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그나마 강아지와의 산책으로 버텼어요.

by 도시락 한방현숙
여전히 자가격리 중

코로나 19로 인해 ‘300일 자가격리 중’이라 농담 삼아 이야기해도 하나도 이상할 리 없는 요즘이다. 지난겨울쯤 시작된 재난은 다시 겨울을 맞이했는데도 그 기세가 나날이 상승 중이니 ‘코로나 블루’에 이어 ‘코로나 레드’로 고통받는 이들이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힘든 시간을 이겨낸 보람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억울한 대가를 치른 이들, 코로나로 인해 병원에서 고통을 받거나, 생계가 어려워지거나, 수년간 기울인 꿈이 물거품이 된 사람들. 그에 비하면 나의 불편함은 배부른 투정이겠으나, 잃어버린 2020년, 숨 막히는 2020년을 보낸 마음은 모두 같을 것이다.

집에 중요한 시험을 앞둔 수험생이 둘이나 되고, 대학 졸업반인 둘째도 자격시험 준비 중이니 행여 코로나 감염으로 아이들 계획에 차질이 생길까 해서 모든 모임을 불참했었다. 평소 수십 개의 모임을 자랑삼아 내세우며 활동적인 삶을 찬양하며 지내던 나에게 집콕 생활은 정말 힘들고 우울하기까지 했다. 보고픈 이들을 만나지 못하는 심정, 왁자하게 떠들며 화통하게 웃고 싶은데 통제당하는 마음이 봄, 여름, 가을, 겨울로 계속 이어지니 이제는 완전 포기상태로 갱년기 증상과 맞물려 하루가 온통 잿빛 투성이인 날도 있었다. 추석과 아버님 생신 같은 가족 모임도 패스했으니 일상을 앗아간 코로나의 위력이 정말 대단하다.

강아지 덕분에

그 와중에 바깥에 나가 햇빛을 쬐고, 밤공기라도 마실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잡채’ 덕분이었다. ‘잡채’를 생각해서 산책한다 했으나 결국에는 나를 위한 것이었다. 저녁 먹은 후 바로 졸음에 겨워 눕고 싶은 마음을 털어버린 것도, 춥다고 혹은 덥다고 날씨 탓으로 핑계 삼으려는 마음을 일찍 접어버린 것도 모두 ‘잡채’ 때문이었다. ‘잡채’ 때문이라고 생각한 모든 것들이 그나마 ‘잡채’ 덕분이 되어서 조금의 숨통이라도 풀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할 수 있었다.

‘잡채’와 보낸 사계절은 아름답고, ‘잡채’와 맞이한 자연 풍경은 새로웠다. 멀리 가지 못하고 고작 아파트 산책길 위에서 맞이한 계절이지만 꽃과 바람과 햇살과 낙엽이 반가웠다. ‘잡채’와 함께여서 더 아름다운 계절이었다.

2020 시작, 겨울

나른한 겨울! 햇빛 찾아 거실 뒹글기!
산책 나갈 준비를 야무지게하고 기다리는 잡채!
늘 이곳에 멈춘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2020, 봄
벚꽃이 피고 철쭉이 피는 4월
강아지도 고개 들어 봄꽃을 본다.
어김없이 봄꽃은 피었으나...
봄빛이 너무 화사해! 눈 부셔!
강아지 눈빛에 3월의 햇빛이 가득 담겨 있다.
바닥에 털썩 주저 앉고 싶을 정도로 따스한 햇볕
꽃향기 음미하다 수풀 속을 가르고...
따스해지니 강아지 친구들도 많이 만나요.
강아지 나래는 정말 귀여워요. 근데 엄마가 제 털을 이렇게 깎아놓았어요.
2020, 여름
여름비가 하루 종일, 산책하고픈 잡채가 비가 그치길 기다려요.
한여름밤의 꿈?
녹음이 우거지고
강아지 목줄에도 방울토마토가 열린 것 같아요.
강아지의 플렉스! ㅎㅎ 빨간차가 탐나요.
2020, 가을
9월 어느날! 강아지도 놀이터에서 놀고 싶어요.
와~낙엽이다.
가을밤의 운치
2020, 다시 겨울

산책은 언제 가나요? 추워도 나가고 싶어요.
산책 가자구요!

눈밭을 뒹구는 ‘잡채’ 사진까지 담으면 ‘잡채’와 함께한 사계의 그림이 채워질 것이다. 힘든 2020년! 마지막 달을 보내고 있는데도 코로나 19로 인한 걱정이 사라지기는커녕 쌓여만 가니 정말 큰일이다. 코로나 19 백신 접종을 시작한 나라도 있다 하나, 연일 수백 명 갱신하는 확진자 수는 우리를 불안하게 하고 갈수록 움츠리게 한다. ‘3단계, 봉쇄령, 격리’라는 단어들까지 자주 눈에 띄니 올 겨울도 몹시 힘들 것 같다.

‘K 방역의 위력’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요즘 코로나 19 확산이 다른 양상으로 심각하다. 자제하고 조심하고 수칙을 철저히 따르는 마음과 행동만이 이 위기를 이겨내는 데 보탬이 될 것이다. 제발 마음껏 호흡할 수 있는 날이 어서 오기를 바랄 뿐이다.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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