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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로 Jun 11. 2018

휴혼 후 첫 어린이집 학부모 면담

어린이집 학부모 면담이 잡혔다.

지난 2년 동안 학부모 면담은 특별할 것 없었지만 이번은 다르다. 담임선생님은 아이가 엄마와 주말만 함께 지낸다는 대략적인 사항은 알지만 자세한 내막은 모른다. 일 때문에 주말부부를 한다고 둘러댈 수 있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가정환경을 제대로 알아야 아이에게 적절한 보육 방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아이가 한때 말썽을 일으켰다. 장난감을 던지고, 친구를 밀치고, 얼굴에 상처를 낸 것이다. 그 학부모는 괜찮다고 이해를 해주셨지만 내 마음이 편할 리 없었다. 손 편지와 함께 연고를 보냈다. 


그로부터 며칠 후, 아이가 다른 친구 얼굴에 또 생채기를 냈다는 소식을 들었다. 연달아 일어난 사건에 나는 망연자실했다. “아, 진짜 미치겠네”라는 말만 나도 모르게 되풀이했다. 심상치 않은 낌새를 눈치 챈 담임선생님은 “어머니, 아이들끼리 이런 일은 비일비재해요” 해주셨지만 그게 아니었다. 요 며칠 새, 격한 부부 싸움을 자주 했던 터였다. 부부의 싸움이 아이에게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니 견딜 수가 없었다. 죄스럽고 미안하고 막막하고 참담한 심정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터졌다. 


뜬금없는 학부모의 눈물에 담임선생님은 당황해했고 나 역시 예상치 못한 울음에 당황했다. 아이 역시 오묘한 분위기에 어쩔 줄 몰라했다. 아이들의 사건을 듣고 학부모가 울어버리면 어느 선생님이 마음 편하게 아이 생활에 대해 말해줄 수 있겠는가! 이 일은 내게 ‘이불 킥’ 사건으로 길이 남아 있었다.     


오후 다섯 시, 약속한 시간에 어린이집을 찾았다. 가정의 현재 상황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같은 여자로서, 인생 선배로서, 그리고 교사로서 나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셨다.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한창 힘들어하던 때가 있었다고 한다. 예민하고, 까칠하고, 짜증을 그렇게 낸 그때가 아마도, 우리 부부가 한창 싸웠던 그 시기 같았다. 주책없이 울어버린 그날 이야기가 자연스레 나왔다. 다시 밝은 아이로 돌아온 시기는 공교롭게도 휴혼 이후였다. 


내가 모르는 이야기도 들었다. 처음 할머니와 등․하원한 첫 주에는 울면서 선생님에게 떨어지지 않으려 했다고 한다. 이번 주의 등 하원은 전주에 비해 훨씬 좋아졌는데, 주말 동안 엄마와 충분한 시간을 보내고 와서가 아닐까 추측하셨다.


선생님께 며칠 전의 에피소드를 전해드렸다.

“제가 사는 집을 ‘엄마 집’이라고 하지 않고 ‘엄마 사무실’이라고 아이에게 말하고 있어요. 엄마, 아빠가 따로 사는 걸 아이에게 인식시키고 싶지 않다고 남편이 그렇게 하자고 하더라고요. 며칠 전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엄마, 아빠 왜 같이 안 살까?’ 물어봤는데 ‘엄마, 아빠 싸워서’라고 똑똑히 말하는 거예요. 진짜 깜짝 놀랐어요! 아이 모르게 하려고 열심히 쇼를 했는데 이미 아이는 알고 있는 것 같던데요?”

담임선생님은 깔깔 웃으시며 대답하신다.

“애들은 다 알아요.”


선생님이 아이 활동지를 보여주셨다.

“엄마, 아빠에게 하고 싶은 말이 뭐예요?”라는 제목이 맨 위에 붙어 있다. 그 아래 네모 칸에 아이 말을 받아 적은 선생님 글씨가 보였다.

「엄마, 아빠랑 다 같이 놀러 가고 싶어요.」    


어린이집에서 나오자마자 ‘카톡!’ 알림이 울린다. 남편이다.

「오늘 상담일이지?」

타이밍이 귀신같다. 혹시 지켜보고 있는 건 아닌지 나도 모르게 주위를 둘러본다. 남편에게 면담 후기와 함께 아이의 마지막 말도 전했다. 남편은 금세 답을 한다.

「가을 여행 잡자.」

아이를 위해 헤어지고, 아이로 인해 이어지는, 부부라는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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