에 기념으로 찰칵.


사진 찍기 위해 잠시 발걸음을 멈춘 아빠 앞으로 세명의 네버랜드 주민들이 지나간다. 무엇이 저리 신났는지 춤을 추며 걷는다. 그 모습이 흐뭇해 미소를 짓는다. '여보 그리고 우리 아이들아. 아빠는 그래도 계속 고민할게. 그래야 너네가 생각 없이 행복할 수 있지.' 남은 제주 살이 기간 동안 우리 가족은 계속 행복할 것 같다. 아빠의 존재감에 괜스레 뿌듯해진다. 나에게도 격려의 한 마디를 남긴다. '좋은 선택이었어!'


오늘 하루도 찐하게 점을 꾸욱 눌러 찍었다. 올레길을 다 못 걸었다고 해도 내 삶의 만족은 내 주관이니까 내 마음이다.


Tip. 제주 올레길은 425km, 26코스로 이뤄져 있다. 이중 가파도, 추자도, 우도 올레길은 섬이기 때문에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한다. 올레길을 전부 걷기 위해선 나름 치밀한 계획이 필요하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에 용이하지만 제주도가 워낙 넓은 관계로 특정한 장소에 숙소를 정해서 다닌다면 왔다 갔다 하는 시간이 더 소요될 가능성이 있다. 코스별로 분할해서 숙소를 정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코스 중에서는 A, B코스와 같이 나뉘는 경우가 있는데 보통 해안길로 가거나 내륙으로 가는 길로 나뉜다. 해안길도 내륙으로 가는 길도 모두 아름답기 때문에 두 번에 걸쳐서 다 가보는 것을 추천. 특정 편의점에서는 제주올레길 패스포트를 구매해서 각 올레길 코스마다 구비되어 있는 도장을 찍어 패스포트 완성이라는 또 다른 재미를 누릴 수도 있다. 쓰레기 줍기 자원봉사 같은 프로그램은 부니햇을 기념품으로 주기도 하니 올레길 걷기를 계획하고 있다면 반드시 홈페이지(https://www.jejuolle.org/trail/kor/)에서 정보를 확인하고 가는 것이 좋다. 올레 3코스의 경우는 신풍, 신천목장이 하이라이트인데 날씨가 좋을 때 가도 날씨가 궂을 때 가도 환상적인 풍경을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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