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내가 할게. 근데 똥은 누가 치울래?

by 도시락 한방현숙
사랑은 내가 할게.

예쁘고 사랑스럽고 보기만 해도 웃음이 저절로 나오는 강아지! 그러나 모든 일이 그러하듯이 공짜로 주어지는 기쁨이란 거의 없다. 보통 집집마다 전해 내려온다는 강아지 입양 과정을 들어보면 매우 비슷한 이야기 구조를 지닌다.

♡ 강아지 키우자는 아이들 성화에 못 이겨 가지가지 이유로 마음이 흔들린다.
♡ 처음 강아지 입양이 결정되면, 그러한 엄마 아빠의 결단에 환호성을 지르며 아이들은 격한 기쁨을 드러낸다.
♡ 강아지 키우기의 온갖 자질구레한 일들을 다 할 것을 약속하며 아이들은 고마워한다.
♡ 엄마, 아빠는 못 이기는 척 조건을 달며 강아지 키우기의 긍정적인 큰 그림을 그린다.
♡ 그러나, 결국에는 모든 뒤처리들이 엄마(또는 아빠)의 몫으로 남는다는 것이다.

우리 집도 예외는 아니다. 세 딸들은 모든 것을 내어줄 기세로 강아지 ‘잡채’에 대한 사랑을 표현한다. 쓰다듬고 예뻐하고, 사랑하는 것은 물론이고 용돈을 아껴 간식을 사 오고, 인터넷을 꼼꼼히 검색하여 보다 좋은 강아지 훈육 방법을 챙기고 조금이라도 강아지 ‘잡채’의 건강을 해칠까 노심초사하며 유난을 떨기도 한다.

막내딸과 막둥이 개아들은 늘 환상의 커플이다.
근데 똥은 누가 치울래?

그러나 딱 거기까지이다. 다음 어디에도 아이들이 전담하는 것은 없다.

♡ 밥과 물을 주는 일
♡ 밥그릇과 물그릇을 깨끗이 닦는 일
♡ 산책과 목욕을 시키는 일
♡ 똥을 치우고 냄새나지 않게 닦거나 닦이는 일
♡ 공복 토사물을 치우는 일
♡ 하루 종일 휘날리는 강아지 털을 없애거나 청소기를 수차례 돌리는 일
♡ 온갖 빨래에 묻은 강아지 털을 제거하는 일
♡ 강아지 이불과 옷을 관리하는 일
♡ 아프면 병원에 데려가는 일
♡ 산책 후 강아지 발바닥 닦이는 일까지.

그저 예뻐하고, 마음 내킬 때 놀아주고, 귀여운 모습에 환호하는 일을 즐길 뿐이다. 그러나 이것은 내가 바쁘고 지칠 때 가볍게 강아지를 외면할 수 있는 것만큼이나 쉬운 일이다.

사랑하기란 절대 쉽지 않기에, 책임이 따르지 않는 사랑은 존재하지 않기에 사랑이 어려운 것이 아니겠는가.

물론 우리 아이들이 강아지를 사랑하지 않는다고는 절대 말할 수 없다. 그저 나름대로의 이유들로 바쁘고, 힘들기 때문에, 그리고 결정적으로 전담할 엄마(나)가 있기에, 다른 이에게 미룰 수 있기에 그럴 것이다. 그러나 세상 모든 것이 누군가의 전담이나, 누군가의 힘듦으로 이뤄진 기쁨은 오래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잖은가! 모두가 보기 좋게, 기울지 않게 서로 배려하고 챙길 때만이 진정한 가정의 화목이 나타난다는 것을 말이다.

콧구멍도 잘생긴 ‘잡채’, 촉촉하다.ㅎㅎ
단점까지 감당할 수 있어야

가족의 웃음을 위해, 기쁨을 위해 강아지 입양을 생각하고 있다면, 아니 지금 강아지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면 누군가 이 힘들고 귀찮고 때론 더럽기까지 한 이 자잘한 일들을 감당해야만 강아지를 키울 자격이 있음을 말하고 싶다. 누군가 이 일들을 반드시 치러내야만 강아지를 사랑한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일을 힘들어하거나 또는 소홀히 하며 강아지를 키운다면 그것은 분명 거짓된, 잘못된 강아지 사랑이라 생각한다.

강아지를 키우는 일은 생명을 다루는 것이기에, 오로지 가족으로서 한 생명을 책임지는 것이기에 섣불리 그저 예쁘다고 입양을 결정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예쁘지 않아도, 지저분해도, 늙어도, 귀엽지 않아도, 오로지 한 생명으로서 책임질 수 있는 굳건한 마음이 있어야 강아지를 입양할 자격이 있다 말하고 싶다.

강아지 키우는 일은 쉽지 않다. 돈도 많이 들어간다. 애완동물이 아닌 반려동물로서 행복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물질적 조건 외에 바르게 훈련하고 가족들과 화목할 수 있는 견성까지 보살필 인성적 조건까지 필요하다. 강아지가 강아지로서 사람들과 교감하며 행복해지기 위해서 강아지... 가 아닌, 인간이 가져야 할 조건들이라 생각한다.

퇴근하기 1시간 전부터 나를 미리 기다리고 있다는 강아지 ‘잡채’, 두 손 모아 공수!
똥도 내가 치울게!

아직까지는 16kg 강아지 ‘잡채’를 목욕시키면서도 힘들기는커녕 힐링 타임으로 느끼는 내(도무지 나도 나를 모르겠다.)가 있어 다행이지만, 바람직한 행복을 원한다면 모든 가족들이 골고루 일을 분담하는 것이 맞다.

정말 좋아서 하는 일 조차도, 그 일이 지닌 단점을 꼼꼼히 살피고 그런 후에도 좋아하는 마음이 사라지지 않을 때에 그 일을 최종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다 생각한다.
냄새나고, 털 날리고, 귀찮고, 힘들고, 돈 들고, 이웃에게 눈치 보이고, 알레르기로 고생하고, 거실을 개(dog)~판으로 만들고... 단점을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렌다면, 사랑한다면, 같이 하고 싶다면, 강아지를 맞이해도 될듯하다.

눈이 소복이 내린 추운 날이다. 아침 출근길에 쌓인 눈을 보며 신나게 뛰어놀 '잡채' 발바닥을 떠올리고, 퇴근 후 따듯한 '잡채' 엉덩이에 기대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을 보니.... 앞으로도 '잡채' 똥을 전담으로 계속 치울 것만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든다. ㅎ ㅎ

귀로 리듬타다 지 혼자 놀라는 강아지!
아름다운 소리 찾아 왔어요. 까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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